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생활 40년을 넘어,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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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생활 40년을 넘어,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7.02.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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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회 인천마당, 호인수 전 주임사제 강연 열려


 

인천사람과문화가 주관하는 49회 인천마당이 호인수 전 부개동성당 주임사제를 초청, ‘또 다른 사랑법’ 을 주레로 27일 오후 8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인천지역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호 전 주임사제는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고 1990년대에 ‘우리신학연구소’를 설립해 한국의 평신도 신학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그는 40년의 사제생활 동안 교회와 사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교회의 사회 참여를 옹호했다.
 
시집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1987), ‘백령도’(1991)에 이어 25년 만에 지난 10월 세 번째 시집 ‘목련이 질 때’를 출간했으며, 더 최근에 펴낸 산문집은 그를 아끼는 후배들이 그의 옛 글들을 모아 펴냈다.
 
작년 12월 31일 은퇴미사를 끝으로 40년간의 사제생활을 마친 그는 이날 “요즘 시간이 남아서 산책을 즐겨한다”고 웃으며 입을 뗐다.
 
이어 작년 11월 출간한 ‘또 다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40년 동안 썼던 글들을 후배들이 모아 와서 책으로 출간하게 됐는데, 대부분이 옛날 얘기라 시사성도 없고 뭔가 부끄럽기만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지금이나 예전이나 세상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세상도 그렇고 가톨릭 천주교도 그렇다. 지금 얘기해도 새로운 얘기로 받아 들여 진다”며 “앞으로 나가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달라진 교회의 모습과 사회는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안에 교회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사랑하는 방법은 꼭 끌어안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꼬집고 비판하고 하는 것도 사랑의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논현동에 아파트를 얻어 나왔다는 그는 아파트 관리비 납부, 동사무소 민원, 은행업무 등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성찰하기도 했다.
 
그는 “난 왜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았을까. 남들 다 하는 건데 나만 모르고 살았을까.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을까. 이러면서 성당에서 잘난 척하면서 떠들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가 너무 창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해외와 비교해보면 천주교 사제를 대접해주는 편이고 상위계급에 속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 이런 혜택에 길들여져 있던 것이고 갑질을 한 것이다. 또한 이런 기본적인 것을 몰라도 잘살 수 있을 정도로 큰 혜택을 누린 것이다”고 역설했다.
 
호 전 주임사제는 “이런 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아오며 성당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나름대로 잘난 척을 하고 살았다”며 “지나고 보니 멍청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난 그들의 뒷꿈치도 못 따라 갈만큼 우둔했다. 요즘 하루하루를 부끄럽고 창피하게 보내고 있다”고 반성헀다.
 
이날 강연회에서 호 전 주임자세는 주로 은퇴 후의 새로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참여자들과 공감하고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자세로 임했으며, 1시간가량의 짧은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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