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머물며 치유되는 섬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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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머물며 치유되는 섬을 꿈꾸다
  • 인천섬마을조사단
  • 승인 2013.10.0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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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섬마을조사단] (4) 승봉도
막 날아오르는 봉황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승봉도’(昇鳳島).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 도착한 승봉도 선착장에는 가늘게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마을 속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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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 정도 천천히 걸어가니 마을이 보인다. 마을 곳곳에는 ‘민박’, ‘펜션’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총84가구인 승봉도에 성수기 최대 2700여명의 관광객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민박’, ‘펜션’ 간판이 이리 많은 것에 수긍이 간다. 그동안 갔던 섬들과 달리 특이한 점은 꽤 많은 집들이 모여 한 마을을 이루고 있고, 마을 속에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있다는 것이다. 최신식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펜션형의 네모반듯한 건물, 단층에 가로로 긴 건물, 옛 집에 지붕만 새로 한 건물, 옛 건물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집 등 크지 않은 마을에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꽤 화려한 보건진료소, 작은 잔디밭이 깔린 아담한 성당, 크지 않지만 뾰족한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교회, 선착장 가까운 곳 마을가장자리에 있는 발전소까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집을 개조한 경우도 있었고, 재작년부터는 민박사업지원으로 인해 민박집 개조작업에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음악소리가 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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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어느 정도 둘러본 뒤, 편평한 논 뒤로 있는 2층 높이의 큰 건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인천주안남초등학교 승봉분교’ 교문을 지나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에 가까워가니 어렴풋이 음악소리가 들린다. 학교 건물 현관 신발장에는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동안 갔던 섬들은 학교가 없는 곳도 있었고, 있었으나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아서 일까, 음악 소리가 들리는 학교가 더욱 반갑다.
 
마침 학생을 마중 나온 학부모가 있어 이것저것 물었다. 승봉분교에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한명씩, 4학년만 두 명, 총 6명의 학생이 있는 것, 주로 승봉도의 발전소 직원 자녀들이 다닌다는 것, 본인은 승봉도에서 태어났고 중등교육을 받기 위해 승봉도를 떠났다가 이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다시 들어와 살게 되었다는 것,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소?대이작도에도 송전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후에 만난 신태식 선생으로부터는 정부지원으로 피아노, 주산 등의 방과후교실 수업을 하고 있으며, 이작도와 승봉도를 순회하는 영어교사가 있다는 것, 분교는 행정업무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40여년 전에는 120명까지도 다니던 학생이 현재는 6명 뿐이지만, 앞으로도 학교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주민들과의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그 지역의 미래를 더욱 밝고 생기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지친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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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복판에는 휴경지가 눈에 많이 띈다. 한참 벼가 무르익어가야 할 시기인데, 노란 벼 대신 진초록의 부들과 연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김경구 이장과 만나 이에 대해 물었다. 고령화로 손을 놓는 논이 있기도 하고, 과거 수입쌀 개방정책으로 휴경을 하면 지원을 해주면서 휴경지가 많아졌다고 전한다. 그래서 벼 대신 부들이 자라게 되었는데, 이 부들을 뽑고 그 자리에 연을 심어 연잎특화음식 개발과 관상용 연 재배 등을 위한 ‘연꽃단지’로 조성하는 계획에 대해 꺼내어놓았다. 작년부터 이장직을 맡아 승봉도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김경구 이장은 ‘연꽃단지’에 대한 계획과 더불어 승봉도 미래의 큰 그림도 이야기한다. 승봉도를 ‘치유의 섬’으로 조성해 바쁜 일상으로 지친 이들이 조금이나마 마음과 몸을 치유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 지난 6월, 안전행정부의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2014년부터 4년간 25억의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연꽃단지를 비롯한 해양레저교육, 오토캠핑장 등의 계획이 있다. 이 계획이 단지 소수 주민의 이익만이 아닌, 모든 주민과 승봉도 미래에 득이 되기 위해선 공동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한다. 하지만 현재 주민들이 각자의 생업으로 인해, 계획실행을 위한 인력이 부족한 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잘 조직되어 있는 ‘지역주민 조직’
승봉도는 ‘지역주민 조직’이 다른 섬에 비해 잘 구성되어 있다. 마을회, 부녀회, 청년회, 노인회, 어촌계, 다섯 개의 지역주민 조직이 있다. 다른 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청년회이다. 올해 조사단에서 갔던 섬 중, 백령도에도 청년조직이 있으나 승봉도 인구가 백령도의 오분의 일 정도인데, 청년회가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청년회는 현재 28명이 가입되어 있고, 56세가 제한이다. 보통 30대 초중반까지를 청년이라고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또한 청년회에는 남성만 가입 할 수 있고, 여성은 부녀회 활동이 가능하다는 말에 섬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첫째 날 저녁에 부녀회장을 만나 부녀회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29명으로 구성된 부녀회는 정부에서 선발한 11명의 독거노인에게 한 달에 두 번, 반찬을 만들어 준다. 한 달에 한번 마을회관을 거점으로 진행하는 무료급식에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보통 40여명의 노인이 찾아온다. 옹진군 자원봉사센터에서 재료비는 지원해 준다. 부녀회 활동에 대해 말하는 부녀회장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자부심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듯 했다.
 
1년 내내 일할 수 있는 섬
부녀회 활동 이야기를 마친 후, 1년 내내 승봉도에서 할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쉴 틈이 없을 만큼 바쁘다는 뜻이기도 하고, 먹고 살 걱정이 크게 없다는 말도 될 것이다. 봄이 되면 논밭을 일구고, 여름이 되면 관광객을 맞이하고, 가을이 되면 봄에 일군 논밭 작물을 수확하고, 겨울에는 굴을 채집한다. 바다에서는 굴뿐만 아니라 소라와 전복도 얻는다. 관광객이 적지 않게 유입되지만, 승봉도 주민 거의 민박을 하기에 민박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긴 어렵다. 그래서 농업과 어업을 병행한다. 농업, 어업, 관광업을 모두 할 수 있을 만큼 승봉도에는 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룻밤 머물고 싶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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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과의 대화를 마치고,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승봉도 구석구석을 다녔다. 안내판도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는데 이일레해수욕장, 목섬과 해안산책로, 촛대바위, 남대문바위가 주요 코스다. 도로와 안내판이 너무나 잘 구축되어 있어 그럴까. 배가 증편되면서 오전에 들어왔다 오후에 나가는 당일치기 관광객들과 차에 온갖 물품을 가지고 들어와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달가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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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정여행’ 이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육지보다 제약이 있는 섬에서는 ‘공정여행’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공정여행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고, 관광객들 또한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른 이들과 더불어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아무리 멋진 관광자원이라 하더라도 근시안적 방식이나 주민들이 동의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것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여기 좋죠? 사람들이 여길 와서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것들 건드리면 안돼요. 그죠? 이것들이 있어야 사람들도 찾아오고 좋아하죠.” 김경구 이장이 해안도로 옆을 빼곡히 채운 소나무 숲을 보며 한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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