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벌써 '초심'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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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 벌써 '초심' 잊었나?
  • 이병기
  • 승인 2010.07.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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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놓고 시민사회 반발 등 '불협화음'…의원 소신 지켜야


인천시의회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시의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6대 시의회가 당 내부에서 결정한 전반기 의장 내정자 문제로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는 등 벌써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 시의원들이 뚜렷한 소신 없이 정당의 입김에 휘둘릴 경우 '거수기'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개원하는 6대 인천시의회는 지난 5대와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5대 시의회에서는 한나라당이 33석 중 32석을 차지했던 반면, 6대에서는 민주당 23, 한나라당 6, 민주노동당 1, 국민참여당1, 무소속 2석으로 민주당이 행정부와 시의회 2/3를 장악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성향 무소속 의원 2명과 교육의원 5명까지 보수로 친다 해도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과 함께 야3당 단일후보로 당선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역시 의회 시작부터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의원들은 지난 23일 시당 회의실에서 2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어 류수용(59, 부평5)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내정했다. 경선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의장단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김기신(남구1) 후보가 9표를 획득해 7표씩을 얻은 류수용 후보와 이성만(부평1) 후보를 제쳤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다시 실시한 투표에서는 류수용 후보가 11표를 얻어 10표에 그친 김기신 후보를 따돌렸다. 시의회는 6일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전반기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38석(시의원33, 교육의원5) 중 23석을 차지하고 있어 류 의원의 의장 선출은 확실하다.

민주당 시의회 의장 내정자에 시민사회 반발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민주당은 허위학력 논란이 있는 시의회 내정자를 재고하라"며 비판하고 있다.

인천연대는 "시 집행부를 비롯한 새로운 시의회 출범은 시민 다수가 안상수 시장과 한나라당 일당독주의 시정에 심판의 칼날을 든 것이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야당에 대한 선택이 아니기에, 새로 출범한 송영길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높은 도덕성과 낮은 자세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인천연대 관계자는 "류수용 의원은 부평구의회 3선을 할 때까지 허위학력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며 "허위학력 기재는 위법에 해당되지만, 공소시효를 넘겨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시민들이 새로 출범한 시정의 성공적 결과를 바라는 상황에서, 시작단계부터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있는 인사가 인천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의장 내정자에 대해 전면 재고해야 하고, 시간끌기와 적당주의로 대충 넘어가선 안 된다"라고 촉구했다.

류수용 의원은 1회 지방선거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최종학력으로 '인하대학원 재학'을 기재했고, 2회와 3회 지방선거에서는 '서산농림고'를 졸업한 것으로 선관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인하대학원 재학'은 정규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행정대학원 고위행정연구 과정이며 서산농림고(현 서산중앙고)는 졸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류수용 의장 내정자의 공약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인천경실련은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내부 선거 당시 류 의장 내정자는 '시 정부 위원회에 의원 참여 확대' 등을 후보 출마의 변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시민·전문가 참여를 축소해 행정과 시민사회 간 소통공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시계획위, 중기지방재정계획 및 투융자 심의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가 이해관계자에 의해 시민사회와 반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류 의장 내정자는 각종 위원회에 시민참여 확대 방안 대신 축소하는 주장을 내놓았고,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인기영합적인 공약을 거르지 않고 내부선거를 치른 민주당과 소속 의원들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사례를 보면 의장에 선출된 이들은 자신을 지지해 준 의원들에게 특정 위원회 위원을 배분하곤 했다"며 "이런 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 산하 각종 위원회 의원참여 제외' 제안을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천경실련은 또 "'정무부시장 등 요직의 인사청문회 도입' 제안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위원회라는 잿밥에만 집착한다면 민주당의 '소통과 화합'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시의회 의장 선출에 대해 전국 사례를 통틀어 봐도 민주주의 정신을 잘 나타낸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장단 선출을 비롯한 원 구성은 "의장 후보 경선부터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외부 압력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A 시의원은 "기존 의장단 선출이 정당이나 지구당위원장의 개입으로 결정됐던 것과는 달리 시의원 스스로 구태가 아닌 투명하고 독립적인 의회를 만들기 위해 경선을 실시한 것"이라며 "서로 논의와 합의를 정착화하는 풍토를 만들어가면서 행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동당 정수영(남구4), 국민참여당 강병수(부평3) 시의원은 민주적 의회 원구성과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연찬회를 민주당에 공식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강병수 의원은 "시장과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시의회 본질적 기능인 감시와 견제기능을 잃어버린다면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야3당과 시민사회 단일후보로 나서 당선됐지만, 민주당이 잘해 승리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연찬회의 경우 6대 인천시의회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당을 떠나 의원 개개인의 소신을 나눠보자는 의미로 제안했으나, 민주당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민주당 측은 의장단이 선정된 뒤 당대 당 차원에서 협의하자고 해 그들만의 진영을 짜놓고 말로만 같이 하자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4~5대 의회와는 달리 6대 의회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건만, 의장 선출이나 상임위 배분 등 자리선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범야권 후보로서의 정신을 벌써부터 잃어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6대 인천시의원 중 거의 90%가 초선으로 이뤄진 것도 초기 시의회 운영 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일섭 인하대 교수는 "이번에 구성된 인천시의회는 초선 의원들이 많아 의원 교육이 필요하다"며 "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할 경우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주민들도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현안에 대해 꾸준히 얘기하고 의정감시 활동도 진행해야 한다"며 "의원들 역시 초심을 잃지 말고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90%의 시의원이 초선이지만, 다수가 구의원이나 국회의원 보좌관 경력으로 의회 운영의 어려움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인천시 현안 과제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좌관 출신들의 경우 충성도가 높아 그간 습성들이 우려되기도 한다"며 "지난 의회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시의원들이 자기독립성을 갖고 스스로 지역 현안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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