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지, 할무니 돌보시면서 힘드신적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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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할무니 돌보시면서 힘드신적 없으세요?"
  • 김인자
  • 승인 2016.04.0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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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월례 보호자 모임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요?"
"금방 오실거예요."
올해 들어 처음 만나는 사랑터 치매센터보호자모임.
할아버지와 영혜할무니 따님인 박혜선 아줌니가 일찍 와 계시네요. 늘 언니 동생이 함께 다니시더니 오늘은 언니인 혜선아줌니만 오셨네요.
그러고보니 새학기라 신입생이 많네요.못 보던 분들이 많아졌어요.

새로 오신 새내기 보호자 할무니가 오른손을 흰붕대로 총총 초매고 오셨어요.
수술한지 오일 째.엄지손가락을 차문에 찧고 나서  외상이 아니어서 그냥 저냥 지냈는데 어느날부턴가 엄지손가락이 구부릴 수도 없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보니 유착이되어 수술을 하셨대요. 사랑터에 홍일점이신 77세  하부지의 짝꿍할무니세요. 하부지는 제가 보기엔  칠십도 안돼보이시는데 칠십 칠 세 이시래요.
이얘기 저얘기 반가운 이야기가 오가고 사랑터선생님들이 이야기하면서 드시라고 맛난 간식을 내어주십니다.
"우와, 맛있는 과자다.하부지 이거 드세요. 고급과자예요"
"이게 뭐인디?"
"이거 아주 비싼과자예요. 이거 하나가 빵하나 값일걸요." 할아버지께 과자껍질을 벗겨 드리니 맛있게 잡수십니다.
"센베이네.~"
그러자 칠십 칠세 하부지 짝꿍할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와플이여요."
"와플?와플이 머여?우유많이 넣은 센베이네.~~"
센베이다~ 와플이다~ 그러심서 과자를 맛있게 드시는 하부지 할무니들이 꼭 애기들 같습니다.

심계옥할머니가 다니시는 치매센터 사랑터에서는 매 월 한번 씩 보호자모임을 해요. 치매어르신을 돌보는 보호자들을 위한 귀한 시간이지요. 스트레스 지수검사도해주고 우울증 지수검사도 해주고 보호자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나누는 귀한 시간이예요. 오늘은 한림병원 건강의학과 이장곤 과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로 했어요.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모두는 우울지수 체크를 했어요. 사회복지사샘이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보호자하부지 할무니들을 위해 한자 한자 읽어주십니다.
합산해서 보니 저는 유력우울증이라네요. 16점이 나왔어요.
할아버지는 10점. 할아버지는 우울지수가 거의 낮은 점수예요.
자식도 다 내보내고 할머니를 하부지 혼자 돌보시는데 우울지수가 저렇게 낮으시다니.
"하부지 할무니 돌보심서 힘드신적 없으세요?"
"힘들지. 왜 안 힘들어.
내몸땡이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근데 하부지 뵈면 언제나 행복해보이세요."
"그래보여? 그거 참 다행이네. 나는 힘들면 노래를 불러."
"우와,하부지 노래 잘 하시나보다."
"잘은 못해.그냥 부르는거지. 노래를 부르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지거든.
김선생님도 힘들면 노래를 불러봐.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
힘들면 노래를 불러라 저는 오늘 또 할아버지에게 귀한 마음을  배웠습니다.

집에 돌아가는길.
지팡이를 한손에 짚고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나오십니다.
할머니 얼굴이 못 본 사이에 환한 복사꽃처럼 예뻐지셨습니다.
"우아, 할머니 너무 예뻐지셨어요?
할아버지가 그동안 많이 잘해주셨어요?"
"응 잘했줬떠."
할머니가 봄꽃처럼 환하게 웃으십니다.
"하부지, 할머니 진짜 이뻐지셨어요"
"응, 화장수가 좋은가봐. 물만 한개 발라주다가 물하고 크림하고 두개를 발라주거든."
할머니를 바라보시는 할아버지 눈에서 꿀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하부지,어서 타세요."
택시를 잡아 할무니 하부지를 태워드립니다.
"고마워,김선생 또 봐."
"네, 할아버지 다음달에 또 뵈어요.~~^^"
할아버지가 다리를 택시안으로 다 넣으시는걸 확인하고 문을 닫습니다.
다음 달에 뵐땐 할머니처럼 할아버지얼굴도 통통하게 살좀 오르셔서 오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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