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신임 인천시장님께 드리는 음악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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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신임 인천시장님께 드리는 음악 편지
  • 배영수
  • 승인 2014.07.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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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듣는 세상] 3

 
별로 존경하지 않는 유정복 신임 시장님. 이틀 전 시장님의 공식 취임 소식을 들었습니다. 직접 참여하고자 했지만 초청 인사들이 따로 있다는 얘길 듣고 자칫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입장이 될 것 같아 가지 않았습니다. 1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 취임식 소식을 들으며, 서울이나 경기 지역의 광역단체장들이 간소하게 취임식을 대신한 것과 비교해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리고 들린 소식에 의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취임 축하 화환이 인천시청사 시장실 복도까지 가득 찼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많은 화환들이 도착할 것 같은 분위기에 시장님께서 생각이 있으셨다면 화환을 쌀 등으로 대신 받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진행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거기까진 머리가 돌지 않으셨나 봅니다.
 
뭐, 그건 그렇다고 해 두죠. 다만 제가 시장님의 당선 이후 행보를 보면서 느낀 건 “‘당선’이라는 달콤한 향수에 너무 빠져 있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우선 시장님은 당선 소감부터가 문제더군요. 선거 때 여러 공방을 벌인 것은 그렇다 치지만 낙선이 된 사람이 전임 시장이었으면 당선인으로서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것은 일정 부분의 예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당선이 된 이후로도 소위 ‘깎아내리기’는 지금까지도 멈추시지 않으시더군요. 선거기간 중 언론과의 인터뷰 상당 부분에서 “송영길 시장은 정치적으로 시정을 하는 것 같다”고 하셨던 분이, 이미 낙선의 고배를 마신 사람을 그렇게 폄훼하고 있으니 다중인격장애를 겪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향후 시정이 좀 우려스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마추어 시장은 한 번으로 족하다”라는 그 문구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으시더군요. 지금도 많은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시장님이 취임하기 전까지 송영길 씨가 안상수 씨보다는 시정을 잘 이끌어왔다는 의견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인천시 재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안상수 씨는 프로페셔널한 시장으로 보신다는 이야기인데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신 분이신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사실상 ‘사기분양’으로 인해 얼마 전 한 명의 입주민을 불에 타 숨지게 했던 ‘영종사태’가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를 아신다면 소위 ‘아마추어 드립’을 그리 쉽게 던지진 못하셨을 텐데 말예요.
 
취임 전 한 언론사에서 당선도 되기 전 총무과장과 부대변인 등을 대기발령하겠다고 통보 내렸다는 소식, 시장님도 기억하실 겁니다. 시장님이 보도의 ‘진원지’였으니까요. 지역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보류시키셨죠. 거기에 취임식을 준비한다고 시민 주머니에서 모인 혈세 1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려졌고요. 또한 인수위를 준비하지 않는다 하며 겉으론 돈 안 쓰고 일 하겠다면서, 실상은 인수위의 규모와도 같은 이름만 다른 팀을 만들어 인수인계 활동을 했던 것도 언론을 통해 이미 다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이런 뉴스들을 보면서 전 “인천 시민들이 제대로 속았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는 저만의 느낌은 아니더군요. 제 주변에서 저와 커뮤니티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동료 기자들과 일부 지역 유지 분들까지, 벌써부터 “속았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계시더군요.
 
물론 그분들의 성향이 시장님과 다르기에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는 봅니다. 그러나 지난 번 호화 밥값 논란에 대해 당선인 측에서 꺼낸 해명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해명 자체가 참으로 코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국민들한테 윤택하게 하라고 지원됐을 정치자금을 호화 식당에서 쓰고, 이것이 논란이 되자 당선인 측에서 한다는 얘기가 “몇십 만 원짜리 밥 먹은 게 뭐 큰 대수냐” 라니요. 몇십 만 원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닙니다. 서민들에게 몇십 만 원이 굉장히 큰 돈임을 정녕 모르셨던 건가요? 이런 변명을 하는 심성의 시장님이 과연 얼마나 서민을 달래주는 시정을 펼칠 것인지, 저는 벌써부터 걱정스럽습니다.
 
