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위기, 보급소를 통해 체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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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의 위기, 보급소를 통해 체감하다
  • 지건태
  • 승인 2013.09.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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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현장르뽀-종이신문의 첨병, 신문보급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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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이 사라진다(이미지 사진)

사람들은 더 이상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에만 시선이 고정돼 있다. 또 주위에 서너 개 종합일간지는 물론이고 스포츠지까지 수북이 쌓여있던 다방은 와이파이(무선데이터 전송시스템)가 뜨는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었다. 이른 새벽 신문뭉치를 자전거에 싣고 달리던 배달소년의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문득, 오늘 아침 누가 신문을 가져다 놓았을까? 그리고 우리 동네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궁금했다.
 
자정이 조금 안된 시간, 작심하고 가장 가까운 신문보급소를 찾았다. 염탐하듯 신문보급소에서 하는 일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동아일보 인천 논현지국, 10평 남짓한 이곳 보급소는 논현·도림·서창동과 남동공단에서 소래포구까지 인구 51만의 남동구 절반이 넘는 지역에 신문을 보급한다.
 
2013년 9월 3일(화요일)자 신문을 실은 1톤 트럭이 보급소 앞에 잠시 멈추더니 비닐에 싼 신문뭉치를 떨구고 사라진다. 이렇게 ‘긴급 신문운송’이라 쓴 1톤 트럭들이 마치 통제실 지시에 따르듯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신문을 배송했다.
 
이곳 지국에는 동아일보 외에도 매일경제와 세계일보, 인천일보 등 모두 15개 신문을 취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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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급소 직원이 신문운송 차량에서 당일 배달할 신문을 내리고 있다.
  
“예전에는 동아일보 하나만 배달해도 됐지만 지금은 판매부수가 줄어 여럿 신문을 같이 해도 예전만 못해요.”
이곳 보급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김응 씨(48)는 종이신문의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어엿한 신문보급소 소장이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이곳 보급소가 위치한 남촌동에만 3~4개의 신문사 지국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이곳 논현지국만 남았다고 김씨는 말했다. 판매부수 감소에 따른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또 다른 보급소 직원과 함께 그날 배달할 구역별로 신문을 나누고, 낮에 배달된 별지를 본지에 끼워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신문사별로 ‘부동산 특집’과 같은 별지를 발행하는 날이 있는 데, 본지와 따로 인쇄돼 배송되기 때문에 보급소에서 일일이 삽지해야 한다.
 
가뜩이나 페이지수가 늘어난 신문에 별지까지 삽지하면 웬만한 잡지보다 두툼해 진다. 1990년대 초만해도 16~20면에 불과하던 신문이 지금은 본지만 48면에 달할 때가 있다.
 
김씨의 손놀림이 마치 자동화된 기계 같다. 혼자서 2천부가 넘는 삽지를 한 시간여 만에 끝냈다. 신문 면수가 늘다보니 기계로 하지 못하고 일일이 사람 손으로 삽지할 수밖에 없다.
 
어느새 보급소 시계는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소년 배달원이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에 흔히 등장하는 일화 중 하나가 어릴 적 신문배달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만큼 투철한 책임감을 가졌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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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배달일을 나서는 김응씨(오른쪽)와 이윤주씨
 
삽지를 끝낸 김씨가 동료 직원과 함께 그날 배달할 신문을 구역별로 나눠 놓자 배달원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하나같이 김씨와 같은 연배 아니면 그보다 더 들어 보였다.
 
“요즘은 신문 배달을 하겠다는 학생들도 없지만, 보급소에서 아예 학생들을 받지 않는다”고 김씨는 말했다.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한두 달하다 그만두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새벽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관리하는 데 애를 먹기 마련이다.
 
김씨도 자신의 80cc 오토바이에 그날 배달할 신문 300부를 싣고 보급소를 출발했다. 김씨가 맡은 구역은 소래포구에서 남동공단까지다. 웬만해선 그를 따라올 수 없다고 해 그와 동행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다행히 카트를 끌고 걸어서 보급소 주변 주택가에 신문을 배달하는 한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3년차 주부 배달원 이윤주 씨(43). 그는 운동 삼아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날 이씨가 배달한 신문은 110부. 3시간여가 걸렸다. 그가 보급소에서 한 달 받는 급여는 30만원, 신문 1부를 배달해 3000원 정도 버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배달하는 다른 주부 배달원보다 조금 더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올 여름은 덥기도 더웠지만, 새벽에 비가 많이 와서 신문 배달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보다 이력이 생겨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아요.”
 
이씨는 일이 힘든 것보다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자꾸 구독자가 줄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배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무렵, 신문 보급소의 불이 꺼지고 셔터문이 내려졌다. 새벽 5시, 가을 문턱에서 본 샛별은 유난히 빛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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