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교수,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주장
상태바
박경신 교수,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주장
  • 김선경 기자
  • 승인 2015.03.27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학교 지상중계 - 두 번째 강의 ‘자유 위축과 민주주의의 위기’
박경신 교수가 한국은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 있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지난 26일 언론학교 88기의 두 번째 수업 ‘자유 위축과 민주주의 위기’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에 의해 진행됐다.

이날 박 교수는 “‘명백하고 임박한 물리적 피해가 있을 때’라는 잣대로 위헌의 여부가 결정되는데, 표현의 자유가 어떤 피해를 유발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면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UN인권위원회에서 폐지한 진실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사법이 여전히 한국에서는 시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009년에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은 사건을 예로 들며, “‘공익을 해치려는 목적’라는 이유로 구형받았으나 ‘공익’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해 위헌 판정을 받았다”며 “실제 미네르바가 유포한 사실로 인해, 명예훼손이나 사기처럼 명백한 피해자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네르바 사건은 검찰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렇다면 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판단돼왔는지 깊게 생각해봐야한다”며 “실제 표현의 자유로 인한 사회 내 해악을 측정하기 굉장히 힘들며, 이를 규제함으로써 방지되는 피해를 입증하기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작년 카카오톡 감청논란의 핵심은 어떤 사실에 대해 국정원이 진위여부를 가진다는 것인데, 이는 권력을 가진 자가 진실의 여부를 배타적으로 추려내는 행위이고 강력한 권력보호기제에 의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배타적 진실관과 현출적 진실관

박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마땅히 현출적 진실관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출적 진실관이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진실의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스스로를 입증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배타적으로 진실을 추려낸다’는 것(배타적 진실관)은 과거 제사장이나 왕이 진실을 골라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현출적 진실관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실은 명제가 아니라 다른 명제 간 경쟁 속에서 도출된다”며 “현출적 진실관(emergence)은 표현의 자유는 통치자를 비판하고 감시하며 따라서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표현의 쌍방성

박 교수는 표현의 자유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를 예로 들며 “현대사회는 표현의 쌍방성이 존재한다”며 “일방적으로 화자(가해자)만 처벌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의 소비자의 선택과 청자의 2차적 해석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즉, 표현으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해석을 필요로 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개인의 주관적 기대치과 객관적 대우가 불일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나무 숲에서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화자와 청자가 존재하는 곳에서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면 청자에게도 어느 정도 해석의 잘못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의 한계

박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오히려 불법적인 표현들의 비율이 높아진다”며 “위험하다는 이유로 각자의 명찰을 달자고 하는 것은 전혀 해결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학생은 “그렇다면 IS와 일베같은 컨텐츠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박 교수는 “IS와 일베는 명백하고 위급한 사실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며 “UN인권규약 19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20조에는 혐오적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혐오적 표현이란 종교, 인종, 국적 등으로 약자를 차별하고 조장하는 도구적 표현들을 뜻하는데, “인권규약을 한국의 경우와 어울리게 능동적으로 해석한다면 아시아에서는 성(性)과 관련한 억압이 많았기 때문에 IS와 일베 컨텐츠는 충분히 불합리하고 타인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주간풍자신문 <샤를리 엡도>
 
한편, 박 교수는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 기독교의 동성애 반대 여론 때문에 제정되지 못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잣대가 애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은 규제되어야 마땅하다’는 명제가 가장 이상적”이라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진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질문들도 이어졌다. 한 학생이 “그렇다면 이슬람을 조롱하는 풍자만화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는 프랑스 내 소수종교를 억압한다고 볼 수 있지 않냐”고 질문하자 이 교수는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의 맹목적 믿음에 대한 회의주의를 나타내는 만화일 뿐, 혐오적 표현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