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온 여성들 '희망'으로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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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나온 여성들 '희망'으로 품는다
  • 정재한 박경아 대학생기자단
  • 승인 2013.09.04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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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김현 / '은혜주택 원장
인천시 남구 주안동에 자리잡은 '은혜주택'. 이 여름 뜨거운 햇살 만큼 엄마들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담고 있는 김현 원장이 하루를 보내는 곳이다. 단순히 가출여성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자선적 복지가 아닌, 함께 그들의 길을 열어주며 의미를 찾고 싶다는 은혜주택 김 원장. 자신이 가꾸어온 은혜주택이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수치스러운 장소가 아닌 행복의 공간이 되기를 소원하는 김 원장을 카페 차우베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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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여성쉼터에서 은혜주택으로....
 
보통의 보호시설 이름과는 다른 은혜주택은 김 원장의 입소자들에 배한 배려가 담겨진 것이다.
 
“처음에 이름은 인천여성쉼터였어요.”
 
그 누가 들어도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이름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김현 원장은 쉼터 이름을 바꿨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올곧은 길을 걸으려 하는 김 원장, 그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사회복지사다.
 “집 나온 여자들이 뭐가 불쌍하냐는 의식들이 있어요. 이런 잘못된 의식이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은혜 빌라, 빌리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 주택이 어감이 가장 좋아서 은혜주택으로 이름을 정했어요.”
 
현재, 은혜주택은 여성가족부 소속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해주는 생계비는 하루 4000원, 한끼당 1300원 꼴이다. 그리고 운영비는 개인당 1500원 정도 지원이 된다. 여기에는 전기세, 수도세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나머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후원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몇몇 단체, 기업, 또는 개인이 조금씩 지원해주 있는데, 김 원장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은혜주택을 만들게 된 계기
 
김 원장도 처음에는 다른 사회복지사들과 같이 장애인 시설, 노인 시설 등에 있었다. 그러던 중, 김 원장은 여성보호시설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여성보호시설에 큰 깊은 관심을 갖게됐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회복지사로서 김 원장은 방향은 정해졌다. 여성들이 복지시설을 벗어나 자립할 때 정서적 자립이 매우 중요한데, 김 원장이 여성복지시설에 있으면서 여성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단순히 먹고 재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여성들과 진심으로 교감하는 사람이 진정한 사회복지사라고 김 원장은 생각한다.
이러한 계기로, 김 원장은 인천여성쉼터를 설립했고, 그 곳은 현재 은혜주택이 되었다.
 
여성들의 힘든 삶
 
은혜주택에 온 여성들은 크게 두 분류가 있다. 남편의 폭력성 때문에 온 경우가 80%, 그리고 남편이 갑자기 행방불명되어 온 경우가 한 20% 정도 된다. 남편의 폭력을 못 견뎌 온 여성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한 엄마는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함께 은혜주택에 들어왔다. 심지어, 4명의 아이들 중, 한명은 지적장애 2급이다. 이 엄마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여성들보다 일자리를 잡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 일을 구해서 사회생활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니까 이 엄마는 너무나 힘들어 했고, 결국 자살기도를 시도했었다. 다행히도, 자살기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김 원장은 이 엄마를 껴안고 울었다.
“미쳐주지 않고 잘 있어줘서 고마워.......”
김 원장은 이렇게 여성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들과 함께 시작한 생산적인 일들
 
동인천에 최근 문을 연 힐링카페 ‘차우베’. 차우베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은혜주택의 엄마들이 일궈나가는 일터이자 쉼터이다. ‘치료효과가 있는 음료를 함께 마신다.’ 는 뜻처럼 차우베에서는 음료를 만드는 사람, 마시는 사람 모두 힐링이 된다. 이 카페는 주문 위주의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중 주문이 없는 날에 공간을 카페로 활용하자는 엄마들의 의견으로 시작됐다. 평소 커피에 관심이 없던 김 원장은 엄마들을 돕기 위해 커피공부를 했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저는 (커피에)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엄마들이 좋아하니까 어떡해요. 저도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 한번 배워보자 해서 온라인에서 배우고 오프라인에서 배우고. 지금은 바리스타자격증 땄죠.”
 
봉사자들과 학원 다닐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엄마들과 팀을 이뤄서 전문 커피교육을 받은 김 원장은 직접 엄마들에게 커피를 가르쳐 준다.
 
“내가 아님 우리 봉사자선생님들이 엄마들을 가르쳐요. 이론교육도 해주고. (엄마들이)원장님 ‘나 (자격증)시험 볼래요’ 이래요. 동기부여를 하는 거죠.”
 
