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부대끼는, 신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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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부대끼는, 신흥동
  • 유광식
  • 승인 2017.06.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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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유광식 / 사진작가
▲ 유광식_율목도서관 아래 비탈진 곳, 고려빌라 옆 적산가옥_2012

답동성당의 축담길을 지나 골목 언덕길 꼭대기 율목도서관 입구에 서면 남쪽으로 탁 트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떨어질까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 있게 아래를 내려다보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된다. 인천 개항장 부근은 보이는 것마다 사연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시간과 사건을 품고 있다. 사실 내항(일부)은 과거에 갯벌을 개간해 만든 염전을 다시 개간해 조성된 곳이다. 또한 중구와 동구의 해안선은 매립의 모난 라인으로 이때마다 바다는 투정 없이 모든 걸 인간에게 내어 주었다. 그런 연유에서 보면 갯벌 밭에서 가꾼 소금을 종자돈 삼아 2차 산업의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율목도서관 아래쪽으로는 신흥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은 과거 일본인들의 생활권이라 그런지 일본식 건물이 다량 남아 있다. 신흥동! 새롭게 부흥하는 의미로 광복 이후 흥을 삽질중인데, 여전히 시원찮은 것 같다. 남쪽방향으로 신흥3가(신선동) 지역은 갯벌 위에 지은 많은 공장과 화물트럭들로 인해 요즘은 미세먼지 상습 도래지마냥 온종일 희뿌옇다.

▲ 유광식_골목마다 줄줄이 집집집_2012

집을 지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동남 방향을 선호하지만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인천은 해 따라 서남향이 많다. 율목도서관 아래로 줄지어 지어진 오래된 집들 중에는 볕 좋은 자리에서 식민의 계획을 써내려가던 일본의 만행이 반사되기도 한다. 경사면을 따라 오밀조밀 지어진 집들. 한 지붕 아래 여러 집들이 줄지어 사는 모습은 내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도로변의 작은 공간과 인도에는 각종 과일과 야채들이 전시되어 있고, 가게의 노부부 내외는 지날 적마다 정겹고 행복해 보여서 곁눈질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그 옆 골목에는 지난 반세기 전의 사이다 원조라 하는 스타사이다 공장 터가 있다. 인천과 사이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서해앞바다는 준설토 투기로 인한 악취와 각종 오염으로 사이다와는 이제 나쁜 사이가 돼 버리고 말았다. 해광사를 둘러본 후 높다란 계단 아래의 도로를 건너면 중국으로의 화물을 취급하는 무역업체들이 나온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가고  중국 사람들이 그 흔적을 잇고 있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중국인들은 중구 전역에 거주하고 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옛)고려정미소 건물에 불이 나기도 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큰 공장 건물마다 굴뚝이 남아 있는 곳이 많다. (목욕탕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이곳에는 영업은 하지 않지만 상상을 부추기는 굴뚝이 하나 있으니 바로 처녀목욕탕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혹은 걷다가 보게 되는 재미난 상호명이 아닐 수 없다. 

▲ 유광식_어느 주택 앞 감나무(무얼 머금었는지 주황 홍시가 탐스럽게 주렁주렁하다.)_2015

▲ 유광식_옛)사이다 공장 터(우측 동인당)_2013

신흥동을 걸어서 돌아보겠다면 먼지방지와 더불어 다부진 각오를 해야 한다. 길도 험할 뿐 아니라 길이 10m가 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들이 즐비해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하며, 경적소리가 자칫 귀를 다치게 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간간히 작은 골목은 대피소가 되어 조용하니 안온을 맛보기도 한다. 행여 어디선가 배고픔을 달래는 향긋한 맛을 따라 갈 수도 있다. 수인곡물시장에 가면 지금이야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참기름 들기름 향이 고소고소하게 난다. 바로 앞이 폭넓은 매연도로라는 게 마음이 걸리지만 곡물시장 안쪽에 가면 배가 부를 정도로 넉넉한 풍경이다. 못 먹고 살던 시절엔 대체 어땠을까 싶다. 기사를 살피면 약국에서조차 기름을 짜서 팔았다는 전말도 있어 얼마나 기름이 흥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한편 수인시장 맞은편엔 곰 같은 풍채의 삼익아파트가 40년 가까이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외부에 칠을 했다지만 그 전에는 건물색이 칙칙해서 무게감과 퍽퍽한 삶을 대변하듯 보여 안쓰러웠다. 위치가 너무 좋지 않다. 갯벌 밭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뻘뻘 땀만 흘린다. (건물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유광식_옛 명성과 달리 한산해진 수인곡물시장과 멀리 삼익아파트(얼마나 흥하려 했는가 대흥이요, 풍년이로다.)_2011


