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들썩'… 서민층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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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들썩'… 서민층 '휘청'
  • 이문일
  • 승인 2010.06.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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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인상 조짐까지…물가상승 우려 가중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가 했더니, 물가가 들썩이면서 서민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서민들은 자꾸 오르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고 아우성이다.

인천의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생필품 가격을 보면, 2007년 6월 이후 3년 동안 평균 27%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서민 밥상에 자주 오르는 양파는 2배 가량 오름세를 보였다. 양배추(180%), 대파(150%), 오징어(130%)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생활필수품인 화장지는 24%, 커피믹스도 21% 오르는 등 공산품 가격도 꽤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내린 품목으로는 쌀(-18%)이 대표적이다.



주부 윤지나(45)씨는 "20년 가까이 가계부를 써 왔지만 이렇게 식비가 많이 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요즘 돈 들고 장을 보러 나가면 겁부터 난다"고 하소연했다.

물가상승은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상으로도 확인된다.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몇 개월 사이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올 3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소비자물가는 4월 2.6%, 5월 2.7% 등 상승세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LPG 및 전기 사용료, 시내버스 삯 등 공공요금 인상이 억제됐지만, 선거가 끝난 뒤 이들 요금 인상론이 고개를 들면서 물가상승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이질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회복으로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진데다 각종 물가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물가협회 식재료 값 조사=최근 몇 년 사이 과일과 채소값이 급등하면서 4인 가족의 저녁 밥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5년 전에 비해 4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4년부터 5년 동안 3.4~6.9%에 머물렀던 명목 임금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소득보다 앞서가는 물가 상승에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며칠 전 한국물가협회가 최근 5년간 저녁 밥상(4인 가족 기준)에 들어가는 식재료 가격추이를 분석한 결과, 6월 현재 밥상 비용은 2만4천63원으로 5년 전에 비해 4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밥상에 오르는 메뉴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가 제시한 4인 가족의 저녁 표준식단을 기준으로 삼았다.

식단은 잡곡밥(쌀 300g, 보리 100g, 적두 50g, 차조 30g)과 시금치 된장국(시금치 400g, 된장 800g), 제육볶음(삼겹살 500g), 야채(상추 400g, 깻잎 200g), 오이 생채(오이 2개), 그리고 후식으로 요즘 제철 과일인 참외(400g)로 구성됐다.

이 같은 식단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2005년 1만7천21원에서 2006년 1만8천706원으로 올랐다가 2007년 1만7천739원으로 잠시 내렸으나 2008년 2만113원으로 처음으로 2만원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2만296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오른 데 이어 올 들어 냉해와 폭설 등으로 채소와 과일 값이 급등하면서 2만4천63원으로 껑충 뛰었다.

메뉴 중 상추(400g)와 깻잎(200g) 등 야채는 2005년 3천원에서 5년 만에 5천400원으로 80%나 비싸졌고, 된장국에 들어가는 시금치(400g) 가격도 1천134원에서 1천764원으로 55.5%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채소 가격이 '밥상 물가' 상승의 주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후식으로 선정된 참외(400g)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중 이맘때 1천원 후반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3천원대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3천192원, 요즘에는 3천400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겨울 폭설과 한파가 겹친 이상저온 현상으로 전국적인 냉해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쌀과 보리 등 잡곡밥에 들어가는 곡류는 6월 현재 1천839원으로 5년 전 같은 달 1천695원과 비교해 8.5%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인이 즐겨 찾는 삼겹살도 8천900~9천900원대에 머물며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물가협회 김기일 조사연구원은 "기초 반찬인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와 양념류의 필수 재료인 고추 등의 가격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밥상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을 것"이라면서 "채소와 과일 값이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고점에 있다"고 말했다.

◇생산자·수입물가 상승세=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통화 유통속도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통화유통 속도는 국내총생산을 통화량으로 나눈 것으로 통화유통 속도가 상승하는 것은 시중에 돈이 빠르게 돌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자금이 실물 부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증가율이 높아져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도 오르고 있다. 수입물가지수는 4개월 연속 올라 지난달에는 1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7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에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8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정부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2%대를 유지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체감물가 급상승=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채소, 과일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지난 4월까지 1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다가 5월 들어 간신히 9.9%로 줄었다. 생활물가지수도 계속해서 소비자물가지수를 상회하고 있다.

52개 생필품을 별도로 뽑은 'MB물가지수' 역시 지난 3월 2.7%, 4월 2.84%, 5월 2.90% 등으로 3개월째 상승폭을 높이고 있다. MB지수의 상승률은 지난달까지 6개월째 연속으로 소비자물가를 앞질러 장바구니 체감지수의 심각함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과일과 야채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실제로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경기회복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갭의 플러스 전환, 통화유통속도의 상승세 확대, 생산자 물가의 빠른 상승 등으로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세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지난 14일에도 경제연구기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장관이 이처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한 것은 정부가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물가상승압력은 민간부문의 고용이 늘고 실업률이 2011년에 3.5% 이하로 떨어지면서 점차 커질 전망"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현재 3%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정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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