하지만 카페사업을 하는 김 원장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일 하다가 망하는 거 많이 봤다, 그냥 카페지원금 3000만원을 엄마들의 자립비로 지원하라’는 질책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김 원장은 자선행위가 아닌 진정한 사회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카페를 개업했다.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김 원장의 희망이고 기쁨이다.
 
김 원장의 자립 프로젝트는 차우베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2년 2월, ‘행복한 가족 합창단’을 만들었다. 엄마들이 은혜주택에서 편의를 제공받는 만큼 사회로 나가 다시 베풀기를 원했던 김 원장은 노인복지시설에서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하였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김 원장은 합창단 결성을 마음 먹었다. 삶의 여유가 없는 엄마들에게 취미생활을 제공한 것이다. 함께 공유하는 취미가 있으면 서로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고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합창단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아이들이 노래하는 거 보면 감동받아요.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노래할 때 태도를 바르게 해야 하니까 ADHD 애들이 고쳐져요. 행동수정이 바로바로 돼요. 집중하게 되고.” 후원자 목사님이 지원하신 연습실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은 합창연습을 하며 세상에 나가는 걸음마를 떼고 있다. 서로 다른 파트끼리 모여 화음을 맞춰보고, 연습한 합창곡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해 준다.
지난 5월 학익고등학교에서 개최된 남구주민 기아체험 행사에서 행복한 가족 합창단이 공연을 했다. 한마음으로 부르는 합창에 감동한 주민들은 20호 후원하기로 한 쌀을 40호 후원했다. 김 원장도 직원들도 아닌 엄마들과 아이들이 이루어낸 결과였다.
 
“원장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엄마들이 스스로 모습을 보여주고 그 모습 때문에 20호 받을걸 40호 받은 거잖아요. 엄마들도 감동해서 언제연습해요, 언제공연해요 물어봐요. 또 공연을 잡아야하니까 힘들지만 그래도 엄마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주니까 그게 나한테 더 재밌고 의미 있어요. 사회복지는 단순히 어려운사람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같이하는 거죠.”
 
 
 인천시에게 바라는 점
 
김원장은 인천에서 진정한 사회복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인천시를 통틀어 한부모가정을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41명뿐이다. 더 나은 인천시를 위해 복지환경을 위해 김 원장은 말문을 열었다.
 
“갈 곳없는 여성들이 시설 안에선 보호가 되지만 시설에 못 들어온 사람들이 더 많아요. 우리 24명 계양구에 있는 내일을 여는 집 17명. 41명밖에 보호가 안돼요.”
 
타 지역 보호시설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 같은 경우 가정폭력 쉼터가 10개정도 있지만 인천에는 하나밖에 없다. 선착순으로 자리가 났을 때 입소자를 받는 시스템이기에 보호시설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사실 시에서도 가족시설을 원하고 밀어주고 있지만, 한다는 사람이 없고 법인이 없는 실정이다. 전국 이혼율 1위인 인천의 상황에 빗대어보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인천이 학구열도 높지 않고 이혼율도 1위이고.. 이런 나쁜 것들의 대책을 논의하는 게 별로 없어요. 이게 아직은 인천시의 현실이에요.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 밥벌이만 생각하다보니까, 시 전체의 발전 보다는 내 시설만 생각하는 거죠. 인천시랑은 계속 얘기를 하고 있어요. 항상 결부 되는 게 예산의 문제인데 인천시의 재정자립도가 좋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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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시계 방향으로) 김현 원장, 박경아 기자, 정재한 기자
앞으로의 계획

김 원장은 현재의 은혜주택에 안주하지 않는다. 엄마들에게 더 희망을 주고 세상을 향해 나가도록 정신적 자립을 꿈꾼다.
 
“제 개인적인 꿈이기도 하고, 직원들과 그런 꿈을 만들어 가는데 ‘시설에만 안주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해요. 엄마들이 퇴소하면 우리를 찾잖아요. 도와줄 수 있는 한계가 있잖아요. 시설 안에 있는 내 식구들을 도와줘야지. 퇴소한 엄마들이 도와달라고 더 많이 해요. 사회 나가서 자립하는 게 힘들죠.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엄마들 교육 해야겠다. 자격증 따게 하고 그쪽으로 더 발전시키면 어떨까. 이게 저희의 비전이에요.”
 
엄마들이 사회에 나가 더 편하게 일 할 수 있게 하기위해 김 원장은 엄마들을 교육시킨다. 김 원장의 교수 추천으로 사이버 강의 할인을 받게 해주고 단 한과목이라도 공부하라며 엄마들에게 교육시킨다.
 
“단 한과목이라도 공부해라. 그래야 열정이 생길 수 있다. 뭐라도 공부해라. 자격증 따서 편안히 일해라.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라”
엄마들이 은혜주택을 떠나 자립할 때, 편안히 안전하게 일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김 원장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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