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남북공동응원단이 남북관계 물꼬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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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남북공동응원단이 남북관계 물꼬 텄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0.05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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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 없는 응원해줬다" 평가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응원단'(공동응원단)은 지난 9월 15일 북한과 중국의 남자축구 예선전이 펼쳐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첫 공동응원을 하며 활동을 개시했다. 이후 20일과 21일, 29일 연이어 ‘집중 공식 공동응원’을 펼치며 응원단이 없는 북측선수들을 성원했다.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은 축구와 같은 대중적 관심이 큰 경기에 집중응원을 전개하는 것 이외에도 단체별로 역도, 탁구 등 다양한 종목에 걸쳐 총 20경기 이상에서 진행됐다. 26일 안산, 28일 화성에서 이루어진 북측 경기에는 경기도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공동응원단이 활발한 응원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응원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공동응원단 지원을 위해 인천시가 세운 예산이 지급 보류된 배경에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 부처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또 조직위가 북한 선수단 경기의 매표 현황을 묻는 공동응원단 측에 '매진'되었다는 거짓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공동응원단 활동이 활발히 이어지는 와중에 공동응원단 단체 티셔츠에 특정회사 이름이 적혀 있다며 착용을 불허해 또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1년 6개월 전부터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준비했던 남북공동응원단에 대해 전임 송영길 시장은 3,900만원 지원금을 세웠다. 그러나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 이후 남북공동응원단 활동에 편성됐던 이 예산은 지원이 전면 중단됐다. 그 때문에 남북공동응원단에 참여했던 인천시민들은 모두 자비를 들여 조직위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남북공동응원단은 인천시와 조직위의 이와 같은 비협조적 조처에도 굴하지 않고 남북화해와 평화를 위한 공동응원을 계속 전개했다. 지난 9월 29일 북측 대 한국의 여자축구, 10월 1일에 열린 북측 대 한국의 남자축구에서도 공동응원단은 북측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활약했다. 보수파의 움직임을 염려해 평소보다 더 많은 경찰이 투입됐지만 경기는 별 탈 없이 끝났다.

10월 1일 개최된 북측과 일본의 여자축구 경기장을 찾은 한 시민은 “당연히 한 동포인 북을 응원했다. 이념과 사상은 분명 다르지만, 한 핏줄, 한 동포, 그리고 사람과 사람간의 그 끌림을 경험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북측선수가 골을 넣을 때는 ‘일본응원단’을 제외한 모든 관중이 환호하며 북측의 승리를 기원했다.

▲ 9월 29일 북한 대 한국 여자축구에서 승리한 북측선수들이 공동응원단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일 폐회식에 참석한 북한 실세 3인방이 ‘공동응원단의 활약’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북한의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 북한의 핵심 실세들로 구성된 최고위급 인사들이 4일 오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이유로 깜짝 방문한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4일 도착 직후 가진 남측 대표단과의 환담에서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 없는 응원을 했고 이번 경기대회 편리를 남측 조직위에서 잘 보장해줬기에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대규모 대표단 선수단이 근 20일 이상 온 것을 보나 인민들이 사심 없는 응원을 보나 텔레비전 보니까 구호도 부르고 통일기도 다 흔들면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다시 말하면 조국통일을 위한 데에서 앞섰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비서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곽경전 남북공동응원단 공동집행위원장은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이 남북의 물꼬를 트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로 들린다. 지난 1년 6개월간의 온갖 고생과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회 개최 직전까지도 북한 응원단의 불참 등 악재가 계속된 속에서도 북한의 실세 3인방이 폐막식 참석과 북한 선수단 격려를 명분으로 폐막식 전날 깜짝 방문을 통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남북공동응원단이 헌신적으로 조성한 "조국은 하나다"라는 남북해화 무드를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천시민들로 구성된 남북공동응원단의 활동이 이명박정권의 5.24조치 이후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일거에 화해시키며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게 된 유력한 배경이 되었다는 평가다. 

4일 오후 인천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아주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 대표단으로 오셨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잘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되겠다"며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남북관계도 그 수확을 거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양건 비서는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왔다"고 화답했다.

또 김 대남비서는 “인천아시안게임은 조선민족의 힘을 세계에 과시한 뜻 깊은 대회였다고 생각한다”며 “북과 남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전체 민족에게 큰 기쁨과 자랑으로 생각한다. 축구는 북과 남이 독차지했다”고 말했다.


▲ 북한선수단에 손을 흔드는 북한 대표단. 사진출처=SBS뉴스 켭쳐화면

결국 북한 실세 3인방의 전격적인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은, 꽉 맞혔던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고 우리정부가 북한측에 요구했던 '제2차 고위급 회담' 개최에 대해 약측이 합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 대표단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의 말을 전해오고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는 의미있는 제안까지 이루어졌다. 

곽경전 집행위원장은 "애초에 우리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응원단이 내려왔다면 대회 분위기가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남는다. 그나마 공동응원단에 참여했던 인천시민들이 헌신적으로 응원에 나서줘서 기대하지 못한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북한 실세 3인방이 전격적으로 방한한 10월 4일은 10.4남북 공동성명이 채책된 날이기도 하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시민들로 구성된 남북공동응원단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풀리는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인천이 남북화해를 위한 평화의 도시로 진취적으로 나아가느냐 인천시의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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