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한 눈 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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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 눈 판 사이
  • 김인자
  • 승인 2016.11.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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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엄니와 김치담그기

월욜 창녕 성산초 강연
화욜 남원 도통초 강연
수욜 서울 대방동성당 강연
목욜 수원 매산유치원 강연
금욜 평택 창신초 강연
토욜 심계옥엄니와 행주산성 가을 소풍

날마다 강연을 하고 심계옥엄니와 가을 소풍을 다녀온 이후 모처럼 쉬는 일요일.
감기몸살로 이불속에서 끙끙 앓고 있는데 심계옥엄니 조용하시다. 아직 주무시는구나. 어제 커피숍 돌계단 오르시느라 피곤하실테니 좀 더 주무시게 두자.
이리 생각하며 오랜만에 늘어지게 늦잠좀 자보자 하는데 암만해도 기분이 이상한거다. 해서 방에서 나와보니 울 심계옥엄니 베란다에서 장을 벌이고 계셨다.

강화 큰어머니가 주신 순무를 싹독싹독 각설탕처럼 깍둑썰기를 하고 계신 심계옥엄니.
"엄니, 모햐?"
"무이파리가 아깝게 다 시들었다. 무가 쪼그라지기전에 김치를 담궈야지 않겠냐?"
김치? 에고,늦잠자기는 글렀구나.
울 심계옥엄니 순무김치를 담그실건지 조각조각 바둑판을 맹그실건지 순무를 손톱마디도 안되게 싹둑싹둑 조각을 내고계셨다.
이 김치는 이세상에서 젤로다 특별한 순무김치가 되겠구나.
"근데 엄니 무가 너무 작지 않을까?"
"무신 소리냐? 무가 너무 크믄 씹을 수가 없다. 콩 만해야 먹기 딱 좋은데 칼이 안 들어서 요렇게 밖에 안 잘라진다."
아구야 그나마 칼이 안 드는게 천만다행이구나.
"엄니, 쪽파 좀 다듬어 주셔요."
"그랴"
그래도 울 심계옥엄니 쪽파는 밑둥만 자르신다.
"엄니, 저번처럼 다지믄 안되여. 그냥 밑둥만 자르셔요."
"알았다. 내가 그것도 모르까봐서."
저번에 김치할때 울심계옥엄니 배추를 다져 놓으셔서 잠시도 한 눈을 팔수 없는터라 순무 씻으랴 쪽파 씻으랴 양파껍질 벗기랴 마늘 껍질벗겨 다지랴 찹쌀풀 쑤고 배갈고 그 와중에 심계옥엄니 뭐하시나 살피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야둔둥 어찌구저찌구하여 모든 양념 준비끝.
큰 그릇에 순무 넣고 고추가루 넣어 빠알갛게 색깔옷 먼저 입히고 멸치액젓 붓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려하니 심계옥엄니
"소금 내가 아까 다 넣었는데~"하시는거다.
"언제?얼마나?"
"조금, 아니 많이. 아, 모르겠다 넣었나?안 넣었나?"
으아 이거저거 한다고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우리심계옥엄니 제대로 사고를 치셨다. 소금 반통을 죄다 둘러부으셨다.
순무 한 개를 집어 먹으니 짜서 먹을수가 없다. 소태다, 소태.
아고야 우리어메 우짜믄 좋노? 소태가 된 순무를 급한대로 물에 씻어 채반에 받쳐놓고 보니 참으로 심난하다.
"간이 짭짤해야 생무에 간이 배서 김치가 맛있다."
심계옥엄니 해말게 웃으심서 하시는 말씀.
"하모여, 엄니~"





"고추가루 많이 넣지마라. 매운거 몸에 안 좋단다."
(이게 김치인지 고추물만 들인건지 넣는 시늉만 한 고추가루)
"마늘은 많이 넣어야 좋댄다." (깍두기 담그려고 찧져둔 마늘까지 순무김치에 몽땅 투하)
"양파가 몸에 그르케 좋단다."
(열 개는 족히 넘을 양파를 껍질 벗겨 이것도 몽창 투하)
이것이 무슨 맛이 될 것이냐?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왕 베린 김치 울 심계옥 엄니 넣고 싶어하시는거나 원없이 넣게 해드리자.
"엄니, 또 뭐 넣고 싶은거 없으셔여?"
"또 넣고 싶은거?
마늘이 몸에 그르케 좋다는데 더 넣으까?"
"어떻하지? 엄니, 마늘깐거 여기다 다 넣었는데."
"내가 금방 까믄 되지."
"아녀요, 깍두기에도 넣어야 되니까 남은 마늘은 남겨둬요, 엄니."
"그라믄 고추가루 더 넣자.쥐똥만큼 넣으니 아무래도 때깔이 안난다."
(아까는 몸에 안 좋다고 조금만 넣으라더니 아예 들러부으셨다.시뻘겋다.)
이리하야 심계옥엄니가 넣고 싶은거 다 넣은 심계옥엄니표 순무 김치가 완성되었다. 심계옥엄니가 넣으라는 양념을 다 넣고 순무를 버무리니 양념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심계옥엄니 모르게 양념을 덜어두었다가 무우 두 개 사서 예정에 없던 깍두기 까지 한 통 담았다.
이번에 담근 순무김치는 보나마나 맛있을거다. 울 심계옥엄니가 몸에 좋다는거 많이 많이 넣었으니까~~
그나저나 감기가 뚝 떨어졌다.
열 내고 순무김치 한 통, 깍두기 한 통 담갔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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