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쌩쌩 거칠게 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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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쌩쌩 거칠게 부는데~
  • 김인자
  • 승인 2015.12.2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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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할머니와 겨울바람
요며칠 겨울 날씨답지않게 따시더니 후아~오늘은 동장군이  제대로 위엄을 보여주시는 거 같다.
바람도 쌩쌩 강하게 불고 코에 들어오는 바람이 아주 맵고 차다.
심계옥할무니 사랑터(치매센터)차에 태워보내드리고 장애인학교 나들이에 함께 하기 위해 나서는 아침 후와 진짜 춥다이러믄서
뛰다시피 걷는데 할무니 한 분이 끌차에 의지해 저 짝에서 걸어오신다.
바람이 쌩쌩 거칠게 부는데
듬성듬성한 맨머리를 거친바람속에 내놓고 끼우뚱 끼우뚱 위태롭게 걸어오신다.

할무니들은 머리 따뜻해야하는데.
저렇게 민머리로 다니시면 큰일나는데 ‥
얼른 뛰어가 할무니 파카뒤에 있는 모자를 씌어드렸다.
할무니가 낯선이에 대한 경계없이 무심하게 웃으신다.
나도 할무니 따라 웃다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조금가다 뒤를 돌아보니 할무니 잠바지퍼를 올리시는가.
할무니 걷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뭐라뭐라 혼잣말을 하시는 거다.
왜그러시지 걱정이 되어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뛰어가보니 할무니 나를 쳐다보며 이러시는거다.
"야가 갑자기 내 말을 안듣네 왜 이런데... "
할머니의 말을 안듣는 야는 할머니파카 지퍼다.
"그르게에여~ 야가 왜 우리할머니 말을 안들으까여?
할무니 제가 올려드리까여?"
날이 너무 추워 그런가 지퍼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금새 손끝이 시렵다.
"바쁜디‥괜히 나땜시"
"아녜요 할무니 저요?~하~나두 안 바뻐요~
잠깐만요 할무니, 이게 그냥은 안올라갈거 같은디요 할무니 코기름을 발라야 쓰것는디"하며 할무니 언코를 살짝 만졌다 할무니 코끝이 빨갛다.
쫘악~
"우아 이제 ~ 되았다"
"히햐~이뿐 색시가 못하는게 읍구만~"
할무니가 애기처럼 웃으신다.
끌차에 얹혀진 할무니 손이 새빨갛다.
"할무니 이케 해봐여"
할머니 파카소매를 쫘악 잡아당겨  빨갛게 언 할무니 손등을 덮었다.
"자~이제 되았다~ 이케하믄 울 할무니 손도 안 시렵고 할머니 가고자픈데 어디든 가시겠어요~할무니 조심히 가세요~"
"고맙소.."
뒤뚱뒤뚱 걷는 할무니뒤에서 나도 걷는다 엄마오리따라 걷는 아기오리처럼 천천히 뒤뚱 뒤뚱...



<아빠몰래 할머니 몰래/김인자 글 심수근 그림/글로연>


"아빠,폐지줍는 할머니는 어떻게 아셨어요?"
"비 오는 날밤에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를 봤어.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아빠가 리어카를 끌어 드렸지.
할머니는 고맙다며 손을 꼭 잡고 누룽지사탕 한 웅큼을 쥐어 주시더구나.
아빠의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날부터 아빠는 길에서 폐지가 눈에 띄면 차에다 실으셨대요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께 갖다 드리려구요
"그런데 아빠 왜 몰래 갖다 드려요?"
"으응,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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