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같은 ‘인천의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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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같은 ‘인천의 이웃’입니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2.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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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구성원 참여한 [함께 만드는 노래]의 기획자 임승경씨를 만나다

'홍예문컴퍼니'의 임승경 기획팀장.
 
“모름지기 ‘지역 언론’의 정체성은 ‘동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있다”고 늘 판단해 왔다. 물론 중앙언론처럼 사회의 부조리함, 옳지 못한 부분들을 들춰내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역 언론에서 전하는 동네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는 “왜 지역 언론이 살아있어야 하는가”를 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콘텐츠이며, 이는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고 보면, 취재의 주 영역이 정치와 사회 방면인 기자는 여기서 말하는 ‘지역 언론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반영한 사람이 되진 못했던 듯하다. 그러니까, 기자의 기사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기보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을 거란 말이다. 물론 시선에 따라서는 "인천의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일을 똑바로 못 하니 그런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취재 영역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겠느냐"는 이유를 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보다는 사회의 따스한 면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을 하자면, 그 따스한 소식도 보이는 대로 취재를 항상 해 왔다. 다만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 밖으로 꺼내지 못한 것들이 지금도 한 박스 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그래서 기자는 이번 설 연휴 동안 [인천in]의 독자들이 좀 따뜻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기사를 올렸으면 했다. 그래서 과거 인천문화재단의 다문화가정 관련 콘텐츠 사업인 ‘무지개다리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직접 만든 음반 [함께 만드는 노래]를 이번 기회에 한 번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달 초 복수의 지역 언론에도 단신 형식으로 소개된 바 있는 결과물이긴 하지만, 그들에 의해 짧게 소개되는 것은 사실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음반을 직접 기획했던 ‘홍예문컴퍼니’의 임승경 기획팀장을 만났던 과거 흔적을 인터뷰 형식으로 공개키로 한다. 꽤 훈훈한 마음을 먹었던 과거의 취재기록임에도 당시 시급한 현안기사들에 밀려 소개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컸는데, 이렇게 설 연휴 동안 소개하게 되어 다행이다. 더불어 여기 소개하는 결과물은 우리 인천시민들께서도 얼마든 받아 접할 수 있는 것이니, 그것을 안내하는 의미도 함께 부여하고자 한다.
 

[함께 만드는 노래]의 음반 재킷 디자인.
 
예전에 홍예문컴퍼니가 사회적기업이었던 걸로 아는데 지금도 그러한가?
지금은 아니다. 처음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시작했는데 지원도 받고 하니까 매일 상주를 했다. 지금은 근무의 특성 상 일반법인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매일 출근하는 형태는 아니다.
 
‘무지개다리사업’이라는 것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흔히 ‘다문화가정’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 사업이다. 우리는 ‘다문화가정’이라 하지 않고 ‘문화 다양성의 주체들’이라고 그들을 이야기한다. 무지개다리사업은 문화 다양성 확산을 위해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013년부터 시작된 국가사업 중 하나다. 이를 지방의 각 재단들이 받아서 진행하는데, 인천은 인천문화재단에서 받아서 지역 예술관련 단체에게 분배토록 돼 있고 우리가 사업을 채택 받아 진행했다. 형식은 자유다. 참고로 2013년에는 팟캐스트를 통해 라디오 방송 방식으로 네팔이나 미얀마 등 문화적으로 접하기 힘든 나라들의 음악이나 예술 등을 소개하고 가끔은 그들에 의한 공연을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의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모여서 음반을 제작한 경우는 전국에서도 선례가 드문 일인데?
작년 기획 당시 이 결과를 음반으로 찍어내자는 얘기가 내부에서 있었다. 홍예문컴퍼니가 지역 내에서는 음악과 관련한 일들을 많이 하는데, ‘문화 다양성 사업’에 음악과 접목하는 것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만, 이 결과물은 음악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끼리 구현되는 커뮤니티 형성에 역점을 둔 것이다. 기획은 작년 초에 시작해 5월까지 진행했고 6월부터 그들에 의한 모임을 시작해서 12월 말에 마무리했다.
 
다문화가정 시민 분들을 어떻게 섭외하게 됐나?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 우리는 외국인 상인들로만 구성하려 했는데, 장사하는 분들이 바쁘니까 다 채우진 못하고 좀 더 ‘자격 확장’을 했다. 물론 맨 땅에 헤딩한 격이어서 처음엔 네트워크가 없이 직접 발품을 팔아서 섭외했다. 외국인 분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들도 직접 돌아다니고, 만나면 프로그램 설명하고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중구 소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도 방문했었고. 대체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으나 생업 때문에 막힌 경우도 많고 여러 가지 변수도 있었다. 섭외하고 참여한 분들 중 3분의 1 정도가 참여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과정이야 물론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음반 만들기가 아니라 그들끼리의 유대감 도모가 우선이었으니 1~2주에 한두 번씩 만나면서 작업 이전에 친해지는 과정도 상당히 길었다. 그리고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까 중간에 비자문제 같은 것들이 생겨서 고국으로 돌아가서 연락이 두절된 분도 있었고, 운영하던 가게가 폐업을 해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바람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분들도 있긴 했다.
 
