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기념관, '평화의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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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기념관, '평화의 상징'으로…
  • 이혜정
  • 승인 2010.09.1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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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 … "모~든 쇠붙이는 가라"




취재 : 이혜정 기자

"내가 열여덟 살 때 전쟁이 나서 학교를 못 갔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9일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찾은 원용화(77) 할머니의 말이다.

원 할머니의 말처럼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북간 대결은 그치지 않고, 아직도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남북의 사람들은 '평화'를 원한다. 전쟁이 없는 세상을 희망한다. "모든 쇠붙이는 가라"고 외쳤던 신동엽 시인의 시(詩)처럼….

그런 의미에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비극'을 넘어 '평화의 상징'으로 남아야 한다. 그 뜻을 헤아려 더 이상 전쟁의 참화 따위를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터이다.   



이날 오후 관광객들을 태운 인천시티투어버스가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앞 도로에 섰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은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의 모든 걸 보여준다

인천상륙작전 33주년을 기념해 1984년 9월 15일 문을 연 이 기념관은 상륙작전 당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2만4347㎡ 터에 건물 전체면적 1793㎡ 규모. 43억원의 건립비용 가운데 시 예산 28억원을 뺀 나머지 15억원은 시민 성금을 모아 지었다.

기념관은 실내전시관인 1·2관과 야외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실내전시관은 상륙작전의 구상부터 성공까지 단계적으로 알 수 있게 꾸며놓은 곳이다. 입구부터 쭉 따라가다 보면 각 단계의 주요 내용이 패널과 대형 사진으로 설명돼 있다. 그리고 그 양쪽으로 당시의 각종 자료와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25일 새벽 4시에 한국 국경지대를 침입해 북한군이 옹진군과 개성 일대, 춘천 일대의 위도 경계선을 넘기 시작했다"며 전쟁이 일어났음을 본국 국무부에 알린 주한 미국대사의 전문(電文), 우리 해병대가 상륙작전에 참가해 받은 훈장과 부대 표창장, 당시 사용한 로켓포와 화염방사기·기관총,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주요 인물(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 제7합동상륙 기동부대 스트러블 중장, 미 제10군단 알몬드 소장, 한국 해군 손원일 소장 등)들의 얼굴 사진과 소개, "수도 탈환은 시간문제!"라며 큰 글자로 제목을 뽑아 인천상륙작전을 알린 당시 신문 기사, 기관총과 권총 등 당시 남북한의 무기들, 나팔·방망이수류탄·물통·비누 등 중공군이 사용했던 무기와 물건들, 북한의 김일성·중공군의 팽덕회·유엔군의 클라크 중장이 서명한 휴전협정 조인문서….

특히 상륙작전 당시 인천 앞바다에 집결해 공격을 시작하는 유엔군의 항공모함과 화력지원함·비행기 등과 월미도 등 주변 지형을 실제 환경처럼 만들어 놓은 대규모 모형(디오라마)은 함포 소리 등의 음향효과와 뒤편에서 펼쳐지는 대형 동영상과 어우러져 실감나는 상황을 연출한다. 관람객이 발을 들여놓으면 자동으로 화면이 시작돼 함포사격과 상륙작전 등의 모습을 당시의 동영상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전시관에서는 올해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관람객들이 '참전용사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엽서'를 쓸 수 있게 해놓았고, 이를 통로 한쪽 벽에 붙이는데 이미 1000통이 넘는 다양한 감사의 글이 함께 붙어 있다.

야외전시관으로 나오면 당시 사용됐던 무기 실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상륙작전에 사용됐던 수륙양용 장갑차(LVT), 탱크나 차량 등을 운반한 상륙작전용 배(LCM), 정찰과 폭격 업무를 맡았던 F-86F 전투기, 함포와 트럭, 탱크, 정찰기, 북한군이 사용했던 고사기관총, 미군 해병대 기념 조형물 등이다. 바로 옆에 인천시립박물관이 있어 함께 들러보면 더욱 좋다.  

전쟁은 정말 무서워

1950년 9월15일 맥아더 장군 지휘 아래 7만5천여명의 병력과 261척의 함정이 참여해 감행된 인천상륙작전은 서울 수복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북한군 후방의 병참선을 차단해 전황을 반전시킨 전투로 평가된다.

  


한쪽 얼굴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사용했던 무기들 앞에 발길을 멈췄다. 자신을 6.25전쟁 참전용사라고 밝힌 이도범(81) 할아버지는 "당시에 사용했던 무기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요즘 아이들은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왜 일어났는지 모르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곳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서 역사를 알아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행관광지로 소개하려고 사전답사를 나온 베트남 출신 전채린(38‧용강동)씨는 "한국전쟁이 있었듯이 우리 베트남도 21년간 긴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방문할 만한 기념관"이라며 "최근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역사를 알리기 위해 관광지로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기념관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들의 역사학습장으로 기념관을 찾는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전후로 관람객들이 집중됐지만, 올해는 3월에만 6만여 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일본인 친구와 기념관을 찾은 신유진(58)씨는 "전쟁은 아픈 과거이지만, 지나온 역사로서 외국인들에게도 올바로 역사관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함께 왔다"라고 말했다.

조창호 기념관 관리소장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모르는 세대들에게 더욱 뜻깊은 공간"이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많은 참전용사들을 생각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사용했던 장갑차와 전투기, 정찰기, 탱크, 유도탄, 함포 등 무기 등이 있는 야외전시장을 둘러보며 기념촬영을 했다.

전망대에 올라 평화를 생각한다

'자유수호의 탑'이 세워진 전망대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며 노을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기념해 '전쟁과 평화'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는 건 어떨까?

인천시티투어 시내관광코스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비롯해 월미도, 연안부두, 송도 등을 돌아보고 인천의 역사와 문화공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는 받지 않으며, 매주 월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문의: (032)832-0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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