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의 신하는 재물로 임금을 섬기려 하고(下臣事君以貨)
중급의 신하는 몸으로 임금을 섬기려 하고(中臣事君以身)
상급의 신하는 유능한 사람들을 천거하여 임금을 섬기려 한다.(上臣事君以人)
순자(荀子, B.C.313 ~ B.C.238) 대략(大略)에 보이는 내용이다. 이 시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심금을 울리는 글이다. 공자, 맹자에 이어 새롭게 유학(儒學)을 과학적으로 승화시킨 순자의 산고수장(山高水長) 같은 뜻이 흐른다. 우리 사회에는 다급한 현안이 많은데도 이를 해결하겠다고 기치를 들고 방략을 내놓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5천만이나 되는 사람들 중에 인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추천하는 혜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혜안은 마음을 여느냐 닫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역시 사람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포브스(fobes)>가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세계 각국의 10대, 50대 부자 명단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고 앞이 허전하다. 미국, 일본, 대만은 자수성가 창업자의 비율이 높은 반면 한국은 상속자 재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10대 부자들 중에 자수성가 창업자의 명단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데 50대 부자 명단에도 역시 창업자는 12명, 부의 상속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수는 38명으로 창업자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게 되고 먹는 것이 족해야 영욕을 알게 된다. 가난한 백성은 국가가 통치할 수 없다.”
이것은 노예제 사회에서 귀족이 아닌 소인(小人)이라는 백성의 가치를 일찍이 알고 그 기반 위에서 자기의 뜻을 실천한 사람이다. 이때에는 재주 있는 사람, 현명한 사람을 썩힌다는 폐재(?才) 폐현(?賢)을 응징하는 제도가 있어 인물이 있음에도 천거하지 않으면 중벌을 받았다는 꿈 같은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맹자도 「공손추(公孫丑下)」에서 "장차 큰 일을 하려는 임금은 반드시 함부로 불러올 수 없는 신하가 있어 그와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임금이 스스로 찾아갔다."고 말한다. 이처럼 넓게 열린 마음이라면 어찌 천하에 인재가 없겠는가!
나라에 산적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은 결코 돈과 권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람뿐이다. 시민들이여! 사람을 찾아라.
[지용택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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