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물들인 촛불의 물결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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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물들인 촛불의 물결 "잊지 않겠다"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5.1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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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적 진상규명 촉구, "17일 광화문에서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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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발생 25일째인 지난 10일 오후 6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에는 약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세월호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행동" 집회가 열렸다.

안산시의 중심가에 위치한 문화광장에'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의 주최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경인지역에서 노란리본을 달고 찾아온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인천시민사회단 연대 회원들이 버스를 대절에 찾아오는 등 경인지역 시민들이 대거 참여도 2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날 행사는 경기굿위원회의 여는 굿 살풀이춤으로 시작해 평소 가수가 꿈 이였던 단원고 희생자 학생의 생전 노래음성, 태안 불법 해병대캠프 사고 유족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안산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주축이 돼 만든 ‘엄마들의 노란손수건’ 모임 대표 3인이 나와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격문 낭독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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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권영국 변호사는 전날 청와대 앞에서 유족들에게 공개사과하며  KBS 길환영 사장이 약속했던 김시곤 보도국장의 해임약속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직 변경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범국민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상임이사는 "4월16일을 기점으로 우리사회에서 사라졌던 공감의 힘이 생겼다"며 ""우리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또 다시 잃지 않기 위해 잘못된 나라와 시스템, 돈만 추구하다 내팽개친 안전무시 풍조를 고쳐야 한다"며 "유족의 뜻을 받아 시민사회단체가 통합 대책기구를 만들고 있는데 이 문제 해결될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역설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안산시민 합창단이 가요 <거위의 꿈>을 합창했고 청주들도 노래를 따라 불렀다. 사회를 맡은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가 “합창단 중에 가수가 꿈이었던 단원고 고 이보미 학생의 언니가 함께했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이 애타까운 마음을 담아 유족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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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사회자는 이어 눈물을 흘리며 단원고 학생 희생자의 두 학부모를 무대에 모셨다. 고 박수현의 아버지 박중대 씨가 먼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박씨는 “이 사건이 강남 등 소위 일류 집단에서 일어났다면 대응 속도와 방법이 달려졌을 것이고, 분명 그 결과도 달랐을 것”이라며 “못난 애비를 용서하고 믿었던 조국 대한민국의 배신도, 숫자도 세지 못하는 공무원을 용서하고 위급시에도 도대체 움직일 줄 모르는 못난 국가를 용서하라”고 당부했다. 박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의 말미에 추신으로 “그곳에서는 대한민국의 언론은 듣지도, 보지도, 믿지도 말아라”고 덧붙였다.  

함께 무대에 오른 단원고 고 김동혁 학생의 어머니는 학생들이 남긴 동영상 속에서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동생을 걱정했던 고 김동혁 군을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남겨줘서 고마웠다. 지금이나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무대에 올랐다”며 “가장 힘든 시간에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려 청중들까지 눈물 젖게 했다.

생존 학생의 학부모인 장동원 씨도 무대에 올랐다. “언론이 무서워 올라오기 힘들었지만 유가족 부모님들이 얘기하시는 것을 듣고 만나뵙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무대에 올랐다”며 “8일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희생자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살아난 아이들이 희생된 친구들의 모든 것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아픔이 있고, 잊지 못하겠지만 이겨낼 것이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꼭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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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주최한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에서는 대표 3인이 나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모든 수단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할 것”과 “생존자·희생자·실종자 가족의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할 것”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나설 것이며 추모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 선언하면서, 오늘 17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만 명이 시민이 모이자고 제안했다.

8시 20분쯤 안산문화광장에서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은 안산시청 앞을 지나 중앙역까지 약 3.5Km를 촛불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약 40분 동안 행진한 후 마무리됐다. 

이날 추모집회는 안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서울 청계광장에서도 종교단체 주최로 5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대전, 제주, 강릉, 광주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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