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심 '화약고', 안전 매뉴얼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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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심 '화약고', 안전 매뉴얼은 있나?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8.01 0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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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일보 협약] 도심 한가운데 석유화학공장 증설, 어쩔 셈인가?

1972년 경인에너지 화력발전소 및 정유공장 준공식 장면. *사진출처=국가기록원
 
인천 서구 원창동, 신현동, 석남동과 인접해 자리 잡은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이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공장은 1969년 경기도 인천시 시절 도시의 외각 해안지대인 원창동 100번지 일대에 경인에너개발주식회사로 설립돼 가동이 시작된 곳이다. ‘경인에너지’로 불리던 이 공장은 한때 인천을 대표하는 공장의 하나로 불리다가 1994년 한화에너지(주)로 불리다가 1999년 현대오일뱅크로 넘어가 인천정유(주)로 상호가 바뀌었다. 2005년 대기업 SK(주)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래 ‘SK인천정유’로 불리다가 2013년 SK인천석유화학으로 새출발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정유공장 이외에도 정유를 정재해서 나오는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 증설을 추진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공사 허가를 득해 시험가동을 마치고 지난 24일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한만송, [SK인천석유화학 갈등으로 본 인천 도시개발의 문제], <황해문화> 2014년 여름호 참조)

인천시민들에게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경인에너지는 두 가지 이미지로 기억된다. 하나는 76이라는 상표를 내건 한국화약의 석유제품 상표고, 다른 하나는 경인에너지 벚꽃길이다.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그룹이 설립한 경인에너지는 1968년 미국 유니온오일사와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해 설립된 것인데, 이듬해 2월 인천 정유공장과 화력발전소 공사에 착수해 71년과 72년 잇따라 준공했다. 54만 2000평의 부지에 연인원 108만 명이 동원되고, 1억 4000만 달러의 건설비가 투입된 정유공장은 하루 5만 배럴의 유제품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판매했다고 한다.

1972년 4월부터는 '76'이란 숫자가 적힌 상표를 넣은 유류 판매를 개시한 경인에너지는 이듬해부터 나프타, 솔벤트유, 휘발유, 경유, 중유 등 석유류 전제품의 생산을 시도하며 오일쇼크가 터지는 와중에 급성장하기도 했다. ‘76’이란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이 마크는 경인에너지의 합작투자회사인 유니온오일이 30년대 초반 당시로서는 최고의 옥탄가 휘발유 제품을 개발해 시판에 들어가면서 그 옥탄가 숫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숫자니 싱거운 외제 상표였던 셈이다.([경제비사-최고 옥탄가 휘발유, 전설의 '76' 주유소 탄생], <충청투데이> 2005. 2. 15 참조)

경인에너지가 인천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온 것은 벚꽃길이다. 경인에너지는 1985년부터 최근까지 4-5월경 벚꽃 개화시기에 맞추어 공장 부지를 지역주민에 개방하는 벚꽃축제를 개최해왔다. 한때는 약 1만 5천명 이상의 관람객이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이 공장을 방문했다. 부지 안에는 40년 이상 길러진 벚꽃나무, 밤나무, 배나무 등의 600그루가 있어, 한때는 우리나라 3대 벚꽃 군락지로도 이름이 알려졌으나, 지금은 어느덧 가보고 싶은 않은 위험한 길로 변모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위해성과 안전성 논란은 시험가동 중 발생한 가스누출 사고와 악취, 화염 누출 등으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벤젠, 톨루엔 등 1급발암물질 송유관이 거리에 그대로 노출돼 안전사고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급기야 지난 7월 11일, 증설된 공장을 시험가동하다가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나프타가 공기 중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흘만인 14일에는 또다시 SK공장의 가스 배출 설비에서 화염이 일고 타는 듯한 냄새가 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인근지역 주민들은 저녁마다 SK공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청라국제도시와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사진=이희환

석남동, 원창동, 신현동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인접한 청라국제도시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까지 나서 이제는 공장 가동중단을 넘어 공장이전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방침이이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이 처음 설립된 1969년 무렵엔 이곳이 그야말로 해안벽지였지만, 지금은 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해 인구 24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도심 한가운데로 변모했다. 반경 2.5Km 이내에는 초중고 학교가 31개나 위치해 있는 이곳에 화학공장 증설을 허가한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도시계획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우리보다 환경후진국인 중국의 작은 도시에서도 반대하는 세계 최대 단일 파라자일렌 공장을 인천 서구, 그것도 경제자유구역인 청라국제도시 옆 인구밀집지역에 짓게 한 행정을 질타하고 있다. 주민들은 울산 국가화학산업단지에 SK와 S-OIL, 여천/남해 국가화학산단에 GS칼텍스가, 대산에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 등이 위치한 것처럼 SK인천석유화학 공장도 국가화학산업단지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전하다고만 강변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왔다. 그렇지 않아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 문제가 최대의 과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인구 24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서구에 증설토록 허가해준 것은 잘못된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매뉴얼을 인천시와 서구청,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갖고 있는가?

산업화시대 공업도시 인천의 도시인프라가 오늘날 인천을 옥죄고 있는 시절들이 너무도 많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는 경인고속도로, 경인철도를 비롯해 주거와 공업지대에 혼재한 공장시설들, 서울의 배후항만도시로 편재하다 보니 가설된 화학발전소와 송도 LNG저장시설 등 인천이 평화롭고 안전하며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 재구축해야 할 위험시설들이 너무도 많이 들어섰다. 이제라도 정부와 인천시, 정치권이 나서 분명한 원칙과 긴 안목을 가지고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 우선 당장 시급히 안전 매뉴얼부터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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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무서워 2015-01-20 05:27:15
실제 화력발전소가 같은 출력의 원자력 발전소보다 100배 많은 방사능을 대기에 방출시킨다고 하죠
정말 시대착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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