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느님의 대리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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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느님의 대리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 조경숙 아네스(인천시민시회단체연대 사무국장)
  • 승인 2014.08.06 22: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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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빛으로 오시는 분께 드리는 기도

 사진출처=교황청

“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5)


아픔만이 넘치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 30여년 만에 당신이 오시는군요...

저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 정리하는 나름대로 독실한 신앙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과 그리스도의 부활과 구원이라는 명제 사이에 한없이 혼란스럽기만 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이 있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푸르디 푸른 수백 명의 목숨들이 눈앞에서 수장당하는 걸 손놓고 보면서, 군대라고 하는 국가기관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곳에서 수개월간에 걸친 집단적인 폭행과 고문으로 온몸에 시퍼런 피멍만 남긴 채, 가족의 가슴엔 그 피멍보다 더한 피울음을 남긴 채 주님의 품으로 떠나간 젊은 목숨을 보면서,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는 구럼비바위와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괴물같은 해군기지를 보면서, 늙은 노구를 이끌고 마지막 수치심까지 버리며 손자같은, 자식같은 이들 앞에서 알몸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밀양송전탑을 반대하며 싸우는 우리들의 어머니를 보면서 저의 신앙까지 의심스러워지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절망의 끝에서 들려온 당신의 방한 소식은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아... 예수님 부활을 경험하는 듯 했습니다.

가끔 성당의 중고등부 아이들이 묻습니다.

정말 예수님은 계시냐고? 기도하면 들어주시냐고? 전에는 힘주어 확신에 찬 신앙고백을 아이들 앞에 할 수 있었지만 작금의 상황들을 보면서 혼란에 찬 그 신앙고백을 더 이상 아이들 앞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거짓말 하는 것 같아서... 아이들한테 하느님이 역사하시는 이 세상이 왜 이 지경인지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던지는 메시지들...

감히 누구도 던지지 못했던 ‘통제되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임을 선포하며, 당신은 복음(구원에 대한 기쁜소식)의 중심에는 “자비와 친절“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렇지 않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도 없고, 우리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우리들을 치유하고 우리들을 구원하기 위해 주님을 보내주신 성부(聖父)의 친절을 이해할 수도 없다고도 하십니다. 그리고 가난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과 재산’이라는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 없음을 마태오복음에서 자캐오의 선행을 들어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우리들이 가난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생애 마지막 날에는 계산될 것이라 하십니다. 가난한 삶이야말로 신앙인이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이요, 하느님의 섭리에 가장 가깝다라고도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약손을가진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중인 세월호 유족들과 수놓기를 하였다. *사진=성효숙 

 그 메시지의 중심은 자비와 나눔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강정마을의 비극, 밀양 송전탑, 용산 참사 등등, 따지고 보면 모두가 돈과 권력을 위한, 돈과 권력을 앞세운 사회적, 구조적 폭력입니다. 자비와 사랑이 중심인 복음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들입니다. '자비와 나눔'을 몸으로 보여주는 당신의 실천이, 이 땅의 신앙을 다시 세우고 예수부활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의 일정 중에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이 있느니 없느니, 강정을 방문하니 마니 등으로 언론이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다 ‘성모승천대축일미사’에 세월호 유가족, 강정마을 주민들, 밀양의 할머니들, 용산 유가족까지 초대하시는 것으로 일정이 정리된 것으로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 일정 중에는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 일정도 있더군요...

하지만 노파심에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단순한 일정소화가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면담이 아니라 이 땅이, 힘있는 자들이 진정 당신의 행적을 이해하고 본받아 구조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당신의 권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고자 하는 당신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가호가 함께 하길 기도드리겠습니다!

 

2014년 8월 6

당신의 권능을 간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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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천사 2014-08-07 09:50:35
주님의 뜻이 이 땅에 꼭 함께하시길...
교황님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해주시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만, 그분의 모습을 보고 가톨릭 신자들이 느끼는 바, 행동하는 바가 좀 있기를 바랍니다.
신자들이 성당안에서만 착한 주님의 자녀가 아니라 성당을 나와 사회에서도 주님의 자녀로서 모범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 모습이 바로 복음 전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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