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바이크’로 간다던 월미은하레일 "또 뒤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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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로 간다던 월미은하레일 "또 뒤엎어졌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1.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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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시의원 “경험도 없는 사업자에게 또 맡기나” 비판

월미은하레일 인천역 정거장 모습. 2011년 당시 인천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900억짜리 비둘기집이 됐다"며 부실시공을 한탄하기도 했다.

인천교통공사(이하 공사)가 그동안 ‘시민 혈세 먹는 하마’로 평가되어 왔던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소형 전자동 모노레일로 또다시 변경했다. 지난 번 레일바이크로 사업 전환을 확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모노레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라 또다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24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같은 사업 방향을 밝히고 이 대안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동의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송영길 시장 시절 확정됐던 레일바이크 대안사업은 또다시 엎어지게 됐다.

공사 측은 행감 당시 “내부에서 변경된 것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서 조사한 결과, 레일바이크보다는 소형으로 된 전자동식 모노레일이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시장 시절의 기존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소형 모노레일이 좋은 대안이라고 주민들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 측의 설명은 모순이 있다. 이미 송 시장 시절 확정한 레일바이크 사업이 시민 공모로 진행된 아이디어 사업인 데다 공사 내부에서도 검토해 확정한 사안인 만큼 내부에서 변경된 판단이 아니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레일바이크 사업에 시민 공모가 진행됐던 것은 지역 내 언론에서 그간 많이 다루었기에 이 사안에 관심이 있는 웬만한 인천시민들은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이 소식이 시민단체에게도 알려지면서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반대의 뜻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준복 참여예산네트워크 소장은 “시민공모까지 진행돼 확정한 사업을 갑자기 바꾼다면 이유와 양해사항 등에 대해 시민들께 명확히 밝혀야 함이 당연하거늘 그런 절차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변경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박 소장은 [인천in]과의 통화에서 “아마 그간 교통공사의 행적을 봤을 때, 공사 사장은 행감에서 밝힌 대로 모노레일로 할 마음이 없을 것 같은데 이는 시정부에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현재 이사회가 레일바이크 사업을 확정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대부분 올 연말에 임기가 끝나면 다른 인물들로 교체되어 그들에 의해 유 시장의 소형 모노레일이 확정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나 싶은 게 개인적인 예상”이라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전자동 소형으로 ‘확정’한다는 기사에 대해서도 박 소장은 ‘명백한 오보’라는 입장이다. 박 소장은 “레일바이크로 모두 확정된 것을 다시 전자동으로 한다고 했을 때 문제는 검증된 예산이 없다는 것”이라며 “엄연히 결정된 사항이 아닌 내용”이라 전했다.
 

'부실시공의 끝'을 보여주는 현 모노레일의 레일 모습. 

시의원들 중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새누리당의 건교위 소속 의원들은 “전임 시장의 잘못”이라고 송 시장에게 잘못을 덮어씌우려는 정치적 의도의 의미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야당의 건교위 의원들은 비교적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행감에서 이도형 의원은 “레일바이크 사업 확정 당시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던 업체의 재무구조를 보니 현재 16억 원 대의 자본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200억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이 사업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지적하고, “모노레일 사업 전환 시 이 업체가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하는데 다른 업체의 경우 파주 영어마을에 노면 트램을 만든 적은 있는데 그게 현재 고장으로 운행정지가 돼 있는 상황인 데다, 국내에서 모노레일 사업을 했던 경력도 없고 기술도 모자라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걸 그냥 두면 이전 계획으로 사업을 망친 한신공영의 뒤를 고스란히 따르게 될 것”이라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후 [인천in]과의 통화에서 “모노레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박준복 소장이 제기한 시민과의 불통 문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할 터”라고 밝히면서 “전 시장 시절 확정한 레일바이크 사업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공중 모노레일 사업을 한 번도 안 해본 회사 두 개가 컨소시엄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공중 모노레일 사업을 하는 곳이 몇 개 안 되는데 그런 업체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 맞지, 경력도 없는 업체에게 사업을 맡긴다는 건 그야말로 단체로 눈 뜬 장님 짓을 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면서 “더 큰 기술력을 요하는 모노레일 사업으로 바꾸겠다면 제안공고도 다시 내고, 시민들께 공론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기자가 인천시 인터넷방송국 기자로 근무할 당시 월미은하레일의 심각성을 고발하고자 제작했던 방송기사. 영상 50초 정도서부터 보면 사람의 손으로 흔들리는 모노레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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