유 시장님. 시장님의 당선은 (죄송하지만) 시장님이 갖고 있는 자체적인 콘텐츠로 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시장님이 갖고 있다 하는 인천시의 콘텐츠는 “나는 인천에서 태어났어”라는 출신, 그리고 문서화된 공약 정도였는데 사실 이는 파워포인트 잘 하는 인천 태생의 고등학생들도 얼마든 제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콘텐츠의 실체가 없었단 얘기죠. 본인이 갖고 있는 인천 발전의 콘텐츠는 하나도 없었고 [인천일보]와의 인터뷰 때도 인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시기도 했습니다. 시장님의 당선은 사실 시장님 본인보다 ‘박근혜’라는 대통령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과 진한 커뮤니티가 있으니 그것이 연계가 되어 보다 많은 국비를 인천으로 끌어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거죠.
 
그런데, 예전 안상수 시장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위 ‘라인’이었던 점 잘 아실 테죠. 그런데 안상수 씨가 끌어온 국비 규모를 보면 그야말로 한숨만 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그게 안상수 씨가 노력을 안 했을까요? 본인은 나름 엄청 노력했을 겁니다. 근데 잘 안됐던 거죠. 국비를 끌어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당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예산도 끌어오지 못해 전액 시비로 지어 인천시민 등 굽어지게 할 뻔한 것을 송영길 시장 시절에 통 사정을 해서 적은 예산이나마 끌어오게 됐던 거예요. 친한 사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끌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국민 혈세로 모인 국비라는 거거든요. 시장님이 그걸 아시는 분이셨다면 “힘 있는 시장”이니 하는 표어는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선거기간 중 TV토론회에서 국비를 기업 돈 끌어오듯 생각하시던 걸 보면서는, 그것이 “힘 있는 시장”이라는 표어의 원천이라는 점이 파악되어 경악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저 분이 용감한 걸까, 아니면 무식한 걸까” 라는 생각에 잠이 다 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과연 얼마나 국비를 끌어오실지 보겠습니다만, 사실 저와 제 주변은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가능했다면 진작에 인천시는 누구의 손이든 그리 되었을 테니까요.
 
시장님. 이제는 당선인의 자격에서 더 위로 올라가 실질적인 시장님이 되셨습니다. 어떤 시민은 원했을 거고, 어떤 시민은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했던 시민과 원치 않았던 시민 모두가 윤택해지는 것이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로서의 시장님이 하셔야 할 일입니다. 이는 선거기간 중 송영길 씨를 향해 시장님이 직접 말한 것이기도 하죠. 본인 입으로 말씀하셨으니 이제 잘 지키셔야 할 텐데 벌써부터 대기발령 등의 인사보복 논란으로 소위 ‘패거리 정치 쇼’를 보이셨고, 재정이 그리 어렵다 말씀하셨던 분이 1천만 원의 예산을 써서 취임식을 하셨고, 최근까지도 정치자금으로 호화식당을 다닌 등의 보도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소위 ‘털림’을 당하고 계시는군요. 이게 과연 300만 인천시민이 원했던 모습이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그 이유가, 시장님께서 아직 당선 때의 황홀함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시장님. 이제 시장님은 “당선인”이 아니라, 정말 “시장”입니다. 당선인의 낭만에 계속 취해 있지 마시고, 이젠 숙취음료 하나 드시고 정신 좀 차려주세요. 향후에도 전 시장님께 편지를 드릴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다음에 보내는 제 편지가 지금보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되길 바랍니다.
 
시장님을 위해 80년대 초반 발표했던 팝송 하나 추천해 드립니다. 이 곡 제목처럼, 이제 당선 당시의 낭만과는 ‘안녕’ 해 주시길 바랄게요.
 
인천시민 배영수 드림.
 
* Ozzy Osbourne – Goodbye To Romance
 
http://www.youtube.com/watch?v=OIUw-rqDg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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