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조봉암은 빨갱이, 트루먼과 이승만 동상 세우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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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조봉암은 빨갱이, 트루먼과 이승만 동상 세우자” 주장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0.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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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수 의장도 행사 참여 축사, 시민단체 “의장 자격 있나” 반발

맥아더 동상 보존 주장하는 보수단체의 23일 집회. ⓒ민운기

보수단체들이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 트루먼 미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 안보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인천시의회 노경수 의장이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황해도민회 인천지구 등 17개의 보수단체가 뜻을 모은 ‘맥아더장군동상보존시민연대’는 23일 5천여 명의 보수 성향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존치시키고 한국전쟁 당시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었던 이승만과 트루먼의 동상을 건립해 안보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주관한 황해도민회 인천지구의 류청영 회장은 “맥아더 장군은 잘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의 동상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지키고 보존해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종북 세력을 뿌리 뽑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체시키고 그 중심의 이석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참여해 같은 메시지를 설파하며 이들의 뜻을 거들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민운기

특히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현 맥아더의 동상에 이어 미 트루먼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 등 한국전쟁 당시 한/미 대통령들의 동상을 세우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멀리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도 신기해서 집회를 구경하고 있었다”던 시민 한모씨(30)는 “친미를 넘어 종미(從美), 즉 미국에 대한 신앙심에 가까운 마음이 드러난 셈”이라며 “이 집회의 성격은 주제넘은 발언인지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어른 세대들이 한심하다는 소릴 듣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보수단체들은 또 현재 새얼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여러 인천시민들이 기금을 모아 추진 중인 조봉암 선생의 동상 건립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류 회장은 "조봉암은 조선공산당을 만든 종북세력이자 빨갱이로 그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것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46년 이후 공산당을 비판하고 좌우합작을 주장하며 전향을 선택한 조 선생의 행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인천시의회의 노경수 의장(새누리당)이 참여해 더욱 논란을 가중시켰다. 노 의장은 축사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인천상륙작전의 핵심과 상징이 자유공원과 맥아더의 동상”이라며 “이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는 10위권의 강대국이 되어 있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 주장했다. 노 의장은 축사 직후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노 의장은 행사 직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천시민이 3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시대에 국가 영웅인 맥아더의 동상을 지키자는 순수한 마음의 궐기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인천시의회의 의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라 강조했다.
 

주최측이 참석한 시민들에게 나눠줄 설탕을 지키고 있는 모습. ⓒ민운기

그러나 행사를 지켜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광호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승만과 같이 역사적 논란이 많은 인물을 굳이 동상제작을 해놓는다면 훗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봉암 선생 동상을 반대한다는 이날 보수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상 건립은 인천 소재의 공식적인 시민사회들이 모두 협의해 추진하고 있는 사항으로 특정적이고 좁은 의견을 사진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 사무처장은 “맥아더의 동상은 원칙적으로 철거가 맞는 것이나 이 또한 시민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밝히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수단체 회원들에게서 나타나는 맥아더의 신격화와 숭배 사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인천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우리 고장이 전쟁의 희생물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평화교육의 교보재로서 이용되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인천연대는 특히 시의회 노 의장의 참석에 가장 큰 비판의 화살을 던졌다. 인천연대의 한 관계자는 “시민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해주어야 할 역할을 맡은 시의회 의장이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성향이 가득한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의장의 참여는 모든 공식일정이 공개되어야 하는 것인데, 노 의장은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참여했던 것이라고 들었다”며 “본인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판을 받을까봐서 이러한 꼼수를 부린 게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노 의장은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더 큰 문제이며 이는 의장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시민단체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인천평통사)’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 유정섭 인천평통사 사무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천은 한국전쟁의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그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평화 분위기 조성에 인천시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처장은 “월미도를 예로 들자면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사망한 당시 주민들의 유족들이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 혹은 위로를 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 있지 않느냐”며 “이처럼 전쟁으로 인한 갈등과 고통이 남아있는 가운데 전쟁의 상징 혹은 정치적 부조리가 심각한 인물들의 동상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면 정말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라고 일갈했다.

유 사무처장은 이어 “보수진영은 동상 설립을 고민하기보다 인천을 평화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괜한 이념 대립을 유발해 소모적 논쟁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설탕을 받아들고 귀가하는 참석자들. ⓒ민운기

한편 이날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이 SNS로 소식을 알리자 달린 댓글 역시 이 보수단체들의 행위를 비난하는 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참여한 시민들에게 주최 측이 행사 직후 설탕 한 덩어리씩을 나눠주었는데 이는 힐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설탕도 받으시고 보람차시겠어요”, “달콤한 설탕의 유혹”, “나도 설탕을 대량 구입해 계파를 만들어야겠다” 등 댓글로 이 행사를 비웃고 한심해했다. 다른 시민은 "송도에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있는데 그곳에 옮겨 놓으면 딱 좋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행사를 지켜보던 한 시민운동가는 “오늘 행사에 대부분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이 어르신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알아봐주는 일을 이 사회가 하지 못하다보니 이 세대의 욕망이 왜곡된 나머지 이렇게 통제가 되지 않는 괴물처럼 나타나는 것 같다”며 “옳지 않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역시 같은 인천시민인 만큼, 비웃기보다는 감싸 안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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