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에서 9월7일까지 전시중
인천사람이지만 아직 백령도에 가 본 적은 없다.
지난 7월 말 8월 초 백령병원에서 1차 전시를 가진 고제민 씨의 <인천의 섬-백령도>가 인천의료원에서 있다며, 지인이 같이 보러가자고 해서 들렀다. 잠시 산책삼아 들러본 인천 의료원 2층 로비에서 시원스런 푸른 산과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 ... 나에게 인천 바다를 그리는 일은 모성의 애환을 형상화하는 일이었다."
" 인천의 섬 중에서 백령도는 수난의 역사에 대한 아픈 기억이 끊임없이 호출하는 공간이다. .. 지금도 남북 긴장과 갈등이 첨예한 곳으로 전운이 감돈다. 그만큼 평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평화를 잉태할 태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의 작업 노트에 일부다. 얼마 전 있었던 '폐허 속 오브제" 사진전 탓에 공간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먼저 들어온다. 백령도라는 공간, 백령도가 담긴 인천의 바다, 그리고 작품이 걸린 인천의료원 로비까지 .. 모성의 애환, 평화에 대한 열망 .. 어쩌면 여러 층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맞아떨어져 편안하게 작품을 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설산이라는 그림을 보고 '저런 산세를 섬에서 볼 수 있다니 .. 백령도가 참 큰 섬이구나 .. ' 싶었고, 두무진의 기암절벽은 애국가 방송에서 많이 본 그것이었다.
해맞이 곷에는 달같은 해가 떴고
부두랄 것도 없는 뱃나루가 호젓하다.
하얀 포말 위 바다는 구름같고, 섬은 산마루 같다.
개인적으로는 <해무>라는 작품이 맘에 들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아득한,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푸른 바다, 설산과 기압절벽은 뜨겁고 고된 여름,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전시가 아닐까 싶다.
리모델링을 거친 인천의료원 내부는 쾌적했고, 시원스러웠다.
내가 아직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간경화로 위험하신 상황에서 당시 가톨릭 병원인 성모자애병원은 위급한 상황에 돈이 없어 접수를 하지 못하자 죽어가는 아버지를 받아주지 않았고, 애가 타서 실신지경에 이른 어머니께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우리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 있다며 알려주신 곳이 바로 <인천의료원>이었다고 했다. 결국 아버지는 여기서 임종하셨고, 장례도 치뤘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기점으로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의미를 누구보다 잘 느끼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이곳은 내게도 좀 특별한데 그런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 예술이 더해져 아픈이들을 위로하니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함께 지켜간다는 것이 이렇게도 가능한 일이다.
저작권자 © 인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