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구청장 행보 … 주민과 '소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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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구청장 행보 … 주민과 '소통'을 위해
  • 이병기
  • 승인 2010.08.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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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청장들 이색 활동 눈길 … 다양한 구정 펼치느라 '구슬땀'


박우섭 남구청장의 페이스북 메인 화면

취재: 이병기 기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천지역 민선 5기 구청장들이 주민과 소통을 위한 '이색 구정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취임 후 두 달 가까이 된 요즘 각 구청장들은 주요 공약사항과 선거운동 당시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주민과 '소통'에 대한 약속 이행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세우고 있다.

일부 단체장들은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활동으로 주민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나 페북(facebook)하는 남자야!'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모든 구민과는 어렵겠지만, 대다수 구민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신문 지면이나 방송, 라디오, 인터넷 등 주민들이 사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통해야 해요. 구청장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900여 공직자 전부 자신이 구청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주민을 만날 때 좋은 행정을 펼칠 수 있습니다."

'사람 존중의 복지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박우섭 남구청장.

박우섭 구청장은 최근 가입만 하고 묵혀두었던 '페이스북(facebook)'(일명 페북) 활동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유사한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친구로 등록한 이들과 대화하거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시장 후보를 비롯한 일부 후보자들이 트위터 등에서 소식을 알리곤 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업무에 치여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 박우섭 구청장은 주민이 사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페북에 발을 들였다.

그는 'PD수첩 방송하라!' 페북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시민들이 올린 글에 댓글을 달면서 점차 친구들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디 Alex Kim은 "와우 멋진 울 청장님이시닷!"이라며 "바쁘실까봐 찾아 뵙지도 못하고 뒤에서 열심히 응원만 하고 있습니다"라고 담벼락에 글을 남겼다. 이행숙씨는 "이렇게 뵈니까 색다른 느낌입니다"라고 신선함을 나타냈다.

온라인 소통 활동과 더불어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는 장도 마련된다.

김연신 남구청 비서실장은 "취임 후 보니 민원을 제기하려는 주민들 중 구청장을 만나볼 기회조차 없어 화를 내는 시민들이 많았다"면서 "9월부터 매달 1일과 15일에 주안역 광장에 나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열린 구청장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초반에는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있더라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열린 구청장실을 운영하다  보면 많은 구민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주민들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는 소통행정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공무원들과 교감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전 7시반부터 9시까지 아침시간을 이용해 직원 간담회를 열거나, 번개팅 형식으로 점심시간 햄버거를 싸들고 예술 전시실을 돌며 자연스럽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민원 수렴의 틀을 바꾸다…고남석 연수구청장

시민들이 관공서 홈페이지에서 민원을 신청할 경우 담당 부서 실무자가 내용을 파악한 후에 윗선으로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각 구청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구청장에 바란다' 역시 보통 공무원들을 거친 후 자치단체장이 보고받는 게 다반사지만 고남석 연수구청장은 민원수렴의 틀을 바꿨다.

고남석 구청장은 시민들이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 민원을 제기할 경우 자신이 먼저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점이나 대안을 고민한 뒤 담당 공무원을 불러 논의하고 있다.

일반적인 민원 업무가 중간 절차를 거치면서 누락되거나 잘못 전달되는 우려가 있는 반면, '신문고'처럼 단체장이 가감  없이 직접 구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연수동에 사는 한 주민은 "직원을 통하지 않고 구청장이 바로 민원을 접수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라며 "또한 스스로 민원의 대안을 고민한 후 해당 부서에 전달하는 것 역시 다른 자치단체장에게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심철보 연수구청 기획감사실 기획평가팀장은 "구청장은 '전에는 관 위주의 행정이었다면, 이제는 철저한 소통 위주의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면서 "정책이나 업무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민원인들과 직접 통화하거나 본인 스스로 구상하는 것을 보면 소통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심 팀장은 "또 현장 소통행정 강화를 위해 구청장이 현장에 자주 나가다 보니 해당 팀에서도 민원이 야기되기 전에 먼저 구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간부회의때 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각종 공약 사항을 점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 성과는 이르지만, 기존의 행정스타일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남석 구청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구청장 구정일기'도 7월 한 달 간 선거법 문제로 표류하다 8월부터 시작됐다. 2~3일에 한 번 정도 올라오는 구정일기는 고 구청장이 직접 작성해 현장에서 느꼈던 점들을 편하게 풀어낸다.

8월18일자 '1구민 1악기 다루기를 꿈꾸며…' 구정일기 난에 댓글을 올린 임선희씨는 "구청장님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 인간적인 면모를 보는 것 같이 친근함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민원은 직접 통화 홍미영 부평구청장
홈페이지 '방문예약' 신설 조택상 동구청장

"모든 민원에 대해 일일이 전화하기는 어렵지만, 시급한 민원이라고 판단될 경우 홍미영 구청장님이 민원인에게 직접 전화해 이야기를 들어요.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공약에 대한 민원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합니다. 민원이 접수로만 끝나지 않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정확하게 처리하라고 당부합니다." - 장혜순 부평구청 비서실장

부평구의 경우 전임 구청장 재임 시에는 '구청장실'은 민원인이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한다.

부평구청 관계자는 "전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었고, 개인이나 단체에서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밤을 새거나 구청장을 볼 때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당시는 경비원에게 들려나가는 등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미영 구청장의 경우 취임 첫날부터 금지였던 '구청장실'을 개방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점심시간 역시 직원이 남아 찾아오는 민원인을 상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장 비서실장은 "7월 초 동사무소를 돌며 200여개 민원을 접수했다"면서 "청장님이 대부분의 민원을 개괄적으로 답변하고, 상세하지 못한 부분은 담당 부서에서 꼼꼼히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취임식 당시 동영상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의견까지도 일일이 답변하는 꼼꼼함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신문고 등 의견 수렴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중"이라며 "실질적으로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구청 홈페이지의 경우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문예약'이 있다. '방문예약'은 민원인들이 홈페이지에서 직접 공무원들과 만날 시간을 예약하는 것으로 민원의 간단한 내용을 작성해 접수하면 된다.

동구청 홈페이지 → 구청안내 → 담당업무공개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데, '담당업무'란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다. 민원인들은 회원가입 후 이용할 수 있으며 예약날짜와 방문 가능시간, 연락처, 내용, 첨부파일 등을 적은 후 접수한다.

담당자가 신청인과 방문일시를 조정해 일정이 확정되면 문자로 예약이 완료됐다는 연락이 오게 된다.

김대원 동구청 기획감사실 기획팀장은 "구청장님이 취임한 후 '소통'과 '화합'이란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소외계층이 많은 동구의 특성상 복지 관련 공약도 많기 때문에 더 신경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구청장은 아침 7시에 나와 민원 업무를 직접 챙기고, 부구청장은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돌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기관장이 움직이다 보니 직원들 역시 현장 위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까지는 이런 노력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현재 추진되는 정책들이 시행되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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