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시도 오랜 시간속에 정성을 다 해야"
상태바
"사람도 시도 오랜 시간속에 정성을 다 해야"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16.05.29 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7회 배다리 시낭송회 - 초청시인 류인채


'제97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5월 28일 오후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 책방의 이층 다락방에서 류인채시인을 초청해 열렸다.

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소리의 거처‘는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애틋한 추억이 시로 태어나서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시인은 공을 많이 들일수록 좋은 시가 나온다면서 사람도 시도 오랜 시간속에서 정성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7회 시낭송회는 다른 때와 달리 특별하게 진행이 되었다. 시인의 아름다운 동반자인 남편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 ‘나는 행복한 사람’과 ‘바램’을 들려주어 시낭송회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인천문인협회의 회원들도 많이 참석해서 류인채 시인을 축하해주었고 초등학교 동창들도 먼 길을 달려와서 축하의 마음을 보탰다.
 
류인채 시인은 1998년 <문학예술> 신인상과 2014년 <문학청춘>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인천예총 예술공로상과 2014년 인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1998)’, ‘소리의 거처(2014)’를 세상에 내 놓았다.

인천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경인교대외 2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문인협회에서는 교육담당 이사직을 맡고 있다.
시인은 시를 쓸수록 자신의 한계가 느껴지고 알면 알수록 더 배우고 싶은 갈증이 생겨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98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초청시인 없이 ‘누구나 시인이 되는 날’로 진행이 된다. 참석자들은 애송시나 창작시를 준비해서 6월 25일 (토) 2시에 참석하면 된다.
 

 
소리의 거처
 
                                           류인채
 
 아 ― 힘껏 소리를 내보낸다
바람을 타고 멀리 흩어지는 소리의 꼬리들이 허공을 쓸고 간다
말끔하고 텅 빈, 허나
공중 어딘가에 꽉 들어찬 소리의 나라
 
수많은 뼈가 흙이 되고 핏기 잃은 땅이 객토할 동안 허공은 투명한 소리의 뼈로 일 가를 이루었을까
가끔은 비행기의 머리에 찢어진 굉음들, 빌딩 옥상으로 떨어진 소리의 비명도 있다
 
허공의 집
어린 날의 어설픈 휘파람소리 그에게 들킨 수줍던 첫말
젊은 아버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쌓여있는 곳
 
저 목련 나무의 희디흰 젖니도 모두 그곳에서 온 것일까
 
아, 하는 순간 봄이 벙글고 화장을 고친 버드나무 종아리에 물이 올라
소리에 살이 찌는 계절
보이지 않는 소리의 나라는 핼쑥한 겨울 산의 무릎 같은 곳
버림받은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힘줄 퍼런 소리가 저곳에 밀집해 있다
저 빽빽한 허공을 비집고 봄이 와서
꽃물이 번지고 배 밭이 환하다
 
봄꽃에 매달린 소리가 한꺼번에 피고 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