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점할머니가 회장할아버지 손을 덥석 잡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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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점할머니가 회장할아버지 손을 덥석 잡으신다.
  • 김인자
  • 승인 2016.03.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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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설레는 데이트(3편)

"할머니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여?"
"나? 을마 안 묵었어."
"하하, 그래 보이세요."
"그래 보여? 내가 을만지 알어?"
"완전 비싸보이셔요, 할무니"
"오메 비싸다고? 저 할마씨처럼 나도 비쌍가?"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그림책표지에 있는 할무니를 가리키며 물으신다.
"그러믄요, 할무니가 저 할무니보다 훨씬 더 비싸 보이세요."
"그랴? 잘 알았구만. 나는 많이 비싸. 구십이여."
"우와~ 구십이여? 할무니 절대로 구십으로 안보이세요."
"그렇게 안보인다고? 그럼 을메나 먹어보이남?"
"칠 십도 안되보이세요."
"칠 십? 내가 칠 십인데."

칠십이라고 나서시는 할머니이름은 우현옥.
"와 그럼 현옥할머니가 여기선 막내시겠네여. 그럼 할무니들한테 언니라고 불러요?"
"아니."
"그럼, 안 불러요? 언니라고?"
"응."
"그럼 뭐라고 불러요?"
"부르긴 뭘 불러. 안 불러."
"버릇없이 ..그럼 써요? 스물 네 살 씩이나 차이가 나는데. 엄마라고 불러도 되겠는데에~"
"언니라고 안불러. 성님이라고 부르지."
"아~성니임~~~~
그거 좋다. 성님~~~
그럼, 성님할무니는 이름이 뭐예요?"
"나는 이름이 숭해."
"증순이야."

이름이 숭허다고 하는 할무니. 그 옆에 앉으신 정화할머니가 얼른 답을 하신다.
그러자 증순이할무니가 고개를 숙이고 쪼꼬만 소리로 이름을 고쳐 말씀하신다.
"나 증순이 아니여."
들릴락 말락 아주 작은 소리다.
"증순이 아녀? 저그 회장님이 맨날 아침마다 증순이 라고 쓰는거 같던데?"
"나는 증순이 아니여. 정순이야."
"지 이름도 몰라.쳇!"
정순이 할머니 옆에 앉으신  커트머리 할무니가 입을 삐죽삐죽하신다.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우시다.
암만해도 내가 젤 꼬랑지로 할무니이름을 여쭤봐서 삐치신거 같다.
"할무니 이름은요?"
"나 이름 읍서."
"에~ 이름이 왜 읍서여?"
"순옥이여..."
순옥이 할머니도 들릴락 말락 아주 쪼꼬만 소리로 이름을 말하신다.

"난 이름이 아주 나빠."
여쭙지도 않았는데 제일 늦게 오신 부부커플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왜요? 할머니, 할머니 이름이 왜 나빠여?"
"내 이름은 창점이야.
창저미? 이쁜데요. 특별하고"
"이쁘긴 ...이름땜에 나는 승질도 까탈스럽고 까슬해.창점이라서."
"그럼 짝꿍하부지 이름은요?"
"영남이"
제일 늦게 오신 부부커플하부지와 할무니.
스스로를 까탈스럽다고 말씀하시는 창점이할머니 84세,영남할아버지 90세이시다.

"안녕하셨시유" 하시며 창점할머니가 70세 현옥할무니옆에 앉으신 회장할아버지 손을 덥석 잡으신다.
"아니, 할무니 짝꿍하부지가 옆에 계신데 외간 남자손을 그렇게 막 잡고 그러시믄 되까여 안되까여?"
"안될게 뭐 있어? 괜찮아. 우리 노인정 회장님이야. 멋지지? 소리도 잘 허고 잘 생겼고 ~"
"하부지 질투 안 나세요?" 하고 여쭈니 영남할아버지 허허허하며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신다.
"저건 뭐야? 은행하고 대추 저것은 소고기여?"
소불고기 그림을 보며 정순할머니가 물으신다.
"고거 참 맛있겠다."
"맛있겠죠. 할무니도 소고기 좋아하세요?"
"좋아하지. 읍서 못먹지."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우리 할머니는 갈치,병어같은 고급생선만 좋아하세요.
"갈치가 뭐가 비싸? 도미가 비싸지."
한참 읽어드리고 있는데 회장할아버지가 툭하고 끼어드셨다.
"우와 할아버지도 비싼 할아버지시네요. 담엔 할아버지 이야기를 써드리게요. 우리 할아버지는 비싸요하구요."
그런데 우리 비싼 할아버지코에서 콧물이 줄줄 흐른다.
감기걸리셨나보다.
휴지를 꺼내 할아버지코를 닦아드리니 회장할아버지 부끄러워하시면서도 가만히 계신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또 한 권을 읽어드리려 하니 부엌문이 열리고 오늘의 식사담당할머니가 국 다 식는디? 하신다.

그러고보니  열두 시 오분 전이다.
"우리는 열두 시 땡하믄 밥을 먹는다."
"밥 먹구 가."
정순할머니가 가려는 나를 잡으셨다.
"아녀여.
저 빨랑가야돼요."
인사드리고 가려고 식사하시는 할머니,하부지들께 들어갔다. 밥당번 할머니는 서 계시고 할머니 하부지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반찬수는 많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 콩나물국, 괴란튀김,콩나물무침, 김
정성이 가득한 할머니표 밥이다.
"울 할무니, 하부지들 밥당번 할머니께 잘 먹겠습니다 하고 인사했어요?"
"안했는디~" 할머니들이 애기들처럼 고개를 도리도리 하신다.
"에 ~그럼 써요. 자 그럼 우리  잘 먹겠습니다하고 먹으까요?
잘 먹겠습니다."
내가 선창을하자 할머니 하부지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잘 먹겠습니다. 하신다.
"참 잘했어요. 그럼 저는 갑니다.
맛있게 드세요."
"암껏도 못 먹고 가서 우리가 미안헌디."
"사과같이 이뿐 선상님 잘가요"
그러자 순옥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뭔가를 쥐어주셨다. 주먹을 펴보니 율무차 한 봉지가 들어있다.
"이거 가지고 가서 뜨신 물에 타먹어. 밥도 못 멕여 보내 내 맘이 안좋아."
"잘 먹으께여. 할무니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셔요. 또 오께여. 할무니"
하며 순옥할머니를 꼭 안아드리니 순옥할머니 애기처럼 폭 안겨오신다.
금방 또 와야겠다.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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