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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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 최원영
  • 승인 2017.03.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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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고정관념


풍경 #39  '적'에서 '벗'으로


1999년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어린 시절부터 해외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다녔기 때문에 견식도 무척 넓었습니다. 독서를 즐겨했고, 음악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유망한 청년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자 홀로 독립하겠다는 뜻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겠다며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청년은 학비를 벌겠다면서 사람들이 오가는 뉴욕의 번화한 거리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모범적인 청년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그날도 일을 늦게까지 하고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잠시 바람을 쐬려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경찰차가 청년의 앞에 갑자기 멈춰 서더니 총을 꺼내든 백인경찰관 4명이 청년을 향해 고함칩니다.


“멈춰! 손들어!”


청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중, 무의식중에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그 순간 41발의 총탄이 청년을 향해 발사되었고, 그 중 19발이 청년의 몸을 관통하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청년은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 열린 경찰관들에 대한 재판에서 모두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정당방위라는 것이었죠.


사실 경찰관들은 그때 당시 어느 백인여자를 겁탈한 흑인 강간범을 쫓고 있었는데, 그 청년을 강간범으로 오해했던 것이었고, 또 청년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것을 흉기를 꺼내들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는 큰 혼란 속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만약 그 청년이 백인이었다면 과연 백인경찰관들이 총을 쏘았을까?’라는 인종차별 문제로 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과연 ‘흑인이었기 때문에 총을 쏘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죠.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화면에 누군가가 무기를 들고 나타나면 ‘발사’ 버튼을 누르게 했고, 무기를 들고 있지 않으면 ‘발사’ 버튼을 누르면 안 되었습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화면에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쏘지 않을 확률이 백인이 화면에 등장했을 때 훨씬 더 많았습니다. 또 반대로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이 흑인일 때 발사 버튼을 누를 확률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연구결과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명백해졌습니다. ‘흑인은 범죄자’라는 고정관념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편견이었죠. 이 편견이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모범적인 젊은이 한 명을 무참하게 죽이고 말았던 겁니다.


‘우리는 어떨까?’를 생각해봅니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우리들, 그리고 상대 진영을 ‘적’으로 놓고 생각하는 우리들 역시 어쩌면 ‘편견’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촛불이든 태극기든 선택은 개개인의 자유입니다. 그저 다를 뿐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나와 다른 너를 벗이 아니라 적으로 생각하는 ‘편견’입니다.


뉴스를 보니, 경찰버스로 차벽을 만들어둔 탓인지 큰 충돌이 없이 집회가 끝났다고 합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러나 편견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설치된 경찰차벽이 없어도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충돌 없이 즐겁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축제와도 같은 성숙된 우리가 되지 않을까요. 생각이 달라서 ‘적’이 아니라, 생각이 달라도 ‘벗’이 될 수 있는 우리가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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