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하는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 생활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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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하는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 생활문화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1.19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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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이제는 ‘생활예술’ 시대다-③ 조례 발의한 강병수 전 의원 인터뷰

▲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3대 국정과제 (출처 : 최현묵(공연예술학 박사) 블로그에서 캡처)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3대 과제로 제시하면서 지역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예술인복지법과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이 연속 제정되고, 전국 지자체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과 조례제정을 시행하면서 문화를 통한 지역 정체성과 정주화에 힘쓰고 있다.

인천은 지난 5월 상위법인 지역문화진흥법이 채 시행되기도 전에 ‘인천시 생활문화 지원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생활문화 관련 조례가 제정된 것은 전국 최초로, 인천의 지역문화 역량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중요성이 큰 만큼 이제 행정, 법적 체계와 구체적 실현을 준비해야 한다.

‘인천시 생활문화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 강병수 전 시의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강 전 시의원은 “시민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에 대한 행정적, 교육적 지원이 없었다”며 “물질적인 풍요와 지원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동안 문화가 전문가 정책에만 치중돼왔고 시민은 문화향수권자에 머물러있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지식경제 사회가 되면서 스스로 생산하고 즐기고, 나누는 쪽으로 문화가 변하고 있다. 시민이 동아리 등에서 활동하면서 생산자겸 소비자가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전문가를 배제하고 생활문화를 지원하자는 게 아니다. 양쪽을 모두 이끌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활동 공간, 전문가 연계, 교육, 홍보, 공연 등 큰 예산 없이 시민에게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례안을 발의했다.”

전문예술가와 생활예술인들의 구분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에 대한 대답도 들었다.

“직업적으로 그 분야에 오래 종사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만들고 시민은 보고, 듣기만하는 이원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마추어 문화도 문화로 인정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나누고, 교류하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나. 전문사진가만 사진을 찍는 게 아니다. 두 계층을 가를 수는 없다.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별도로 있되 사진, 노래, 풍물, 바이올린 등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배우는 거다. 구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접점을 만드는 것, 양자의 상호 결합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생활예술인들이 전문영역을 침범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하는데 전문가를 경외하고 생활문화를 살리자는 게 아니다. 전문인에 대한 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 문화복지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체육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모두 발전하는데 왜 문화예술은 안 될까.

“아시안게임, 올림픽, 전국체전에 나가는 엘리트체육 외에 인천시 생활체육 모임이 35개나 된다. 아마추어 야구단만 해도 약 600여개다. 체육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강조하며 활성화돼 있는 것처럼 우리 문화도 직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좋아하는 영역으로 즐기고, 잘하면 또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문화는 예술인의 영역을 넘어서 삶의 양식이다. 예술적 장르로만 이해할 게 아니라 총체적, 거시적 측면에서 봐야한다. 그동안 생활문화에 대한 시민의 욕구가 많았는데 전달 영역이 없었다. 생활문화지원조례를 통해 바람을 실현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월 말, 기자가 전화했을 때 인천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생활문화 지원조례 제정에 관해 부정적이었다. “재검토 예정인 조례”라며 “시의 복지, 문화예술 분야만 해도 사장되고 있는 조례가 46개다. 조례는 의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법률적 위배사실이 없고 시민에 대한 편의, 공익증진에 해당되면 집행부에서 거부할 사유가 없다. 의원 발의로 조례안을 공고했지만 사실 시민의 수요가 없으면 사업이 추진되기 힘들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또 “생활문화센터라는 의미가 전문예술인들의 연습공간이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동호활동을 위한 공간인데 문화의 집, 각종 여성회관, 평생교육기관에서 다 그런 업무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여성가족부 산하, 안정행정부 안에 자치센터가 많다. 이런 게 어느 정도 정리될 필요성이 있다. 공교육을 제외한 기관에서 재교육(평생교육)을 하고 있는데 우후죽순”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시의원은 “평생교육기관은 강습과 강의 위주로 시민의 문화 행위에 대한 조직적, 지속적 지원은 약하다”고 강조했다. “강의는 강의대로 듣고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1-2년에 한번 공연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된다 안 된다는 논쟁보다 자기 생활에서 예술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현황파악부터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지원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다”

강병수 전 시의원은 마지막으로 “올 해 안, 혹은 내년 초까지 현황파악+수요조사+여론조사 통해 정책 기반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지원센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고 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안에 중앙정부에서 문화예술진흥법 관련, 문화예술진흥계획, 문화예술기본계획 용역을 발표한다. 문체부 발표가 있은 후 중앙의 표준조례안에 따라 인천시도 조례 제정 실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중앙에서 담은 기본계획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시가 먼저 나설 수는 없다.

지난 6일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문화분과 주최로 열린 문화정책포럼에는 김동빈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과 손덕인 문화예술과장이 참석했다. 인천의 지역문화, 특히 생활문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생활문화지원조례’의 의미와 가치를 문화재단 관계자, 생활예술동아리 활동가 등과 공유한 만큼, 지역 문화가 보다 많은 시민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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