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는 인천시 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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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는 인천시 문화정책
  • 김천권
  • 승인 2016.11.02 09: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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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천권 / 인하대 교수(행정학)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0월 19일 인천 문화융성시대, 문화주권확립을 내세우며 인천에 뮤지엄 파크를 학익용현지구(그림 참조)에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뮤지엄 파크(50809㎡, 15,370평)에는 시립 미술관과 박물관, 컬쳐스퀘어, 콘텐츠 빌리지 등 문화시설들이 들어서 인천 문화의 중심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뮤지엄파크엔 총사업비 2,66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중 국비 40%인 600억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부터 지원을 받고, 기존 인천 박물관 부지를 169억원에 매각해 충당할 경우 741억원을 시가 부담할 계획이다. 또 문화산업시설 1,153억원의 사업비는 민ㆍ관합동개발(BOT/BIT)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는 내년에 ‘인천 뮤지엄파크 사업 타당성 및 조성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타당성 조사 등 사전 행정절차를 진행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인천에 시립미술관이 건립되고 시립박물관이 이전하며 문화 중심지가 조성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정책이다. 특히 시립미술관은 6개 광역시 가운데 인천과 울산만 없는 인천시민들이 그 동안 배제되었던 시설이며, 시립박물관 또한 인구 300만인 도시에 청량산 산자락에 위치한 형식만 갖춘 시설로 존재해 왔는데, 이제 인천도 문화를 중시하는 도시로 가치 재창조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인천뮤지엄파크 입지 부지>


인천 뮤지엄 파크 조성이 이런 긍정적 효과도 가져오지만, 뭔가 핀트가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드는 것은 왜일까? 인천 시민으로서 뮤지엄 파크를 조성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천억이 들어가는 사업이 너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데 있다. 인천은 이미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통하여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처절하게 체험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있는데도 인천시는 아직도 중요 정책을 수립하면서 종합적인 검토 없이 졸속으로 전시용 정책을 수립 발표하고 있다. 왜 뮤지엄파크 정책이 졸속이고 전시용인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용현학익지구는 동양화학이 입지했던 공간으로 그 동안 인천의 대표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를 했던 도시계획상 공업지역이다. 인근에는 대우전자와 SK(석유공사) 저유탱크가 입지했던 곳으로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주택지구 혹은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되어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공업지역들이 주택 혹은 상업지구로 변경되어 인천의 공장들이 사라지고 일자리는 점차 감소되고 있다. 그래서 이 장소는 문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공업지구로 보존하여 인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인근에 인하대학교가 입지하여 산학연계활동을 위한 창업단지 혹은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인하대학교가 특히 공업입국을 위한 공과대학으로 출발하여 우수한 기술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데, 인천은 이러한 인력들을 이용할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공업단지가 예전의 굴뚝산업의 형태를 띈 것이 아니라 구로동 디지털시티 혹은 파주 출판문화단지와 같은 선진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런 면들을 고려하여 이 지역은 문화단지가 아닌 인하대학교와 산학연계활동을 위한 창업과 첨단산업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뮤지엄 입지와 관련된 문제로서 과연 이 지역이 인천의 뮤지엄 단지로 적정 입지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뮤지엄 입지에는 접근성, 근린성, 클러스터 효과, 경제성, 형평성 등 다양한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야 뮤지엄이 조성된 다음에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공의 공간, 만남의 공간,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인천의 중심도 아니고 시민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 중심지도 아니다. 만약 이런 곳에 뮤지엄을 건설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미술관·박물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를 우리는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통해 잘 경험하고 있다.

만약 국립박물관이 용산 주택지구 인근에 입지한 것이 아니라, 명동 혹은 세종로에 입지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인근에 화랑, 북 카페, 레스토랑, 창작활동을 위한 스튜디오 등이 입지하여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특화지역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사회를 가보면 미술관과 박물관이 도시 중심지에 입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런 공공미술관과 박물관이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공공의 공간, 만남의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 사랑받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서 과연 학익용현지구가 뮤지엄 파크로 적정입지인가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요구된다.

셋째, 이번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을 위한 계획을 보면 기존의 공장을 전면 철거하여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선진사회의 문화지대 건설은 이와 같은 전면 철거에 의한 재개발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시설을 활용한 보존 재개발 혹은 개량 재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그렇고, 인천 아트 플랫폼이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이 추진되면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를 보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인천 뮤지엄 파크 조성계획을 보면 이런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를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문화지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뭔가 정책이 이해가 되지 않으며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넷째, 인천의 문화정책이 정말 갈팡질팡하는 면을 보인다. 유정복 시장이 인천 뮤지엄 파크 조성계획을 발표한 10월 19일의 불과 이십일 전(9월 29일)에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은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10월 중에 발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인천대학교 조형연구소 주최로 열린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김상섭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인천은 국내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췄지만 광역시 중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다"며 "10월께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불과 20일이 지나 시장은 인천 뮤지엄 파크를 조성하고 인천 시립미술관과 박물관을 이곳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면 주무국장이 20일전까지 뮤지엄 파크 건설계획 조차도 몰랐고, 주무국에서는 전혀 논의나 분석 없이 뮤지엄 파크가 추진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수천억이 들어가는 계획을 정말 주무국에서는 전혀 모른 채 정책이 수립되었다면, 이 정책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전시용, 선전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얼마나 졸속으로 갈팡질팡하며 정책이 추진되었기에 정책이 발표되기 불과 20일 전까지 주무국장이 모르고 있을 수 있는가? 인천 뮤지엄 파크 조성이 몇몇 사람만 알아야 하는 극비를 요하는 정책이란 말인가? 이것은 인천시 정책과정 전반의 시스템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런 식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인천시 정책과정 전반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치명적 문제를 제기한다.

