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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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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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0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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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 … 12명 사망 12명 부상

지난해 10월 인천대교가 개통한 이후 최대 참사가 일어났다.

인천대교 부근에서 고속버스가 10여미터 아래 바닷가 개펄 공사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12명이 크게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를 조사중인 인천중부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후 1시 20분쯤 경북 포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천마고속버스가 인천대교를 건넌 뒤 영종IC 톨게이트를 지나 달리던 도중 멈춰있던 마티니 승용차를 피하던 1톤 화물차를 또 피하려다 가드 레일을 들이받고 10여미터 아래 공사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과 운전자 등 24명 가운데 12명이 숨지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고버스는 이날 포항을 출발해 경주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중이어서 사고를 당한 승객 대부분은 포항이나 경주 등 경북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중엔 미국인과 일본인, 몽골인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특히 해외 출장에 나섰던 포스코와 포스코 건설 직원들이 참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이날 출국해 오는 10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3일 오후 참변을 당한 고속버스. 추락하면서 완전히 찌그러진 상태에서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장검증 결과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사고는 관련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였다.

■ 고장차량 방치
마티즈 차량은 고장으로 사고 지점 옆 2차로 도로에 멈춰서 운전자가 보험회사로 전화한 낮 12시59분부터 고속버스가 추락한 오후 1시15분까지 최장 16분간 도로 중앙 2차로에 방치돼 있었다. 도로관리 주체인 인천대교(주) 측에서 고장 차량이 전방에 있다는 사실을 화물차와 고속버스 운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안전 조치를 취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16분, 그 당시 인천대교(주) 측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인천대교에는 총 23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 CCTV 화면을 통해 상황실에서는 인천대교 전 구간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지점 인근에 설치된 CCTV는 사고 당시 두 개의 주탑이 서 있는 사장교 구간을 향하고 있었다. 인천대교(주) 관계자는 "사장교(주탑이 있는 부분) 일대에 안개가 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대부분의 CCTV는 그 방향으로 고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 안전삼각대만 설치했어도…
마티즈 차량 운전자 김모(46·여)씨의 무리한 운행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요금소 통과직후 인천대교 직원으로부터 '컨베이어 벨트가 불량한 것 같으니 고치고 가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김씨는 운행을 계속했다. 요금소로부터 사고지점까지는 500m. 차량이 고장으로 멈춰선 뒤에도 김씨는 비상등만 켜놨다. 안전삼각대 등 뒤따라오는 차량들이 고장 사실을 알 수 있는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도 참극은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제 구실 못한 가드레일… 부실시공 의혹
사고 고속버스는 70~80㎝ 높이의 철제 가드레일을 뚫고, 10m 아래 지하차도 공사 현장으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약 2㎜ 두께인 가드레일은 충격을 못 이기고 바깥쪽으로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땅속에 박혀 있던 2~3개의 지주대 기둥은 충격으로 뽑혀 나가다시피 했다. 지주대를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초 공사도 돼 있지 않았다. 관련 규정상 방호시설인 가드레일은 기초 콘크리트 매설을 한 후 40㎝ 깊이로 매설하게끔 돼 있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않고 지주대를 일반 흙에 세울 경우에는 140㎝ 이상 깊이로 매설해야 한다. 그러나 지주대 매설 깊이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충격을 흡수해야 할 가드레일 중심축이 힘 없이 밖으로 넘어간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은 가드레일이 강도 등 규정과 설계에 맞게 시공됐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지난 3일 오후 1시19분께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톨게이트에서
인천공항 방향으로 500여m 가량 지난 지점에서
24명이 탄 고속버스가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
119구조대원들이 부서진 버스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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