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몸과 맘이 건강해야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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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몸과 맘이 건강해야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1.04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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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울타리> 펴낸 박병상 박사를 만나다

동물학대, 동물 홀로코스트에 관한 책은 많다. 하지만 동물을 주제로 역사와 과학을 덧붙이고 인간의 삶까지 나아간 연구는 흔치 않다.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느라 우울증에 걸리고, 인간의 기분을 맞추려다 ‘동물의 본성’을 잃어버리는 수많은 개, 고양이, 미니피그 들... 사람에게 ‘인격’이 있는 것처럼 동물에게는 ‘동물격’이 있다. 신발을 신기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염색을 하는 건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강요 아닐까? 개들도 사람이 하는 걸 따라 하길 원할까?

수렵, 채취 문화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해 경작하기 시작하면서 먹이를 찾아 울타리를 기웃거리던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길들여졌다. ‘인간의 사정’에 따라 생활방식을 바꾸고 본성도 변화됐다. 인간이 더 많은 고기를 원하게 되면서 산업축산이 도입되고 동물의 질병이 인간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도 다반사다.

<탐욕의 울타리>는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박병상 박사가 그동안 도시의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헤맨 탐구와 기록의 결과물이다. <우리 동물 이야기>,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등을 펴낸 이후 7년 만에 낸 단행본이다.

“2002년부터 13년째 채식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남들 먹는 걸 방해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아요. 저도 가끔은 생협에서 산 걸 먹기도 합니다. 육식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수요를 맞추기 위한 산업축산의 문제와 유전자 조작, 사료, 땅의 황폐화 등에 의문을 갖자는 거예요. 그 이익은 누가 가져갑니까. 억지로 몸을 불리고, 자라지도 않은 어린 걸 잡아먹고... 소비자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소, 돼지, 닭에 얽힌 사육의 역사와 산업축산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애완동물의 현실을 검토한다. 책에는 반려동물의 애환, 실험동물과 인간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이야기까지, 어떻게 살아야 좀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그 방법과 실천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우리나라의 한 해 닭 소비량은 약 8억 마리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치킨집이 있을 정도지만 장사가 안 돼서 망했다는 소리는 들어도 ‘닭이 부족해서’ 망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고 저자는 말한다. 잘못된 방법으로 사육된 고기 속에는 화가 스며있다. 맛이 없고 질기며 그 분노는 고스란히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여의도에 버려진 애완용 토끼가 시민들이 남기고 간 닭 찌꺼기를 먹고 사나운 야생 토끼처럼 변했다는 이야기는 어떤가.

“저는 요즘 아이들이 쉽게 흥분하고 싸우는 것이 나쁜 고기를 먹은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대학생, 대학원생들도 ‘했는데여’라고 말하거나 툭하면 ‘헐’ 그래요. 표현에 자신이 없는 거죠. 인간도 양육당하고 있어요. 밤늦게까지 묶어놓고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니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죠. 학교, 직장, 결혼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서 길들여지고.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원하죠. 떠들면 안 된다, 반항하면 안 된다. 조용히 해야 한다... 그렇게 침몰하는 거예요.”

책날개에 적힌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고집불통 서생’,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개발에 반대하는 자로 악명을 쌓고 있다’는 표현에서 솔직함과 인간다움이 묻어났다. 저자인 박병상 박사가 직접 적었단다. <탐욕의 울타리>는 쉽게 읽힌다. 소들이 그렇게 사육된다고? 돼지는? 닭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다음 장, 그 다음 장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된다.

“학자라고 거들먹거리면서 쓴 글이 아닙니다. 다른 논문에 인용되길 바라고 쓴 것도 아니고요. 일반인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연구에서 끝나면 안 되죠. 저 자신을 ‘글로 환경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운동하는 사람의 글이 편협하고 어려우면 안 되니까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요즘 관심사는 뭘까.

“한 해 20조원어치의 음식쓰레기가 버려진다는데 가정에서 버리는 건 1조원도 안 된다고 해요. 사회가 산업화돼있는 거죠. 생태계, 식량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제기 해야 해요. ‘FEC경제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식량, 에너지, 돌봄(케어)은 지역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그래야 배고픈 사람을 지역에서 도울 수 있고, 자식이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죠.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처럼 에너지를 펑펑 쓰면서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 공동체 회복, 이웃과 예를 갖추고 사는 것, 받기보다 주는 것의 즐거움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소장으로 있는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는 도시 속에서 생태를 찾자, 다양성을 배려하자는 의미에서 탄생했다. 박병상 박사는 다양성이 있어야 대안도 나오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 가끔 바둑도 두고 음악도 듣지만 바둑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거실에서 방으로, 저자의 집은 어딜 가나 책으로 가득하다. “아내는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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