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이대로라면 문 닫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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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이대로라면 문 닫아야
  • 이혜정
  • 승인 2010.09.1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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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평가는 결국 아이들에게 피해…"지원 정책 다시 짜라"


인천지역 내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서예를 배우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정부가 약간씩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너무 까다로운 잣대로 평가를 하고 있어요. 평가지표를 통해서 운영비를 결정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없습니다. 결국 운영비 부족으로 허덕이다가 문을 닫게 되면 결국 '빈곤 아동'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됩니다."

인천의 한 지역아동센터장은 남동구에서 3년간 운영하던 지역아동센터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쉼터이자 공부방으로 인천에는 170여 개 센터가 있다. 특히 지역아동센터는 대개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지역아동센터마다 지난해 9월 정부 평가가 실시된 이후 50% 예산 절감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센터장은 "올 1월부터 29명 기준으로 월 300만원의 운영비가 50% 삭감된 150만원을 받아 운영을 하다 보니 인건비도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월세보증금도 간간이 지인들의 도움으로 내고 있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운영비 절감으로 경력이 많은 영어전문교사가 그만두게 돼 전반적인 프로그램도 바뀌게 됐다"면서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질적향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A센터장은 기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기 힘들어 다른 지역아동센터와 사회복지관 등의 협조를 구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지원되는 운영비 25%는 교재비, 도서구입비, 각종 프로그램 재료비, 강사비, 문화체험비 등으로 한정돼 있다. 나머지 75%는 운영전반에 필요한 공과금, 시설관리비 등의 비용으로 전체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에선 사비를 들여 운영하고 실정.

인천 계양구 B지역아동센터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운영하는 센터장은 "정부가 돌봐야 할 아이들을 밤까지 보호하고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데, 정부는 운영비 현실화를 외면한 채 차별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B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평가가 이뤄진 뒤 49명의 청소년에서 올 1월부터 23명으로 줄었다. 청소년 수가 29명 이상이면 사회복지사를 2명 이상 고용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센터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별도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B지역아동센터장은 "센터를 이용하려는 아이들은 많지만, 수용을 하지 못해서 돌려보내야 한다"면서 "결국 운영비 지원으로 인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5명의 교사가 있다. 교사들은 1대1 기본 학습지도를 해주면서 수학, 영어, 미술, 체육,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말에는 박물관이나 예술공연 관람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스포츠댄스를 하는 15명의 청소년들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준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B지역아동센터장은 "아동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매달 100만원~150만원의 자비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너무 크다"라고 털어놨다.

일부 인천의 지역아동센터장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통장적금을 해지하거나 집 전세비를 빼서 운영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지역아동센터 운영 평가의 문제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 책무성인식 및 서비스 질 향상, 제도개선 등으로 평가를 도입해 실시했다.

지역별로 2~3명의 평가위원을 파견해 아동센터의 운영실태를 점검한 뒤 평가 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른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운영비는 평가지원에 따라 하위 5% 센터는 운영비를 전액 삭감하고, 하위 15% 센터는 50%의 운영비를 삭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내 170여 개 지역아동센터들은 이런 정부의 평가가 불합리하다며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평가위원들의 평가 지표,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평가지표, 평가후 이의제기 및 구제적인 절차 생략, 높은 적성평가기준, 타 복지시설과 다른 평가주기 등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김성욱 인천지역아동센터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타 복지시설과 달리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경쟁시장에 내몰아 서열화해 운영비 지원을 판단하는 건 옳지 못하다"면서 "이런 이유로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바르게 클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보살필 의무가 있다"면서 "올바른 평가방안을 마련해 아이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후죽순으로 신설되는 지역아동센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은 중앙부처 차원의 방침"이라며 "일정한 국비와 시비로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데, 평가를 거부해 국비가 지원되지 않으면 시 자체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보육시설 관계자들이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지역아동센터 평가제도를 전면거부하고
올바른 평가정책 수립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고 
지난달 26일 오전 인천시청 광장에서
'인천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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