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공가(空家)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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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공가(空家)에 주목하는 이유
  • 류재형
  • 승인 2016.04.08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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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섬, 문갑도] (7)문갑도 옹기 이야기-2


 

포스트모더니즘의 대가 ‘장 보드리야르’는

하나의 사물은 명명되고 재현과 개념이 그 사물을 포박하는 순간은 바로 사물이 그 에너지를 상실하기 시작하는 순간이고,

하나의 사물은 그 개념이 나타나면서 사라지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시간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이미 없으며,

한 장소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사라져 버렸고,

한 인간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이미 사망했으며,

시절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실제 세상이 존재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세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 현실적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한 것은, 그 이미지 안에서 어떤 형태의 사라짐, 거리감, 멈춤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앤디 워홀이 말했던 이미지의 중심에 있는 그 공허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사진의 이미지 속에서는  당시의 시간만 존재할 뿐, 더 이상 음화(陰畵)도 없으며, 나중으로 '연기된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에게 낯설게 남아 있습니다. 매체로서 비춰지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되지 않으며 우리에게 무언가 낯설은 존재의 그림자와 같은 데쟈뷰 현상처럼 희미한 자국으로 공허하며 쓸쓸하게 남습니다.

모든 것의 실재가 공허하게 되어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미 작고하거나 노환으로 뭍에 나와 살고 자손들은 가끔 섬에 와서 비어있는 공허함에 동네사람들과 쓴 소주만을 들이킵니다.

문갑도에도 여늬 섬처럼 빈집이 많습니다.

 

마을에 역사를 고스란히 숨겨둔 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섬에서는 됫병으로 사다가 먹던 시절,

집의 주인장은 뒷 뜰에 화단을 가꾸고 그 경계로 빈 병을 심어 놓았습니다.

주인이 가꾸던 작은 꽃과 풀들은

주인의 빈자리를 지키며 오늘도 생명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가(空家)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그 시절 존재에 대한 가치를 현재의 문화적인 접근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마을 전체의 분위기를 보아 애정과 관심이 담긴 그 무엇이 필요하다고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 스스로 소소함이 묻어있는 생각과 행동들은 섬을 찾는 외지인에게 힐링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외지인들은 새로운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마을의 흔적과 자연의 현상을 통해 같은 인간임을 자각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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