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모두가 똑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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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모두가 똑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6.0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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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한국 다양성 연구소'는 사회에서 강요되는 획일적인 기준에 맞서 '행복한 괴짜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사회를 꿈꾸는 곳이다. 보통의 연구소가 한 가지 세부 주제하에 대부분의 연구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이 곳에서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대하여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사회구조 속에서 각자가 누리게 되는 특권과, 차별받고 배제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사진 = 이미루 기자


당연해서 몰랐던 것 

한국 다양성 연구소는 사회적 차별과 억압받고 배제당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전하는 최초의 전문 교육기관이다.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청소년, 아동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되는가에 대한 교육을 주로하며, 기업이나 단체 등에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을 나가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특권'에 대해 인식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김 소장은 "남자들은 여성들이 삶의 매 순간에 여성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자기검열과, 공포의 순간을 못느낀다"며, "가령, 여성들이 스스로의 외모를 검열하고 이런 걸 입어도 되나하고 걱정한다거나,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긴장을 하고 겁을 먹는 것 같은" 공포는 남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 소장은 강연을 통해 "그동안 타자화 해왔던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우리사회에서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들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차별과 억압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특권과 억압을 동시에 깨달을 수 있어야,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연대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것

그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에 만난 여성 라틴계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이다.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평등인식이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질문이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그 수업을 통해 사회적 억압과 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난 아무렇지 않은 일상인데, 누군가는 매일 성별이 달라서 혹은 피부색이 달라서 매일의 일상속에서 공포를 느끼고 차별을 받는다는 걸 깨닫고는 온 몸에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김 소장의 경험은 그의 유년 시절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어린시절 부모님의 강요로 의료 선교사의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며,  "내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부모님의 기대와 압박을 느끼면서 방황하고, 그것이 내 꿈이라 믿었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회는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을 사고 하는 등 획일적인 삶을 강요받는 정답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보이고 있는 다양성의 결핍과 획일성, 정상성에 대한 강박이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고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과 압박, 고정관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혐오로 드러나고, 그게 제도와 법으로 굳어진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경험이 쌓여서, 지금 사회구조적 억압을 이야기하고 소수자를 이야기하는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여러 해 공부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들었던 공통적인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를 봐 달라는 말 이었다"고 한다. 장애인의 휠체어, 수화하는 모습, 보조기구 등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나 성소수자는 어떨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있는 그대로의 누군가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평중학교에서 특강을 진행중인 김지학 소장. 사진 = 한국다양성연구소


함께 해야 가능 한 일

김지학 소장은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이 가지게 된 상대적 특권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비장애-이성애자-남성 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을때 보다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특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는 "나 역시 청소년 시절 어리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로부터 억압과 제한을 받았지만, 여성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비해 특권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사회적 억압과 약자에 대해 이야기 할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상대적 특권층에게 이런 억압기제를 교육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흑인들이 흑인 인권 운동을 하기 시작했을 때, 함께 나서는 백인들이 없었다면 운동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인종·장애·성·성소수자 차별 등의 인권문제를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함께 일어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혐오'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김소장은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런 혐오문제에 대해 "사회 전 구성원들이 살기 힘들어지고 억압과 배제의 폭력이 심화 될 수록, 사회적 약자를 향해 '수평폭력'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사회 문제가 심화되고,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가 심각해 질 수록 이런 사회적 구조를 해결 할 수 있는 곳, 혹은 해결해야 하는 곳을 향해 분노가 표출되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공격하기 쉬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을 향해 분노와 폭력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본다고 한다. "느리지만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 연구소를 차릴때만 해도, 성소수자는 물론 여성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청년들을 중심으로 이런 사고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 한 교회에서 진행한 청소년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 중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큰 종이에 특권그룹과 억압그룹, 경계그룹 등을 나누고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을 나누어 각 부분에 해당되는 것들을 종이에 붙이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며, "처음엔 룰에 따라 성소수자 여성은 억압계급, 여성, 성소수자 부분으로 분류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모든 카드를 특권계급에 붙이더라"고 했다.

그가 당황하자 활동은 진행하던 아이들이 "누구든 모두가 똑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김지학 소장은 주로 대부분의 강연을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진행한다. 인천에서의 활동이 왜 그리 뜸한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인천에선 아직 안 알려져서 인지, 이런 프로그램들이 없는 것인지 불러주는 곳이 없더라"고 대답했다. 인천에서 둥지를 틀고 연구소를 개업한 지난 2년간, "세상이 조금은 나아졌길 바라고, 또 느리더라도 점차 나아 질 것"이라는 김지학 소장의 말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 혐오가 없어지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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