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한테 얹혀 사는 거야, 봉급 타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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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한테 얹혀 사는 거야, 봉급 타먹고"
  • 김인자
  • 승인 2017.07.25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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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이작도 해양생태관 할머니


"어디서 왔어?"
"인천이여."
"아,인천... 우리 손주들도 인천서 사는데..."

인터넷 신문 인천in 에 기획연재를 쓰는 필진들과 시민편집위원들이 함께 떠난 워크샵. 작년 문갑도에 이어 올해는 이작도로 워크샵을 떠났다.
출발 며칠 전부터 집에 일이 생겨 1박 2일 집을 비운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은 터에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실컷 보고 할머니들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눈 질끈 감고 어렵게 나선 이작도행.

두번째 날 나는 대이작도 해양생태관에서 72세 문송열 할머니를 만났다. 노인 일자리 창출로 월 40만 원을 받으시고 해양생태관에서 청소를 하시는 문송열 할머니.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 할머니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차로 출퇴근 시켜주시는 멋진 할아버지와 사시는 문송열 할머니. 민박을 하는 아들한테 얹혀 살며 아들일 도와주고 아들한테 용돈을 받는다는 당당하신 할머니.

조용 조용하게 말씀하시며 말머리에 인자 인자 하는 추임세를 넣으시며 차분차분히 말씀하시는 문송열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는 참으로 듣기가 좋았다.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한 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핸드폰 녹음기를 켰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문송열할머니의 이야기가 나는 왜 그리도 들으면 들을 수록 재미가 있는 건지, 왜 한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건지 녹음해서 들고 와 듣고 또 듣고 그러고 있다. 안개낀 새벽바다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들고 와 보고 또 보고 있는 것 처럼.
문송열할머니의 이야기 동영상과 이작도 새벽바다를 찍은 동영상 이 두 개의 동영상이 있으니 당분간 나는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겠다.





"아들이 먼저 할머니랑 살겠다고 그랬어요?"
"특별히 배운 기술은 읍꼬 인천서 살기가 쪼끔 어려웠지. 그러니깐 엄마 아부지 하고 살겠다고 들어왔겠지."
"와 며느리가 착하다."
"아냐. 며느리도 좋아해."
"와, 할무니 복 많으시다. 요즘 세상에 시어무니 시아부지랑 같이 살것어요 하는 며느리가 어디 그리 흔한가요?"
"그러니까 고맙지."
"같이 사니까 어때요, 할무니 좋아요?"
"좋지. 근데 집은 따로 따로야."
"아. 그러면 됐지요."
"저그들집 따로 있고 우리가 사는 집 따로 있고. 근데 우리가 아들한테 얹혀 사는 거야. 아들한테 봉급 타먹고. 아들 일을 우리가 도와주고. 그러믄 아들이 우리헌테 용돈을 주는 거야."
"와 용돈을요? 얼마씩 줘요? 할머니?"
"아버지 육십 만원. 엄마 육십 만 원 씩해서 백 이십 만 원씩 줘. 아들이."
"한달에 백 이십 만 원 씩이여?"
"응, 한달에 백 이십 만 원 씩."
"그럼 두 분이서 충분히 쓰시지여 뭐.'
"그럼, 충분히 쓰지."
"할무니랑 할아버지가 아들 무슨 일을 도와주시는데요?"
"여러가지를 다 도와 주지. 아들이 민박을 하니까 청소해주고. 할아버지는 운전해주고. 나는 밥도 해주고. 여러가지를 죄다 해주지."
"아, 좋다. 할무니. 그게 좋아요. 자식한테 돈 받아도 떳떳하고."
"그럼. 내가 해주고 돈 받는 거니까 떳떳하지."
"그럼 뭐해요. 그거 받아서 손주들한테 다 푸실거믄서."
"그럼 도로 풀지.손주도 주고. 아들도 어렵다구 하믄 도로 주고."
"아들이 사장인데 뭐가 어려워요?"
"여긴 여름 한 철 벌어가지고 사는 거니까 어렵지. 여름 한 철 이래야 몇 개 월이야? 그거 벌어가지고 겨울을 살잖아."
"겨울에는 뱃낚시도 하고요?
"아니. 겨울에는 낚시 안되여."
"그럼, 민박하시는 거예요?"
"아니, 민박도 안되요. 오지도 않아. 손님덜이.겨울에는 손님이 오지도 않아요.
여름 한 철 장사야."
"여름에 손님들이 많이 오셔야겠네요."
"그럼. 겨울 사는거야. 여름 벌어서 겨울 사는거야."
"많이 와야 겠네여. 손님들이. 그래도 많이 오죠 요즘은? 배편이 좋아져서여?"
"그렇지. 많이 늘긴 늘었지. 어트게 배가 들어왔나 몰라."
"어제 저희 한 시간 넘게 기다렸어여."
"한 시간은 양반이여. 오늘은 12시 50분에 배기 뜬대. 지금 떴나 몰라. 12시 50분에 뜬다 했응께. 지금 뜨겄네. 지금 한창 배가 뜨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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