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길에서 반딧불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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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길에서 반딧불이를 만나다
  • 김지숙 객원기자
  • 승인 2010.09.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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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인천] 도심 숲속에서 펼쳐진 '계양산 반딧불이 향연'


6일 오후, 어스름이 짙어 오는 인천 계양역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사람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인천을 비롯한 서울, 경기도에서 반딧불이를 보러 온 이들이다.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조직위원장 이세영)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월 12일까지(저녁 6시 30분~9시) 진행되고 있다.

반딧불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모두 3코스. 목상동 소나무 숲길과 서구 검암동 군부대 옆길, 그리고 다남동 나비농장 길이다.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를 따라 3개조로 나눠 1일 60여명이 탐사에 참여하고 있다.

계양산에는 늦반딧불이,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등 모두 세 종류가 서식하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위원회 노현기 사무처장은 “일몰 후 1시간 가량이 늦반딧불이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라며 "늦반딧불이는 반딧불이 중 활동성이 가장 강하고 빛도 밝기 때문에 늦여름에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광”이라고 설명했다.

반딧불이를 보러 가는 길에선 밤풍경도 다채롭다. 어둠속에서 안내자는 곳곳에 숨은 계양산의 매력과 생태에 대해 설명한다.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는 저 곳은 습지입니다. 물고기 종류, 알을 낳는 곤충들, 짝짓기 하는 개구리, 애반딧불이 애벌레까지 모두 저기 같은 물속에서 자라지요. 그래서 잘 가꿔진 연못보다는 지저분한 습지가 생명체에겐 더 좋은 조건이죠. 반딧불이는 깊은 산골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원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곤충이었어요. 그런데 인공조명이 생기고 논 근처 물웅덩이가 매립되고 농약 등 사람들이 화학약품을 많이 쓰게 되면서 점점 사라지게 되었죠.”

이어지는 길을 따라 도착한 5만평 넓이의 목상동 고의 훼손지(골프장 추진을 목적으로)에도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 속에서 나무와 풀, 꽃들이 한들거린다. 하늘 위에선 말똥가리새가 난다.

숲과 가까워질수록 아이와 엄마의 기대감이 커지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엄마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까”라는 한 아이의 말이 떨어지기기 무섭게 어디선가 환한 불빛을 밝히며 반딧불이 한 마리가 공중을 난다. 좁은 길을 따라 개울물을 세 개나 건너고 솔숲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타난 반딧불이가 깜깜한 밤길을 비춰주며 사람들의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두 아이와 함께 온 김희아씨(37, 계양구 효성동)의 소감이다.

“어린 시절 많이 봤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고 볼 수도 없었는데 처음 한 마리를 보았을 때는 정말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왔거든요. 해마다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양산 생태에 관한 많은 얘길 들으면서 환경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하게 되었어요. 특히 아이들과 집에 가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배우는 계기가 되었네요.”

또 한 아이는 “솔숲 위에서 본 두 마리의 반딧불이가 마치 등대 같았다”는 느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3년 전 부터 계양산 골프장 예정부지 반대를 위한 대안으로 시작했던 반딧불이 축제는 해마다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작년에는 참가신청을 받은 지 3일 만에 마감됐고 1천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도심 가까운 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신비한 체험 때문”이라는 게 주체 측의 설명이다.

이 축제는 정당과 종교, 시민사회단체 등 24개 단체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에서 이끌고 있다. 그런데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과 연구방안 등 전문적인 연구 성과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연대 계양지부 조현재 사무국장은 “앞으로 적절한 관의 협조 아래 축제의 발전과 계양산의 보존,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논의하고 모색하는 과정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산을 내려오는 길, 책에서만 반딧불이를 봐왔던 4살 유담이는 “정말 반딧불이었어요. 진짜 반딧불요.”라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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