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으로 본 축구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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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으로 본 축구 용어
  • 구법회
  • 승인 2010.07.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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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칼럼> 구법회(한글학회 정회원/한말글문화협회 인천지부장)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우리나라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이후 원정 16강 목표를 달성한 새로운 기록을 세운 대회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ㅅ방송사의 독점 중계로 3팀이 경기장별로 나누어 했기 때문에 용어 사용에서 다양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운동 경기 용어들은 그 운동의 발원지가 되는 원조 국가의 언어를 주로 쓰는 것이 통례이다. 우리나라는 태권도 원조 국가이니 태권도에는 우리말이 경기용어로 많이 들어가 있다.



축구 용어는 잉글랜드가 축구 종가이므로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중계방송을 유의해서 들어보면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같은 용어를 서로 다르게 쓰기도 하고 잘못된 용어를 쓰기도 한다. 또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영어를 섞어 쓰는 경우도 있다. 그 중 몇 가지 축구 용어를 살펴보고 영어 일색인 방송용어들을 우리말로 다듬어 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추가시간’에 대해 살펴보자. 축구경기에서 전후반 45분 경기가 끝날 때마다 허비한 시간을 따져 경기 시간을 몇 분 더 주는 것이 ‘추가시간’이다. 경기 도중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거나 선수교체 및 부상으로 인한 경기 지연, 반칙에 의한 프리킥·코너킥·페널티킥 등에 따른 시간 낭비를 보충하기 위해 추가로 주는 시간이다. 경기 진행이 매끄러우면 추가 시간이 없을 수도 있으며, 보통 짧게는 1분에서 5분 정도를 준다.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 때 한국-볼리비아전에서는 10분간이나 준 적도 있다. 추가시간을 주는 것은 주심 재량으로 그 시간을 결정한다. 주심이 오른손에 시계하나를 더 차고 시간이 허비될 때마다 이를 눌러 합산된 시간을 45분 전·후반 종료직전에 대기심에게 신호하여 그 시간을 전광 번호판으로 알리게 한다.

그런데 이 용어는 중계방송에서 해설자는 ‘인저리 타임’, 아나운서는 ‘추가시간’이라고 하여 같은 용어를 서로 다르게 쓰고 있었다. 이것은 한때 로스(loss) 타임, 루즈(lose) 타임, 엑스트라(extra) 타임 등으로 쓰이다가 요즘에는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이나 ‘추가시간’이란 말을 주로 쓴다.

그러면 ‘인저리타임’과 ‘추가시간’ 중 어느 것이 바르고 적합한 말일까?

넓게 보면 어느 한쪽도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중계방송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외국에서 위성으로 중계해 주는 화면을 자세히 보면 한쪽 구석에 'additional time'이라고 작게 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added time'이라고도 한다. 이것을 직역한 것이 ‘추가시간’이다. 내용상으로나 그 의미를 따져 봐도 ‘인저리 타임’보다는 ‘추가시간’이 가장 적합한 용어다. 우리말로 한국어 사용자들을 위해서 하는 방송인데 전문용어라 하여 영어로 된 용어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어떤 경우는 전문용어도 아닌 말을 영어로 하는 경우도 있다. “ 2 : 1로 네덜란드가 앞서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가 리드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든가, “마크할(막을) 때 문제가 있습니다.” 등의 표현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우리말에 영어를 섞어 쓰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붉은 악마’와 같은 응원단도 언제부턴가 ‘서포터즈’란 말로 바뀌었다. ‘서포터즈’는 ‘지원자들(지원해주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왜 ‘응원단’이란 말을 버리고 의미도 다른 ‘서포터즈’로 바꿔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때는 방송용어를 순화한다 하여 영어로 된 운동경기 용어들을 우리말로 많이 바꿔서 하더니 요즘은 다시 되돌아간 느낌이다. 프리킥→ 자유축, 스로우인→ 던지기 공격, 맨투맨 방어→대인방어, 터치라인→ 옆줄, 골라인→ 끝줄, 골게터→골잡이, 미들 필드→중원 등으로 바꿔 쓴 적이 있는데 영어 열풍 때문인지, 요즘 이런 말을 중계방송에서 듣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우리말 방송의 후퇴를 의미한다. ‘골세레머니’는 국립국어원에서 ‘골뒤풀이’로 다듬었는데 방송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중계방송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자책골’을 ‘자살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북한의 중계방송은 좀처럼 들어보기 힘들지만 ‘슛하라’고 하지 않고 ‘투사하라’고 소리치며 중계방송을 한다. 코너킥을 구석차기(모서리차기), 골키퍼는 문지기라 하는데 우리가 들으면 촌스럽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생각의 차이이다. 오히려 우리가 영어 수렁에 빠져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고 그들은 우리말을 지키고 닦아 쓰고 있는 것이다.

경기 외적인 것이지만 이번 월드컵에 등장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부젤라’라는 악기를 북한 아나운서는 즉석 번역을 한 것인지, 미리 공부했는지 모르지만 ‘00 나팔’이라고 불렀는데 앞의 두 음절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를 ‘응원나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은 이념이나 친북 성향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읽는이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우리말은 지금 어느 분야에나 영어와 외래어로 오염돼 우리말의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 말에는 얼이 담겨 있다. 그래서 말은 그 나라 문화의 으뜸이며 국력과 결부된다. 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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