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목욕하믄 내가 지금이라도 발딱 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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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목욕하믄 내가 지금이라도 발딱 일어나고..."
  • 김인자
  • 승인 2016.03.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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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엄니 목욕시키기

"이것 좀 갖다버리고 와."
"네~"
"대답만 네네 하지말고 언능~"
"쫌 이따가~아."
"뭐시 이따가야 지금 버리고 와.
일층만 같아도 저걸 내가 여즉까지 그냥 보고 있겄냐? 언능 버리고 와."
"나 오늘은 암껏도 하기시러어.
그냥 탱자탱자 놀끄야."
"그럼 물쓰레기라도 버리고 와아. 나보구는 맨날 움직이래메. 비니루가 새는가본데 언능."
"아, 몰러 새든가 말든가."

지금은 우리가 행복해야 할 시간. 아니 내가 꼼짝도 하기 싫은 시간.
글쓰기도 그림책읽어주기도 오늘은 암껏도 하기 시르다. 인생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반복에 반복 그것만이 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암껏도 하기 시르다.
오늘 아침은 눈이 딱 붙어 떨어지지가 않는다. 너무 피곤하다. 이런 날도 있는 것이지~
맨날 좋을 수는 없지. 그치?
"안 그랴? 심여사?"
"뭐라는 것이냐? 하나두 안들려.
중얼거리지말고 언능 물쓰레기 버리고 와. 나는 고새 설겆이 다했구만."
"역시 팔십 일곱살을 거저 먹은게 아녀~
선수여 선수. 심여사?"
"왜?"
"물쓰레기 버리고 오믄 엄니가 책읽어 줄거야?"
"책? 책읽어주믄 지금 후딱 인나서 물쓰레기 버리고 올랑가?"
"그라암~~"

오늘은 설겆이도 심계옥엄니가 하고 책도 심계옥엄니가 읽어주시고 팥쥐딸 콩쥐엄마 부려 먹는 날
아공 피곤햐~~~
"언능 안 일어나냐? 몸땡이 무거울수록 자꾸 놀려야지. 안 그라믄 고대로 누워서 지낸다."
"고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니가 만날 나 일어나라고 꼬실때 쓰던 말이잖여. 언능일어나거라."
"그뤠에?
그럼 엄니 목욕하자."
"목욕? 아고, 구찮다, 안 닦아도 되야. 땀 하나도 안났어."
"그랴? 엄니 목욕하기 시러?"
"그래 싫다. 나는 목욕하기가 젤로다 시러."
"그럼 뭐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도로 누워야겠네."
"너 지금 나 겁주냐?"
"겁은 무슨?
거래를 하자는 것이지."
"뭐를 해?"
"거래."
"그게 뭔데?"
"엄니 목욕하믄 내가 지금이라도 발딱 일어나고 엄니가 목욕 안 허겠다고 하믄 나는 고대로 다시 침대에 딱 붙어서서 매미할텡께. 엄니 맘대로 하소."
"그 거래 나는 안 하것다."
"그려요?후회 안하지 심여사?"
"안한다."
"그럼 뭐 헐 수 없지.
그나저나 빨래도 개야하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우짜기는? 목욕허기 싫은 엄니가 빨래도 개야지.
흰빨래 검은빨래 착착 나눠서 깨깟이 개어노시소."
"너는 뭐하고?"
"나? 나는 거래를 하지.
으트게 거래 다시 허까 엄니?
빨래 개실래?
목욕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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