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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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보다
  • 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5.08.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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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미 개인전 '삶 - 풍경?... 愛', 28일까지 갤러리GO

 

 
작가는 계속 달린다.

이른 봄 혹은 늦은 겨울부터 김광미 작가의 작업실이 페북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작가들이 드로잉 이어달리기 같은 '이벤트'로 바통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다음 작가에게 건네는 작업들이 있었다. 바통을 건넨 작가는 드로잉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된 작업들이 ‘미의 상징성을 무엇으로부터 획득하려는 걸까?’ 하는 질문과 함께 SNS에 올라왔다.
작가의 작업실을 보는 것도 즐겁고, 성실하게 자기 작업을 지속하는 태도에 대한 어떤 존중과 지지의 마음이 나에게 있어 그 작업의 결과물들이 전시회를 통해 전해질 때 믿음으로 단단해진 마음을 이끌고 전시장에 간다. 일상을 연필로 드로잉 했던 전지라는 만화 작가의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인연,
어느 저녁, 계양산 위로 뜬 하얀 달


그와의 인연은 역시 배다리 창영초 입구에 있던 뫼비우스 띠_갤러리에서의 전시였다. 묵직한 바위, 거기에 단순한 모양의 작은 산이 금속으로 오려져 붙어 있었고, 때때로 달과 바림이 춤추는 듯 지나가다가 걸려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뭇가지도 산보다 컸다. 아니 나뭇가지보다 산이 작았다. 산이 바위보다 작다니 .. 바위가 우주로 .. 내가 그 어딘가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 갤러리 문을 열어주며 보고 또 보다보니 이건 어떤 시, .. 서사시 같았다.
계양산 근처로 이사가서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저녁 무렵, 그 산과 하늘의 달이 너무 좋아서 그 잔영에서 시작된 작업이라고 했다. 짙푸른 저녁 하늘에 하얀 달, 그 아래 산 .. 그리고 그 어딘가에 무엇들 ..
해 GO 지오


<1층 전시장 모습>
 
 
<2층에서 바라본 전시풍경>
 
이번 주말(8/28)이면 끝날 전시라 마음이 조급했다. 전시의 오프닝은 15일, 그날은 이것저것 많은 행사들이 곳곳에 많았고, 배다리 밭캉스가 한창이라 시간을 쪼개 가보려고 했지만 결국 못 갔고, 끝나고도 피곤에 눌려 허우적거리다가 미뤄둔 일들을 몰아서 하느라 동동거렸더니 지난 금요일에야 갤러리 GO에 들를 수 있었다.
옛날식 붉은 벽돌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인천근대문학관엔 어느새 낯선 시가 눈길을 잡는다. 그렇게 시 한수 읽으며 문학관 건너편에 있는 3층짜리 GO에 다가서니 좁은 2차선 양쪽으로 빼곡한 차들이 차 한 대 겨우 지날 자리를 남겨주고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들 옆으로 내 놓은 카페의 파란 스트라이프 파라솔이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GO에 들어서니 마침 지인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김광미 작가가 반갑게 맞아준다.
 

<2층 전시장 모습>
 
 결국 작품은 작가의 작업이지만
그 작품의 주인은 어떤 관객이다


막 전시를 보고 내려오신 두 분과 인사를 나누고, 차를 주문하고, 두 분의 대화를 무심히 듣다가 혼자 전시를 돌아봤다.
2층까지 트여진 벽에 이어진 작품들은 작은데 가까이 가서 볼 수 없게 했을까 궁금해 하며 계단을 올랐다. 계단 옆 작품들도 사선으로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난간을 꽉 붙잡고 몸을 최대한 빼서 보는 '스릴'을 느끼며. 이 공간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2014년 작품에서 뭔가 비슷하고, 뭔가 달라졌다. 여전히 존재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선명한 원색들이 잦아들어가고, 나에게는 불편하고 촌스럽던 형광색은 ‘불현듯‘이란 속삭임을 던진다. 색이 어딘가로 수렴되어가는 느낌.



<3층 전시장 모습>
 
 
2층 공간을 둘러보고 3층으로 올라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홀연히‘ 등 뒤에 있던 그 그림. 사실, 글이 늦어진 건 이러저러한 이유도 있었지만 갑자기 내 눈을 흐려지게 만든 그 작품을 어찌 말해야 할지 몰라서다. 펑펑 눈물이 나서 3층은 어떻게 돌아보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중에 작가가 작품 소개를 해 주시긴 했지만 철커덩 내 발을 묶어버린 착품 앞에서 다리는 풀려버렸고 머리는 얼어버렸다.
마음과 머리가 가는 데로 일단 그려놓고 그 다음 자신이 오케이 할 때까지 수습을 한다며 웃으셨다. 내 발목을 묶은 그 그림과 도록 표지의 그림이 마지막까지 수습한 작업이라고 했다. 켜켜이 쌓인 색과 두께는 그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고 시간의 헤매임, 그 방황이 어쩌면 가장 힘겨운 산고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작품 소개를 다 듣고 내려와 앉았는데 그 그림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눈물을 훔치는데 앞에 앉으신 당신 선배 작가의 말씀이었다. “결국, 작품은 작가의 작업이지만 그 작품의 주인은 어떤 관객이다.”
 
 

 
'사건'을 벌여놓고
마음을 수습해가는 작업


고 김수열 사진작가의 딸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보고, 듣고 자라온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들을 가려서 사귀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퍼뜩 깨달으며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다고 했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자녀로서 부담이나 어려움 같은 건 없으신가 여쭈었더니 해주신 말씀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들을 아버지의 무릎위에서 보며 자란 작가는 당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0여년이 지났고, 7여 년 전 자신이 다시 그림을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럽고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처음 3-4년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그것이 아버지를 넘어 자신에게로 가는 그 어느 산, 어느 공간, 어느 우주가 아니었을까?
관객, 당신이 주인인 작품을 만나시길 ...


<작가 인삿말>
내 삶의 풍경 안에서 머물고 흩어지고 사랑하며...
존재라는 것에 나를 다시 돌아본다.
삶의 정체성 탐색과 자아실현을 위한 사유로서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해 온 창작 작업의 성찰 토로물인 '삶- 바라보고... 바라보기'의 5년 여간 연작 작업들을 다시 모색하고, 도약 하고자 한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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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미 작가의 전시<삶 - 풍경 .... 愛>는 이번 주 8월 28일 금요일까지 갤러리 GO에서 진행된다. 갤러리GO /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2동81-5 / 032)773-8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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