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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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
  • 정민나
  • 승인 2013.12.1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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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정민나 /시인

인천 인.jpg

타클로반에 슈퍼 태풍이 몰아쳐 필리핀 레이테 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 하나가 쑥대밭으로 변하는 모습을 아이를 잃고 넋이 빠진 어머니처럼 지켜보았다.


그 초대형 폭우가 지나가고 며칠이 지난 지금 이곳은 한낮인데 도심이 희뿌옇고 목은 하루 종일 칼칼하다. 중국의 공업화로 생겨나는 미세 먼지가 이웃인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어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녹색기후기금(GCF)가 공식 출범하였다.

2020년부터 개발도상국들이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줄여한 한다는 소식이 우선 반갑기만 하다. 그런 목소리를 담은 기후변화회의가 우리나라 송도에서 문을 열었다는 것도 기쁘다. 신 기후체제를 이끄는 그 뜻이 나중까지 잘 발휘되어 환경오염으로 일어나는 지구의 재앙이 심각한 지경에서 딱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알바트로스 어미가 새끼에게

병뚜껑을 먹이고 있다

인형 머리가

물고기를 해변에 토해놓는다

우산 손잡이와 무관한

깃털이

라이터와 무관한

아가미가 발치에 흩어져 날린다

나는 숨이 차고

좌표를 잃는다

소보록하게

폐활량을 가득 채운 내장의 출처는

저 바람과 해류에게 물어야한다

로프 모니터 야구 장갑 노란 오리 파란 염산통 쪽지가 든 표류병 추락한 비행기 무지개 샌들……

보도블럭과 하수구를 흘러 태평양의 무풍지대에 이른

도시의 부유물들이

잘게 쪼개져

플라스틱 플랑크톤 대륙을 빙빙 돌리고 있다

내가 해를 바로 보지 못하고

그 거대한 환류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것은

바닷새와 무관하다

내 방이 볼리스로 산을 이루었다

몸부림칠수록

그물이 숨통을 조여 온다

*볼리스(bolus): 소화 안 된 음식을 토해내는 것.


- 강신애 「유령어업」 전문



어부들이 바다에 버린 그물이나 통발과 같은 폐어망, 폐어구들은 바닥에 가라앉아 썩지 않고 쌓여 바다 생물들을 해친다. 이것이 유령 어업이다. 물고기나 돌고래 같은 생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바다숲 (海中林)을 파괴하는 행위는 바다생물들을 해치는 것과 다름없는 일, 이런 인간 중심주의가 환경문제의 근본 원인인데 생태위기는 곧바로 생물계의 모든 구성원에게 다가온다는 것이 문제이다.


인간은 지구의 평범한 시민일 뿐 지구 환경의 공동체 안에서 평등의 원리를 외면한다면 앞서 말한 슈퍼 태풍이나 스모그 등 기후 변화나 생태 위기에 가차 없이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류가 구현해야 할 생존 전략은 자본의 논리를 넘어 자기 절제의 생태적 세계관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본의 원자로 피해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 들 때마다 불확실한 인류가 하루 빨리 자연의 무한 파괴에서 돌아와 해야 할 일이 인간과 자연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고심하는 일이라 여겨진다.


북한의 핵 개발이나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외에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기류는 오염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구 생태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1회 충전으로 218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기아)가 내년도에 출시된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기만 하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환경을 오염시켰다면 이제는 인간의 기술로 자연 생태계를 되돌려 놓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주택가, 공장 건물, 논밭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는 도시 타클로반의 천 만명 이재민들에게 각국에서 따뜻한 손길과 성금이 모아지고 있듯, 지금까지 인간의 기술 축적이 자연을 지배하는 착취적 도구였다면, 녹색 기술을 창안하여 성난 자연을 위무하는 것이 자연과 공생하는 인간의 도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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