다섯째, 거버넌스 부재의 문제이다. 이제 행정의 패러다임이 정부 중심에서 거버넌스(협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즉, 도시의 주요 문제를 결정하는데 정부가 독점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주요 주체들과 협력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여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협치방식이 도입된 요인에는 지역의 주요 주체와 전문가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집단지성(다중지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지혜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산학관연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보다 합리적, 민주적 정책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뮤지엄파크 결정과정을 보면 이런 협치는 찾아볼 수 없고, 소수의 몇 사람이 밀실에서 계획을 만드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담당 주무국장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행정의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겠는가! 도대체 인천 뮤지엄 파크가 얼마나 비밀을 요하는 극비사안이라 주무국장도 배제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인천의 행정이 얼마나 시대에 뒤쳐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인천의 정책이 공식적 라인이 배제되고 비선라인에서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번에 발표된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계획에는 이런 명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부수적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발표된 계획에는 600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국고지원이 안되면 또 시립미술관 계획을 무산시킬 것인가? 지역 문화융성이 이렇게 아무 공간에나 뮤지엄을 짓고 단지를 조성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인가? 그리고 시립미술관이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빈 공간에 또 다시 구색 맞추기, 형식적으로 조성되는 것은 아닌가? 수천억이 들어가는 계획을 달랑 조잡한 청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전시용으로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었나? 도대체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답변이 안된다.

공간은 주변환경과 연계하여 공간이용을 위한 특정한 용도가 있다. 아무 곳에나 문화공원을 만든다고 문화가 융성하는 것은 아니다. 홍대 앞이 문화의 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홍대가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 특화된 학교이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인하대학 인근에 문화지구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인하대학이 특화된 분야에 중점을 두고 공간이용을 결정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식일 것이다. 인하대학은 공과대학으로 출발하여 우수한 기술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수한 기술인력을 이용하여 창업과 창조경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이나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이런 활동은 송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하대 주변은 주택과 상업지구로 변화하고 있다. 인하대 인근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공간이 대우전자와 동양화학 부지이다. 그런데 이 공간이 인하대학과 연계성이 높은 창업·첨단산업지구가 아닌 문화지구로 조성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 발표(2016년 10월 23일)에 의하면 경기도 광명·시흥시는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를 조성하여 2,200개 기업유치를 통해 96,5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러한 발표대로 계획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어째든 주변 도시들은 R&D, 산업공원 등을 조성하여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는데, 인천은 기존에 있던 공업지역을 주택, 상업, 그리고 이번에는 뜬금없는 문화지구로 조성한다고 공표하고 있다.

인천은 이미 연고가 없는 산업을 유치 혹은 조성하려다 실패한 다수의 경험을 갖고 있다. 영종도 밀라노 디자인 시티 계획이 그랬고, 무의도 에잇(8)시티 사업이 그랬으며, 검단 스마트 도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고, 송도 인천타워 사업이 그랬다.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아내고 다시는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과 개선방안을 탐구해야 할 때다. 그런데 이번 인천 뮤지엄파크 정책 수립과정을 보면 아직도 인천 도시행정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고,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언제쯤 인천의 도시행정이 말만 민주적, 합리적이 아닌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행정이 펼쳐질지 지금은 요원해 보인다.

끝으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인천 시립미술관을 정말 문화융성시대에 걸맞게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소에 건설하여 공공의 공간, 만남의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인천 시립미술관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더불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간인 학익용현지구가 주택과 상업지역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공업지역의 특성을 살려 인천의 미래 먹거리와 창업 및 창조산업의 중심지로 개발되어 젊은 세대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선진적 산업공원(industrial park)으로 조성되는 것도 심층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천의 100년 대계가 걸린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 전문가, 지역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구성하여 지역의 지혜를 모으는 투명한 방식으로 인천의 도시행정이 추진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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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지오 2016-11-10 16:21:11
좋은 글입니다.

인천시민 2016-11-02 13:33:52
인천시는 특별기고를 통해 시립미술관 건립이 누구를 위한 건입인가를 다시한번 심사숙고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천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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