경기도의 알프스, 석룡산 조무락골
상태바
경기도의 알프스, 석룡산 조무락골
  • 이창희 시민기자
  • 승인 2013.08.13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적 뜸한 계곡, 멋들어진 폭포수를 만나다
과거 호랑이가 득식 득실
 
%C1%B6%B9%AB%B6%F4%B0%F1_002.jpg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에 솟은 석룡산(1,155m) 기슭에서 생명을 얻어 굽이치다가 가평천과 만나는 청정 계곡이 조무락골이다. '산새들이 조무락거린다(재잘거린다의 사투리)' 해서 조무락골이니 이름만 되뇌어도 어렴풋이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한자를 끌어다 조무락(鳥舞樂), 즉 '새들이 춤추며 즐긴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만족할 줄 모르고 한문을 붙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만든 사대주의 산물일 터이니 씁쓰레할 따름이다.
 
 
SAM_0199.jpg
 
 
이름부터 정감 넘치는 조무락골이지만 옛날에는 호랑이들 세상이었다. 또 1928년 일어났던 백백교 집단살인사건 때 교주 전해룡의 잔당들이 숨어들기도 했다니, 예전에는 얼마나 깊고 무시무시한 골짜기였을까? 본디 이곳에는 어른 세 명이 팔을 벌려 마주잡아야 할 만큼 줄기가 굵은 전나무와 노송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그러나 일제 때 일본인들은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생명을 빼앗긴 아름드리 고목들은 현해탄을 헤엄쳐 일본 땅으로 건너갔고 원시림은 황량한 민둥산으로 변했다. 그러나 자연 스스로의 복원 능력은 놀라운 것. 어언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옛날 같은 거목이나 상록수 대신 낙엽 활엽수가 대부분일지언정 조무락골은 건강한 숲을 되찾았다.
 
 
SAM_0195.jpg
 
 
숱한 폭포수와 짙푸른 웅덩이 이어지는 길이 5㎞ 남짓한 조무락골은 크고 작은 폭포수와 깊고 짙푸른 웅덩이, 기묘한 바위들이 서로서로 손잡고 아름다운 자연을 빚는다. 조무락골이 가평천으로 흘러드는 38교에서 계곡을 끼고 드리운 좁다란 찻길을 따라 1.4㎞ 남짓(도보 약 20분) 가면 아담하고 소박한 산장이 나오면서 길이 좁아진다.
  
 
이곳까지는 한여름 피서객들이 제법 찾아들지만 이후로는 인적이 뜸하다. 이제부터 수풀 우거진 오솔길로 빨려 들어가 20분 남짓 다리품을 팔면 지계곡과 조무락골 본류를 건넌 다음 갈림길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지류를 5분쯤 거슬러 오르면 멋들어진 폭포수가 눈길을 잡는다. 앞서 말한 복호등폭포다.
 
 
DSC05996.jpg
 
 
아무리 가물어도 조무락골은 물이 마를 날이 없다. 복호등폭포도 그렇다. 비가 잘 오지 않는 봄가을에도 용꼬리나 넥타이를 연상시키는 물줄기가 암벽을 흥건히 적신다.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5미터 너비의 벼랑을 꽉 채우고 20여 미터 높이에서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그 대신 용꼬리 또는 넥타이 같은 절묘한 자태는 볼 수 없다. 복호등폭포는 아무 때나 찾아도 매력이 넘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래 머물 수 없어 아쉽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한기가 엄습하는 까닭이다.
 
 
SAM_0177.jpg
 
 
복호등폭포 입구에서 조무락골 본류 옆 산길로 10분 가량 오르다가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면 쌍룡폭포가 손짓한다. 이곳 역시 인적이 드물다.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고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데다 들머리 찾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울퉁불퉁한 기암절벽 좌우로 두 가닥 물줄기가 쏟아지는 쌍룡폭포에는 두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SAM_0222.jpg
 
조무락골은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 때문에 1985년 9월 환경처에서 경기도의 유일한 청정지구로 고시한 지역이다. 따라서 석룡산이 있는 북면 일원을 두고 "경기도의 알프스"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좋다는 어느 계곡에 비교하여도 둘째가라면 서운한 곳이다. 천혜의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곳으로 찿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찬사가 나오는 곳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속에서 체력 단련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