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청소년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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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청소년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 이채원 청소년 인권기자단 기자
  • 승인 2014.04.2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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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집중도 되지 않고 문득 눈물이 날 때가 있다."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추정), 약 476명의 승객과 선원을 태우고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50명, 실종자는 152명, 구조자는 174명(23일 오후 2시 현재). 그중에는 약 325명의 안산단원고등학교(이하 단원고) 2학년 학생들 및 선생님들이 함께 타고 있었으나 겨우 28% 정도인 약 70명 가량만이 구조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고 발생 여드레째,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고 약 2시간 동안 구조된 인원말고는 아직까지 추가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은 채 시간만 애타게 흘러가고 있다. 사고지점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조류(바닷물의 흐름)가 세다고 알려진 맹골수로 부근인데다가 파도까지 높게 일고 있어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기사- Wall Street Journal.jpg
▲사건 발생 7일째. 온 국민이 절실한 마음으로 배 안에 갇혀 있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지금, ‘1학기 수학여행 전면금지’라는 정부의 지침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 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인천국제고등학교 2학년인 여학생 8명과 남학생 3명, 총 11명의 청소년들을 인터뷰 해보았다.

먼저 "이번 사고의 실종자 및 사망자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같은 청소년으로서 본인의 심정은 어떤가?" 라고 물었을 때 모든 학생들이 "같은 학생으로서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슬프다.", "방송에서 부모님들이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거나 다른 생존자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마음이 안 좋아진다." 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나이인데다가 청소년들은 ‘내가 저런 상황 이였다면...’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사고를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혹시 이 사고로 인해 본인의 생활에 지장을 받은 부분이 있나?"라고 물었을 때도 "뉴스를 보느라 시험공부를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아무 집중도 되지 않고 문득 눈물이 날 때가 있다."라는 답변도 있었으며 대부분이 자신의 생활에 어느 정도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이 사고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이번 사고와 관련된 뉴스를 많이 접했을텐데, 사고 전과 사고 후, 정부에 대한 신뢰도나 감정 등이 바뀐 것이 있나?"라고 물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전에도 (정부를) 믿지 않았지만 이 사고를 계기로 더욱 불신하게 되었고, 정부의 무능함을 눈으로 확인한 느낌이다."라고 답했다. 한 여학생은 사고 이후 무려 여섯 차례나 바뀐 피해자 수 때문에 정부의 무능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고에서 (침몰원인을 제외하고) 가장 잘못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고 후 정부의 대처를 꼽았다. 사고가 발생한 첫 날 구조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여학생은 "정부가 컨트롤 타워를 만드느라 만 하루를 허비했다고 한다. 그 시간에 구조작업이 빨리 진행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사망자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이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먼저, "선장의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있는데, 이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신상공개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이 아니고, 본인과 가족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금지시켜야 한다."라는 의견과 "이 사고는 선장의 무책임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이며 이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비난 받아 마땅하므로 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라는 의견이 정확히 반으로 나뉜 것이다.
 
두 번째 이슈로, "현재 잠수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계속 수색 및 구조작업을 펼치다가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대부분 "현재의 구조 활동도 충분치 않으며 국민들에게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므로 심각하게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는 한 구조작업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 남학생은 현재 상황으로 보았을 때 배 안에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희박하므로 구조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마지막 이슈로, ‘만약 본인이 탄 배가 위기상황에 놓인다면 본인은 주저 없이 물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안내방송을 믿고 기다릴 것인가?’라고 묻자 역시 "물에 뛰어들 것 같다." 혹은 "안내방송을 믿고 기다리겠다."라는 두 가지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학생들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기 상황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다의 상황이 늘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위기 상황에 물에 뛰어드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고로 인해 청소년들은 선장 및 안내방송에 대한 불신이 커져 이전과는 달리 스스로 판단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선박운행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고 정확한 사고 후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이후에 발생할지 모르는 선박 사고의 책임도 피해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선박을 이용한 수학여행이 계획된다면 참여할 것인가?", "안전교육에 대한 생각이 변한 것이 있나?"라고 물었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이 "계획된 거라면 가야겠지만 내키지는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선 안전교육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들에게 안전교육을 강화하여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수학여행의 존폐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 봐야 한다. 아무리 한 교통수단에 100명 이상의 학생을 한꺼번에 이용 할 수 없게 하고, 지난번에 발생했던 수학여행버스 연쇄추돌사고를 계기로 심지어 관광버스가 줄지어 다니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방안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뿐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만나본 이들 중 대부분이 우울해 하거나 집중을 잘 하지 못했고 학교 내에서도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지치고 아프게 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멍하니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정신적 충격이 커질 수 있고 ‘대리외상 증후군’ 즉, 자신이 겪지 않은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의 감정적 고통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TV 시청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 및 방송에서도 이들의 감정을 심하게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은 자제하고 청소년들은 옆에 있는 친구들과 마음을 추스르고 본인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천 청소년 인권기자단 이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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