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소방관 "소방본부로 격하, 사명감마저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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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소방관 "소방본부로 격하, 사명감마저 없어져"
  • 양영호 기자
  • 승인 2014.06.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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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방관과의 술회, "시스템 문제, 여전히 심각하다"
<화재 진압중인 소방관>

시민안전과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소방관들은 요즘 일할 맛이 안 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장비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조직의 지위마저 떨어지는 상황 놓이자 소방관들은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마저도 사라져버리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고양시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한 여고생이 일산 소방서 소방관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는 등 소방관들은 매일 목숨을 걸고 시민들을 구한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서 소방방재청이 소방본부로 격하돼 그 아래 편입되는 내용의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이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소방관들은 장비 지원도 변변치 않게 해주면서 사명감 하나로 일해오던 소방관들 마음을 더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에 한 소방관은 “이번에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계급 하나가 없어진다. 지금까지 묵묵하게 시민의 손발이 돼 왔는데 일선 소방관들의 사기를 툭툭 떨어트려 놨다. 왜 해경을 해체하면서 덤으로 소방방재청까지 끌고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소방관들만 아주 우스운 꼴이 됐다. 제복 공무원을 이런식으로 두면 일사불란한 지휘가 어려우니 경찰처럼 소방도 소방청으로 독립하게 해달라는 것이 애초 우리의 요구였다”며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소방관은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특정직인데도 자치단체 아래 속하다보니 지자체장과 소방방채청장 등 시어머니가 2명인 형국”이라며 “현재 소방의 명령체계는 각 자치단체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복을 입혀 계급장까지 달아놓은 이유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통해 빨리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를 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게 명령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선 대형재난이 일어날 경우 소방본부장 지휘와 시장의 지휘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일이 일선 소방관에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간혹 소방본부장과 시장의 의견이 서로 다르면 누구 말을 따라야 할까. 우리가 국가직이라면 소방 쪽 명령이 우선일 테지만 현재 우리 소속은 지방직이라서 결국 시장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는 소방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관은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일분일초가 시급한 재난 상황에서 전문가가 아닌 정치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얘긴데 누가 소방관을 믿겠나”라며 현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한 여고생이 일산 소방관에게 보낸 감사 편지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한 여고생이 일산 소방관에게 보낸 감사 편지 >

실제로 전문가들도 이와 같이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열린 ‘효율적인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 토론회에서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방업무, 지금 국가직과 지방직이 혼재돼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이원화 조직이다. ‘지방화 시대에 지방직으로 있는 게 어떠냐’라는 질문 많이 받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소방서비스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 누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역으로 묻고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은 전무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중차대한 업무는 군·경찰과 마찬가지로 지방사무가 아닌 국가사무로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보편적 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함이 마땅하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예산으로 해결해 주면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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