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망대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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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망대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망대>
  •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 승인 2015.03.1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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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15

 
2030년 춘천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잃어버린 추억이나 사랑을 찾아 과거로 여행을 떠나간다. 정부는 불법적으로 과거로 떠난 사람들을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쫓기 위해 시간 감시자들을 과거로 보낸다. 시간 감시자들은 2013년 춘천에 존재했던 망대라는 건물이 불법 체류자들의 은신처라는 첩보를 접한다. 망대가 위치한 마을은 더 이상 쓸모 없는 망대처럼 소외된 주변부였다. 그래서 개발에서 소외되었지만 덕분에 망대와 주민들은 서로에 대한 추억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을 맞이해 더 이상 망대 사람들은 변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한 번 불기 시작한 변화의 소용돌이는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수 년 내로, 망대와 아리랑 골목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미래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은 망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시간의 위력 앞에 하나 둘 좌절하고 절망한다. 망대를 지키는 불법 체류자들과 한판 승부를 기대한 시간 감시자들은 허탈할 정도로 무기력한 그들의 모습에 당황 한다.

무슨 SF영화의 스토리 같지만 문승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망대>의 줄거리이다. 일제 시대, 화재 및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진 망대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옛 건축물 중 하나이다. 춘천 약사동 언덕 위에 지어진 망대는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살아 남아, 마치 등대처럼 길을 잃은 피난민들에게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피난민들은 하나 둘 망대로 모여들어 마을을 형성하였고, 좁은 땅에 수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 든 탓에 망대는 한국에서 가장 좁고 지저분한 아리랑 골목길을 갖게 되었다.

2009년 한국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 ‘인천’에 관한 페이크 다큐 영화인 <시티 오브 크레인(City of Crane>을 만든 감독은 이번에는 ‘춘천’이라는 지역을 ‘시간’이라는 소재로 접목시켰다. 화재 감시와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진 이 볼품 없고 낡은 건축물인 망대는 10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경제 개발의 광풍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 남았다. 없애는 것보다 그냥 방치하는 게 더 경제적이었기 때문에 버려지고 잊혀진 망대는 100여 년의 시간 동안 한국인들의 역사와 삶을 바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시간이란 소비하는 것이 아닌 되새기고 돌아보고 간직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작은 성지가 되었다.

시간 여행 다큐멘터리 영화 <망대>은 3월14일(토) 오후4시 상영 후 문승욱 감독과의 대화까지 이어지는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톡>에서 더욱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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