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신설도로 우회시키고, 사람이 꼬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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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신설도로 우회시키고, 사람이 꼬이도록 하자"
  • 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5.12.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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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인지하차도 폐해와 도로부지 생태 거점 활용' 토론회' 열려



배다리 주민들이 동구 관통산업도로와 유사한 숭인차도에 대한 반대 서명을 주민의 4/5 이상 진행된 상황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활동과 더불어 지난 12월10일 오후 배다리 스페이스빔에서 '배다리 숭인지하차도 건설 계획의 폐해와 도로부지의 생태공동체 거점 활용 의미와 가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인천도시생태연구소장 박병상 박사 초청강연과 참석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박 소장은 이 자리서 인천시가 다시 강행하려는 배다리 숭인지하차도 건설과 관련해 외국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변화해가는 도시의 미래를 그리며 대안을 제시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사람들이 '큰 길이 생기면 발전할 거다'라는 생각을 거의 자동적으로 한다. 정말 발전했나? 살펴보지 않고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큰 길이 생기면 그 지역에서 알콩달콩 살았던 사람들은 쫓겨나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투기세력들이 들어온다.

한편으로 역효과도 난다. 길은 아니지만 경부고속전철 생기면서 대구, 대전은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교, 병원도 대구나 대전에 있는 곳에 안 가려한다.(더 높은 수준의 도시로 가려한다.)

독일의 함부르크는 8차선 간선도로를 아예 없애고 그곳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자동차 도로는 빙빙 돌아가게 하였고, 어쩔 수 없는 경우, 미안하게 갖고 다닐 수 있게끔 만들었다.
건널목이 있지만 아무 곳에서나 사람이 건널 수 있어 접근하면 바로 선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동물들이 치여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이를 함부르크 시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오랜 합의의 과정을 밟아 도시공간을 갈라놓는 도로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바꾸었다.

뮌헨은 오래된 저층 아파트를 헐어버리고 텃밭을 만들었다. 뮌헨에서 필요한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텃밭이었다. 텃밭은 10년에서 30년 기간 임대를 하는데, 30년 임대 받으면 그곳을 안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곳이 고향이 된다. 텃밭도 후미진 곳이 아닌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만들어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박병상 박사초청강연을 하고 있는 도시생태연구소장 박병상 박사 @사진_스페이스빔


이런 일들은 하기가 처음에는 상당히 어렵다. 유럽이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고 다니니까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의식도 중요하다.

배다리 숭인지하차도를 비롯한 동구를 가르며 지나가는 이러한 큰 도로는 건설업자들에게만 엄청난 이익을 준다. 그래서 ooo 같은 부패 정치인이 솔깃하여 문턱 닳듯이 인천시를 드나들고, ‘지역발전’을 이야기하며 주민들을 현혹시킨다.

좋은 도로는 작은 골목들이 만나 길이 되고, 그 길과 길 사이가 큰 길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 도로는 어떠한 작은 세포 조직과도 연결이 안 되는 인체의 대동맥처럼 지나가는 길일 뿐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절단되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인천시에서 내놓은 (이곳을 뚫고 지나가려는) 1안과 (일부 구간 지하화인) 2안도 아닌, 제 3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도로를 우회시키면 이곳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잘 되면 도시민들이 편히 숨 쉴 수 있는 곳일 수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 다양한 지형을 이용한 놀이터로 만들면 어떨까, 독일의 경우처럼 뒹굴고 놀고 하며 사람들이 자꾸 꼬이는 곳으로 말이다.

이제 우리는 초고층빌딩에 질려 한다. 낮은 층의 숨 쉴 공간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배다리는 8년에 걸쳐 많은 희생을 치르고 합의를 해온 곳이다. 이곳 만의 문화를 축적해온 과정이 있고 그것은 큰 힘을 지닌다. 그 힘으로 ooo 같은 조무래기들은 얼마든지 누를 수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꾸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와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여 배다리마을이 이곳의 역사성을 이어가고 옛 기억을 잘 살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배다리산업도로부지의 가을풍경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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