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한국 최고의 아름다운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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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한국 최고의 아름다운 저수지
  • 이창희 시민기자
  • 승인 2013.10.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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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풍 따라올 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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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송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한층 더 유명해졌다. 주산지는 예전부터 사진작가들에게 빼어난 촬영지로 알려진 명소다. 저수지에 자생하는 150년 수령의 왕버들과 능수버들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사계절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며 여행객을 유혹한다. 이 저수지는 농업용수를 댈 목적으로 조선 경종 원년인 1720년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인 1721년에 완공하였다.
 
저수지를 만든 이후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고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주산지에서 동제를 지낸다. 이전리 사과밭을 지나 관광지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조용한 도로를 따라가면 보석처럼 숨어 있는 주산지를 만나게 된다. 잘 가꿔진 산책로를 따라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들이 서 있고 100여 미터의 제방을 지나면 드디어 주산지가 나타난다. 물 위에 비친 왕버들 그림자가 마치 물 속에 또 한 그루 나무가 자라고 있는 듯하여 초록의 물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상을 만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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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끝에 만들어진 수변 데크에서 주산지의 전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200년 전에 저수지가 만들어졌다면 이 왕버들의 수령은 얼마일까 상상할 수도 없다. 당당하면서도 고풍스런 왕버들 모습과 초록의 물빛이 마음을 사로잡아 오래 머물게 된다. 영화 세트장으로 주산지 위에 신비로운 모습으로 떠 있던 사찰은 철거되어 볼 수 없으나 주산지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새벽안개가 낀 풍광이 아름다운 3대 저수지 중 첫째가 청송 주왕산 주산지이고, 둘째가 전남 화순의 세량지이며, 셋째가 충남 서산의 용비지라고 한다. 전문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아름다운 저수지 순위다. 실제로 그렇다. 이 세 곳은 사진으로 보면 어느곳이 더 아름다운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열정적인 사진작가들은 그 풍경을 찍기 위해 꼭두 새벽부터 카메라를 들고 이들 저수지를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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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신비로움을 간직한 주산지, 수채화 같은 풍경의 세랑지, 깔끔한 전경의 용비지’ 3대 저수지 특징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주산지는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슬퍼지는 이유는 또 있다. 주산지 내 왕버드나무가 최근 몇 년 새 많이 죽어 현재는 10그루 남짓 남아서 늦가을 정취를 연출하고 있다. 그 10그루도 이젠 수명이 다 됐다. 이 저수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생해 온, 이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저수지가 될 지도 모른다. 향후 수 년간은 주산지에 가면 이들 10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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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주산지를 향해 떠나면 관광버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도권에서 주산지까지 이동하려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안동을 지나면 꼬부랑길이 많아 멀미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출발전에 키미테 같은 멀미약을 붙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영천에서 청송 주산지로 향하는 길은 자연 그대로 풍경을 만끽하기에 딱 좋다. 청송군은 서울특별시 면적보다 크지만 인구는 서울의 한 동네보다 적다. 3만 명이 되지 않으며, 매년 수백 명씩 줄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이란 단어가 적합하지 않은 청정자연 청송군이다. 없는 것이 참 많다. 고층빌딩이 없으며, 그 흔한 골프장도 없다. 단란주점은 있지만 룸살롱도 없는 곳이다. 영화관이나 공연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주산지에 방문하면 사과 맛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동네 상인들이 주렁주렁 밭에 열린 사과를 마음껏 시식하라고 쟁반에 잘라 놓는다. 또한 밭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를 보고 있노라면, 한 마디로 '멋지고 아름답다' 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상인들 말에 의하면 "요즘엔 기온의 변화로 대구보다 산골지역이 청송군 지역이 사과 농사가 더욱 잘 된다"고 귀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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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한 곳이다.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추억여행 장소로도 적합하다. 은행나무가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곳,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 손바닥만 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 순수 우리말 간판(뿅뿅 식당, 목터져라 단란주점, 까꼬아뽀까 미용실 등)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음이 급하지 않다면 주변 풍경도 즐기면서 가면 좋다. 창문은 반드시 열어야 한다. 청정한 공기의 신선한 기운을 맘껏 마시면서 달리면 건강에도 좋을 듯했다.
 
100년을 훌쩍 넘은 고목들이 저수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마치 공룡이 나오던 시절을 연상시키며 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물속에 비친 고목들은 수면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상하 대칭이 이뤄져, 데칼코마니 미술작품을 연상시켰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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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런지 주산지의 안타까운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나무도 죽었고, 저 나무도 죽었고’ ‘어! 우리 집 연못보다 조금 더 크네’ 등의 얘기들이 들려온다. 주왕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은 이 아름다운 저수지의 미래를 더 어둡게 했다.
 
“왕버드나무들이 수령이 다 돼서, 죽어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가 없습니다. 새 나무를 저수지 바닥에 심어봤지만 모두 3개월도 되지 않아 죽어버렸습니다. 청송군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조차 없습니다.”
 
조선 숙종 때(1720년) 계곡에 둑을 쌓기 시작해 생겨난 주산지. 그리고 그 계곡에 살고 있던 왕버드나무는 물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이어가 오늘날에 이르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3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었는데 이젠 3분의 1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3대 저수지 중 으뜸인 주산지가 그 모습을 계속 유지할 묘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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