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명예? 환상에서 벗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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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권력·명예? 환상에서 벗어나야겠다
  • 최원영
  • 승인 2017.04.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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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돈, 권력, 명예의 덫

 

풍경 #42. 돈, 권력, 명예의 덫


십여 년 전에 어느 취업 포털 사이트인 ‘사람인’에서 이삼십 대 성인남녀 1,797명을 대상으로 삶의 행복지수에 관한 조사를 했었는데,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낙제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그들이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긴 조건들은 ‘금전적 여유’(79.8%)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건강’(55.7%), ‘원하는 직업’(54%), ‘여가’(49.6%), ‘지식습득이나 자기계발’(35.5%), ‘대인관계’(34.7%), ‘결혼 및 애인관계’(31.4%) 등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응답자의 78.7%는 이런 조건들 중에서 자신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이 있다고 했고, 그 조건으로 ‘높은 명예’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이 조사를 주관한 팀장은 이렇게 결론짓고 있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주위 사람들의 잣대에 맞추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을 보면서,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가 우리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이 부분과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었는데요, 결론은 반드시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돈과 명예에다가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춘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불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요, 사실은 돈이나 외모, 그리고 타인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미국의 데시 박사 연구팀이 성공한 졸업생들의 직업과 재산, 평판, 그리고 외모를 평가해 본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스트레스로 인한 장애를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해요. 반면에 평범한 외모와 평범한 직업을 갖고 있고 보통의 연봉을 받지만 주변 사람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적게 받고 건강하며, 자기 자신에게 더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산다고 합니다.


사실 성취지향적인 사고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성공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자신을 무척이나 고되게 몰아칠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원인이 되어 건강까지도 해치게 되겠지요. 이렇게 스스로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벗어나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연구결과에 눈길에 갑니다.


권력이나 명예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삶을 소홀히 대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명예욕이 오히려 고문기계로 작용한다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늘 미래에 자신이 받아야 할 평판이나 지위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모든 성취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다는 거예요. 그러니 마음속에는 늘 결핍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되겠지요. 이것이 심신을 상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겁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최인철 교수님은 <프레임>이란 책에서 행복하려면 ‘소유’가 아닌 ‘존재’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의자를 예로 들면,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장 비싼 의자를 구매하는 마음이지만, 존재의 마음은 그 의자를 통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지적 세계와 가치를 기대하는 마음이라는 거예요. 돈이나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마음 역시 ‘소유’의 마음일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거기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바로 이 존재의 마음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행복은 우리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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