▲ 유광식_수인역 부근 영양탕집 중 하나(화성에서 내려온 맛! 근방에는 식당이 많다.)_2011

수인곡물시장 앞은 수인역이었다. 입영열차 떠나보내던 동쪽 남부역도 한 때 수인역이었지만 이곳이 더 역다운 면모가 있다. 철길 따라 영양탕집이(영양을 채우지는 못했다.) 즐비한데 곡물시장이 곁에 있다 보니 공생하는 상업임을 금세 알겠다. 작년 초에 개통한 수인선 ‘인천-송도’ 구간 중 숭의역 육교 아래 측에는 옛 삼화고속버스 종점도 있다. (근처 옛 강원연탄공장 옆 주유소 안쪽에 조합사무소가 있다.) 이제는 대로변의 몇 안 되는 노선과 함께 정류장 표지만이 이곳이 삼화고속 버스의 종착지임을 말해 주지만 이곳의 흥함을 대변하는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옆으로는 인하대 병원이 자리한다. 인천 사람이면 한 번쯤은 가봤을 인하대 병원. 병실이든 장례식장이든 한번쯤은 가보게 되는데, 3년 전 형이 입원해서 가본 병실 창문 너머로 월미도가 아련하게 다가오던 기억이 있다. 마침 살금살금 눈이 내리던 아침이었다. 

신흥동은 정말이지 교통의 천국 아니면 지옥 같다. 차가 너무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는 지형적 위치이기도 하거니와, 포화를 넘어 뻥이요! 직전 같다. 올해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이 개통되었다. 개통은 되었는데 매연, 먼지, 소음장치의 계획축소로 인해 인근주민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차는 많아지고 차차 좋아질까 싶었지만 아차! 싶었을 정도로 지역민심은 더욱 짠맛만 우러나는 형국이다. 하물며 소중히 보호해야 할 장소가 하나 있으니 바로 신선 초등학교다. 제2경인고속도로 입구, 낙섬 부근에 2002년 개교한 신선 초등학교는 지도상에서조차 사면초가 꼴이다. 공장들 사이로 등굣길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트럭은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주변 소음도 음치 박치 자동재생인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걱정된다. 이런 난공불락의 장소에 초등학교를 짓다니 말이다. 옛 지명의 연관이긴 하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학교명이 ‘신선’이라는 점이 꽤나 엉뚱하고 낯설다. 전혀 신선하지 않은 장소감인데 말이다. 인천의 언저리 같은 이곳에 중구문화회관과 문화원 또한 자리한다. 그런데 위치와 교통이 애매하여 주민불편이 크다. 한편 중구장애인복지관 또한 고속도로 부근 항만도로 옆이라 위태롭기 그지없다. (위치 자체가 이미 장애다.)

▲ 유광식_철로 옆 신선교회(수인선 공사로 인해 철로는 없어졌다.)_2011

▲ 유광식_서해대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건설현장(완공 후 인천의 먼지는 격랑 속으로)_2014

최근 인천 중구는 논의 없는 근대문화유산 철거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기초단체는 현지실정과 고충을 우선해 공간을 활용하도록 노력하고 마을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입장임에도, 공론의 기회 없는 불통의 자세로 비밀스럽게 주민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아직 술래가 아니라서 객기충만인지는 알 수 없다.) 오랜 세월동안 주인이 바뀌고 용도가 바뀌어가며, 돌봄은 없이 필요에 의해 선택되고 이용되다가 결국 버려지는 옛 건물들을 바라본다. 오랜 일상을 견뎌온 동네와 그 건물들은 미묘하고 깊은 연대가 있다. 얄팍한 논리로 일순간에 헤쳐 놓는 난도질이 비단 폭력이 아니고 무엇일까. 신흥동 또한 아직은 관심의 밖에 자리할지 모르지만 사료적으로 중요한 유산이 최근 옛)애경사 건물철거 사태처럼 부지불식간에 처분될지도 모른다. 율목도서관 아래 적산가옥 밀집지역인 신흥1가, 2가 지역은 근대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며 생활, 종교, 산업의 공간이 공존하는 역사교육의 영양지대이다. 마냥 안심하고 있을 곳도(주택재개발) 못된다. 신흥동은 어째 좀 부대낀다. 그리고 불안한 그 부대낌은 우리의 걸음을 재촉한다.  

▲ 유광식_마을 골목에 나붙은 주택재개발 관련 현수막_2016

▲ 김주혜_중구 송월동 구)애경사 건물(정돈되었단 생각에 묘한 기분도 잠시 4개월 후 보다 깨끗히? 철거됐다.)_20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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