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정치에 영향받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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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정치에 영향받지 않아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0.16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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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듣는 세상 - "정치와 문화는 최대한 얽지 않는 것이 바람직"

사진은 일반 시민들이 야외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으로, 특정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음.

얼마 전 저는 인천시의 문화예술분과 업무를 보는 공직자 한 사람과 다른 취재와 관련해 전화통화를 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 공직자의 말에 의하면 “시 재정난이 닥쳐 문화예술분과에 해당하는 사업의 예산은 전액 삭감이나 축소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몇몇 행사들은 예산이 더 늘어나거나 장려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한 자료가 혹시 있느냐고 묻자 “아직 구체적인 자료는 없었다”고 합니다. 요즘 시의회가 정례회 기간이니 각 상임위에서의 결과가 모두 나오면 이것 또한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공직자도 갖고 있지 않는 자료를 외부인인 제가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것이 내부에서 공직자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로 분명히 제 귀로 직접 들은 것이었고, 과거 시민사회 일부가 이런 비슷한 의혹을 보냈던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사실 그간 시에서 장려되어 온 문화예술분과의 사업들이라면 대외적인 광고가 가능한 몇몇 음악 페스티벌을 비롯해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시민들의 문화생활 영위를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예술회관의 경우 올해가 설립 20주년이라 예전보다는 많은 주제의 공연들을 시설 내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중 ‘밴드 데이’나 ‘클래식 시리즈’와 같은 몇몇 주제의 브랜드 공연은 대외적인 반응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예술회관 측 관계자와 잠시 전화통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통화내용에 따르면 주먹구구로 하지 않고 이렇게 특정 주제를 따라 브랜드화시킨 공연들을 내년에는 상당수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조금 높다고 합니다. 이유는 여러분들도 많이 아시듯 재정난이라고 하더군요.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내부에서는 “돈이 없어서 제대로 기획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니 7~8년은 조용히 참고 지내면서 가자”는 분위기가 있다고도 합니다.

혹시나 싶어 그 관계자에게도 몇몇 행사들의 예산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었거나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답변은 “그렇다” 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일부 정치인이 압력을 넣는듯한 느낌이 있었다는 말도 함께 들을 수 있었죠. 일하는 모습은 잘 안 보이는데, 행사엔 빠짐없이 참석해서 기념촬영도 하고 그것을 자기 PR로 삼아 선거에도 이용하는 작업을 유독 자주 보이는 정치인이 있으며 그들이 그렇게 PR을 하기에 용이한 공연 및 행사들은 오히려 장려되는 측면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이죠.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시 소속 문화예술분과에 있는 공직자들까지 이를 느끼고 기자인 제게 이런 이야기를 직접 할 정도라면, 도대체 몇 년 동안 이렇게 정치인들이 소위 ‘광을 파는’ 행사들을 그간 쉬쉬하며 장려하고 있었다는 것일까요.

[인천in]의 후원독자 분들 혹은 이곳을 자주 오시는 시민들은 잘 아시겠지만, 현재 시는 재정난에 빠져 있습니다. 토건에서 발생한 엄청난 예산 펑크를 토건이 책임지지 못하고, 현재는 “시민들의 생활전선과 직접 연관은 없지 않느냐”를 이유로 문화계가 이것을 뒤집어쓰는 형국입니다. 때문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무척 열이 올라 있는 상태고 시가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를 대신 취재활동을 하던 제게 불같이 토해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지자체가 재정난에 임했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소위 ‘봉’과 같은 역할에서 언제나 자유롭지 못했던 영역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행사들에 대한 예산의 삭감과 축소 등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지원을 들락거리는 정황이, 저와 전화로 이야길 나눈 공직자들의 말대로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홍보 등을 위해, 돌아다니면서 지역의 문화영역을 난도질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인천지역의 정치인들은 무릇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일꾼 역할보다 외유를 즐기는 정치인들이 소수 있었다는 이야기로도 해석 가능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준비해 봤습니다. 본디 서수남과 하청일이 부른 번안곡으로 원곡은 Hank Snow의 ‘I've Been Everywhere(영어 제목도 그들과 정말 잘 맞는군요!)’인데, 이 영상에서는 서수남씨만 등장하네요.


서수남 - 팔도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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