문화콘텐츠에 다문화가정이 들어갈 수 있는 경로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면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닌가 싶은데?
나도 이걸 완성하고 그 점이 제일 뿌듯했다. 기자님도 말씀하셨듯이, 아직까지 그들에게 허락된 문화 콘텐츠의 경로가 많지 않다. 더군다나 민족, 혈연 등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때문에 그들이 처음부터 마음을 확 열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그들 마음에 다가가는 작업이 정말 힘들었다. 지금도 정말 자부하는 것이, 그들에게 정말 친구처럼 다가갔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마음 얻는 건 힘들지 않나. 일례로 러시아에서 오신 분의 경우 그분이 아플 때 병문안도 가고, 그분 다니는 교회 가서 밥도 같이 먹고 그랬더니, 서서히 마음을 여시더라. 그들 모두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후에 [인천in]도 소개한 바 있는 ‘월드뮤직 그룹 세움’의 공연이나 아는 지인의 있는 극단 공연도 초대하고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시간 그들과 만났고, 그들 스스로도 친해지도록 자리도 많이 만들고 그랬다. 그랬더니 나중엔 자기네들끼리 친목이 생겨서 놀러 다니고 그러더라. 그게 우리가 바란 거였다.

 

음반작업에 참여한 지역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
 
그들에게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근거'가 궁금하다.
그들도 ‘한국사람’이다. 국적도 그렇고, 당사자들도 같은 한국인으로 봐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게, 문화 콘텐츠 자체의 질적 향상은 나중에 해야 할 것이고 그보다는 문화 다양성의 주체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협력하고 결과를 낼 수 있다. 거기에 우리가 조금만 도움을 주면 되는 거다. 그러면 그들의 한국어 구사력도 더 효과적으로 늘 거고, 우리 역시 그들 특유의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문화의 다양성은 그게 핵심이고 작은 데서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
 
인천시민들은 어떻게 이 음반을 구할 수 있나?
이건 비매품이라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홍예문컴퍼니를 통해서 받을 수 있다. 우편으로 받고자 하는 분께서는 우편비만 부담하시면 된다. 사실 이 부분이 나로서 약간 아쉽다. 보다 많은 시민분들께서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경로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후 디지털 음원으로 해서 온라인 유통을 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이통사를 연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현재 고민하고 있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에 수령 방법을 문의할 수 있고, 신포동 소재 재즈 클럽 [버텀 라인]에 소수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공기관이나 시의원들에게는 이 음반을 소개해 봤는지?
재단 측에서는 자신들 홍보에도 활용하고 기사화도 하고 그러더라. 정치인들은 애석하게도 아직 친분이 없다. 기자님께서 의회도 자주 들어가니 그때 좀 소개해 주시면 안 되겠는가? 부탁 좀 드리겠다. (웃음)
 
올해 본인의 계획도 이 사업의 연장선인가?
그렇다. 어떻게 더 확장하고 또다른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똑같은 형태로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뭔가 다른 것을 창조적인 마음으로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회성이 아닌 ‘발전’의 개념을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 하나는 나부터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래야 소위 ‘오더’를 내리는 나도, 참여하는 그분들도 즐거울 수 있지 않겠나. 일전에 다른 곳의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참가자 분의 이야길 들어보니, 강요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더라. 내가 진행했을 때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만들길 원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들도 만족하고, 내게도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이 계속 이어지길 나보다도 그분들이 먼저 바라고 있다. 다만 일과 놀이에 대한 균형감각은 필요한데, 그건 내가 잘 잡으면 된다고 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 마디 해 달라.
[인천in]의 독자 분들께도 물론 말씀드리는 거지만, 지역의 시민단체 분들에게 먼저 간곡히 부탁드리는 게 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시민단체들이 다문화가정 등 문화 다양성의 주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한다. 또한 인천지역 자체가 그런 분들이 많은 곳임에도, 간혹 시민단체 분들을 만나다 보면 대다수가 그들을 너무 ‘편 가르기 식’으로 상대하는 것 같았다. 절대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아 달라. 그들 역시 인천시민이고, 우리 곁에 있는 ‘같은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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