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이 '석면위험'에 노출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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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이 '석면위험'에 노출됐건만…
  • 이병기
  • 승인 2010.09.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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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인천대 건물 석면 유출…인천대와 도개공은 '무시'


석면이 포함된 다량의 '텍스'가 바닥에 널려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전문대 학생들이 석면으로 오염된 건물 안에서 6개월 넘게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건물 철거작업을 지시한 인천대학교와 도화 도시개발지구 사업을 벌이는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겨 학생들에게 석면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부터 6개월 넘게 석면이 유출된 도화동 옛 인천대 캠퍼스 공대 건물 주변은 서화초등학교를 비롯해 인화여중, 선인고교, 인화여고, 선화여중, 선인중, 도화기계공고, 운봉공고 등 초·중·고가 밀집한 곳이어서 학생들의 '석면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실정이다.

7일 석면관리합동협의회가 찾아간 도화동 인천대 공대 건물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석면이 포함돼 있는 천장 '텍스' 일부가 떨어져 나간 곳은 그래도 괜찮은 편. 한 층에서는 계단과 이어진 꽤 넓은 공간에서 천장 전체가 무너져 내려 있었다.

바닥에는 석면이 들어간 '텍스' 파편과 건물 자재들이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창문의 경우 창문틀 전체가 없거나 유리가 빠진 곳도 상당수였다. 빈 건물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비둘기들은 사람이 다가가자 밖으로 날아갔다. 비둘기를 따라 가라앉아 있던 석면 분진 역시 함께 매케하게 날았다.


석면오염 지역인 도화동 인천대 공대 전경.

다른 건물에선 석면이 포함된 천장 '텍스'가 한 겹으로 돼 있었지만, 공대 건물은 '텍스' 위로 또 한 겹의 방음벽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석면협의회 전문가에 따르면 이 방음벽 안에도 석면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석면오염 지역으로 파악된 공대 건물은 지난 2월부터 인천대와 계약을 맺은 A업체가 철거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반면 1층에 위치한 강의실에선 인천전문대 학생들이 계속 수업을 듣고 있었다. 방학 중 두 달을 제외해도 학생들은 4개월 넘게 석면이 오염된 지역을 드나들었다는 얘기다. 호흡기를 통해 석면가루가 흡입됐을 가능성이 큰 셈.

공대 주변을 오가는 학생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인근 8개가 넘는 초·중·고교를 비롯해 주민들 역시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인천대와 인천도개공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석면이 오염된 공대 건물을 방치하고 있다.


인천대는 "도개공이 다른 건물에 대해 석면철거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니 도개공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도개공은 "공대 건물의 경우 이미 석면이 오염된 지역이기 때문에 철거작업에 어려움이 있어 인천대가 맡아 진행해야 한다"고 떠넘기고 있다.

인천대 관계자는 "처음(2월)부터 공사 업체에 '전문대가 나가지 않았으니 작업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서 업체에 책임을 미뤘다. 하지만 업체 측은 지시 이후 단 한 번도 현장을 점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대 관계자는 처음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석면이 유출된 곳과 1층 강의실은 건물이 막혀 있어 문제가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러나 창문 파손으로 인한 외부 석면 유출 우려를 지적하자 "도개공과 빨리 협의해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답하는 등 석면피해에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또 석면이 오염된 곳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당장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함에도 "자리가 마련되는대로 시행하겠다"고 말해 당분간 학생들의 석면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천대 관계자는 "공대 건물 1층에는 실험실을 사용하는 일부 학생들이 다니고 있지만, 실험도구나 기계장비 등이 있어 바로 이전시키는 건 어렵다"면서 "도화동 인천대 캠퍼스 안에 빈 건물이 있어 이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대로 옮기겠다"라고 말했다. 


도개공 관계자는 "도개공이 인천대에 들어온 것은 4월 중순이고 공대 건물의 경우 일부 층에 한해 소유권만 이전된 상태"라며 "행정처리 절차만 진행됐을 뿐 건물 철거와 관련해서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도개공 관계자는 "인천대 입장은 우리가 선정한 업체가 다른 건물의 석면철거를 진행하고 있어 공대 건물도 같이 하라는 것인데, 기존 건물은 석면이 오염되기 전이지만 공대는 이미 석면 오염지역"이라면서 "석면 오염지역에서 철거작업을 진행할 경우 보호복 착용 등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이 많아 업체가 꺼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공대 건물의 석면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체를 발주해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인천대와 똑같은 입장"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인천대에서 맡아 진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시라도 빨리 석면 오염지역에서  학생들을 이동시키고, 석면의 외부 유출을 막아야 하는 실정인데도 인천대와 도개공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철거업체 발주와 선정 절차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미경 삶의 자리 도화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인천대가 송도로 이전하면서 남긴 것은 석면오염구역과 막대한 토지점유료, 과다 사업비 추가로 인한 사업성 악화 뿐"이라면서 "도개공과 인천대는 학생들에 대해 특수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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