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사랑하는 거지, 계속 인천에서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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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사랑하는 거지, 계속 인천에서 살기 위하여...
  • 김선경 기자
  • 승인 2015.03.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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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와 인천 심상지리] 출간한 황규수 선생님 인터뷰

지난 11일 시청사에서 인천만의 가치창조 확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는 등 인천만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현대시와 인천 심상지리](보고사)를 펴낸 황규수 선생님을 만났다.
 
황 선생님은 인천 동구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인천동산중학교에서 수십년 동안 교편을 잡으면서 한국현대시 전공으로 역시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사로 바쁜 와중에도 현재 인천개항장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인천문화에 대한 연구서를 활발하게 펴내고 있다. 

황 선생님은 문학지리적 접근으로 인천을 살펴보고자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에 연구과제를 신청했고, 2014년 연구과제로 선정돼 1년간 연구한 결과물을 이번에 단독저서를 출간했다.

황 선생님은 물질적 지표보다 근대 인천의 문학지리 연구가 인천의 정체성을 더 깊게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에 인천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낸 시 239편을 지리별로 정리해 작가들이 어떻게 인천을 인식하고 있는지 치밀하게 조사, 연구해 이제 막 책을 출간했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 동산중학교를 찾아 황규수 선생님과 인천에 대해,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저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두서없이 나눠봤다.  
 
Q. 인천 출신으로써 이렇게 변화한 인천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 동인천 북광장 주변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동네에 여전히 옛 건물들이 있지만 드문드문 새 건물이 들어선 것을 보면 예전에 비해 썰렁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고, 예전의 아기자기한 건물과 정겨움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Q. 인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 보면 어떤 변화를 느끼시나요?

“예전보다 교사가 학생들과 친밀도를 쌓을 수 없고, 사적인 관계보다 공식적인 관계가 돼버린 것 같아 점점 사제간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교사들도 전산업무를 처리하느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학생들과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한국 현대시와 인천 심상지리]처럼 인천 현대시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은 거의 최초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국지적인 선행 작업들도 있었지만, 폭넓게 인천의 시 연구를 한 건 최초가 아닐까요? 스스로 인천 연구를 확대하고 깊이 있게 보고 싶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인천이라는 도시는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가더라고요. 또 대학에서 시를 전공하기도 했으니까요.”
 
“2006년에 인천 개항장 풍경을 집필하면서 20편 내외를 검토하고, 최근에는 현대시까지 살펴봤습니다. 검토하면서 인천이 단순한 나의 고장이 아니라 한국 근대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장소구나 깨닫기도 했습니다. 특히 김소월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인천을 다뤘다는 점에서 인천을 재조명할 수 있었습니다.”

Q. 연구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인천시를 연구하다 보니 한국근현대사의 전개과정 속에서 태어난 시의 창작 시기별로 인천의 변화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인천의 자취를 좇아가다보니 인천 옛 인심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많이 느꼈습니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면 예전 신신예식장이 장례식장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시작을 뜻하던 건물에서 끝을 상징하는 건물로 바뀌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죠?”
 

“또 호인수 시인의 ‘수문통’ 이라는 시를 실었는데, 바다와 강물이 마주하던 수문통은 지금은 매립되어 볼 수 없는 곳입니다. 제가 봤던 옛 장소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신현수의 ‘인천에 살기 위하여’라는 표제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알아야 사랑하는 거지, 계속 인천에서 살기 위하여’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Q. 인천의 정체성에 대해 한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인천의 이미지가 이중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에 떠돌이 삶을 사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천을 편안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자유공원에 대한 극단적 표현도 가능합니다. ‘자유’와 낭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군의 개입을 기념하는 공원이니 자유를 박탈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Q. 심연수의 시를 정리해 [비명에 찾는 이름]을 출간했는데, 왜 심연수 작가에 집중하게 되셨나요?

“심연수씨는 중국 교포의 시작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에 중국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있던 한국 민족문학을 정리하던 중에 심연수의 시가 공개되었는데요. 공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 직접 심연수씨 동생을 만나 원고를 받아 작업했고, 작품들이 근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담는 작품들이라 애정이 갔습니다.”
 
Q. 올해 연구 계획이 있다면?

“광복 70년을 맞아 심연수 작가에 대한 조명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시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소설을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심연수 소설 중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특히 심연수 소설의 원본에 대한 관심 많습니다. 원본을 충분히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Q. 연구를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끝으로 말씀해주세요?

“인천을 다룬 시인 180명을 정리했는데 과거에 비해 많아진 것이기 하지만 인천을 다룬 시라고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는 시들을 빼버려서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과거 신문, 잡지, 동인지를 충분히 찾아보지 못한 점에서 이번 연구서에 실린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인천의 시에 대한 폭넓은 자료가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런 작업이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 재단이나 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인천의 시 자료를 정리해 수시로 인천시민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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