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장에 가면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상태바
7일장에 가면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 김인자
  • 승인 2016.04.01 0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2)아파트 단지 7일장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안에서는 7일장이 열립니다.
매주 화요일이 되면 우리 아파트단지내 중앙경비실옆으로 주차장에서는 야채,과일, 생선 등을 파는 7일장이 열립니다. 우리 아파트 화요장은 과일과 달걀이 특히 신선하고 좋아서 인근 아파트 사람들이 사러올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저도 다른건 몰라도 계란, 감자 고구마, 생선은 매주 장이 서는 화요일에 꼭 사러 나옵니다.

사실 계란을 사는건 어찌보면 핑계이고 진짜 내가 화요장에 나오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네 시 반에 화요장에 나옵니다. 내가 네 시 반 시간을 꼭 맞혀 장에 나오는 이유는 그 시간에 할머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정이 파하고 집에 들어가시기 전에 할무니들이 장을 보러 혹가다 들리시기도 하시거든요. 이사와 스무 한 해를 살고 있는 동안 한번도 제 추측이 틀린 적은 없습니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저는 살 물건을 둘러보기 전에 시장안을 한번 쓰윽 훑어봅니다. 빠르고 신속하게요.

아니나다를까 오늘도 할무니 한 분이 제 레이다망에 딱 걸렸습니다.
"할무니~~~"
보라돌이할머닙니다. 보라돌이 할무니는 오늘도 역시나 웃도리도 보라, 바지도 보라, 신발도 보라 할머니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보라일색입니다.
역시 우리 보라돌이 할무니답습니다.
"아구 우리 이쁜 선상님 뭐 사러 나왔어?"
"계란이여~"
"맨날 계란만 묵나? 맛있는 것 좀 해묵으라~"
"헤~~할무니처럼 잘 하는게 읍어서여~ 할무니는 뭐 사러 나오셨어여?"
"그냥 나와봤다. 뭐 살거 있나 싶어서."
계란 한 판을 사서 들고 할머니 뒤꽁무니를 쫄래쫄래 따라다닙니다.
뭣을 살지 모를땐 이 방법이 최고입니다.

"이거 을마여?"
"세 개에 천 원입니다~"
보라돌이 할머니가 돈 천원을 주고 팽이버섯을 사십니다.
나도 보라돌이 할머니를 따라 팽이버섯 세 개를 천 원 주고 삽니다.
"이거는 을만데?"
"네, 한 봉다리에 이천 원입니다."
"이거 한 봉다리 주소."
"저도 주세요~"
두부도 이천 원주고 한 모 사고
오뎅도 한 봉다리 사고
보라돌이 할머니가 사시는거 쫓아다니며 고대로 삽니다.
금새 보라돌이할머니랑 나랑 검정봉다리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 사셨어요? 할무니?"
"뭐 사긴 샀는데 해먹을게 마땅치가 않네. 두부는 뭐 해먹을라고?"
"몰라요."
"몰라? 근데 왜 샀어?"
"할무니가 사니까 샀지이~"
"이그 지져먹어. 동태 한 마리 잡아넣구"
"동태 없는데."
"읍서?"
"네 ,없어요, 할무니는요?"
"난 어즈께 저기 계산시장가서 한 마리 사다놨지."
"그럼 나두 사야지~"
"알 많이 들은 거로 주소."
"어르신 그걸 으트게 알아요."
"장사꾼이 그것도 모르믄서 뭘 팔아."
"장사꾼이라고 다 아나요?"
"장사꾼이믄 다 알아야지. 지대로 팔라믄."
"어르신은 그럼 어떤게 알 들은 건지 아셔요?"
"알지, 그럼."
"그럼 어르신이 한 번 골라보세요."
"고르긴 뭘 골라. 척 보믄 알지."
"하하, 어트게요?"
"어트게? 배태기가 빵빵하믄 알이 꽉 찬 것이지."
"에~ 어르신 생선은 안 그래여."
"안 그러긴 뭘 안그래.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끼 가지믄 배부터 부르잖아."
"하하 그런가요?"
"그럼 세상이치가 다 그런거야."
"아, 그래요? 어르신? 그럼 어르신이 한 번 골라보세요. 저는 십 년 넘게 이 장사를 해도 봐두 모르겠어여."
"고르라믄 못 고르까봐? 이놈이 배때기가 빵빵하구만. 야로 주소."
그날 나는 보라돌이 할무니가 골라주신 알이 꽉 찼다는 동태를 사가지고 와서 한 냄비 잔뜩 끓여 맛있게 먹었다.
보라돌이 할무니말씀처럼 알이 꽉 찬냐고?
이 동태는 알대신 배만 빵빵했던 복부비만 동태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